삼성전자 반도체 조립공장에서 근무했던 근로자에 대해 처음으로 산업재해가 인정됐다. 

근로복지공단은 삼성전자 기흥공장과 온양공장 반도체 조립공정에서 5년5개월간 근무한 김모씨(37.여)의 '혈소판감소증 및 재생불량성빈혈'을 산재로 승인했다고 10일 밝혔다. 

지금까지  백혈병 등 희귀질환으로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인정을 신청한 삼성전자 근로자는 모두 22명이다. 그중 김씨가 처음으로 산재 승인을 받았고, 3명은 현재 산재판정 계류 중에 있다.  산재인정을 받지 못한 18명 중 10명은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김씨는 1993년 12월부터 약 1년간 삼성전자 기흥공장에서 근무한 뒤 온양공장으로 옮겨 4년5개월간 근무했다. 이후 발병한 김씨의 '혈소판감소증 및 재생불량성빈혈'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은 "김 씨가 근무 과정에서 벤젠이 포함된 유기용제, 포름알데히드 등에 간접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고, 1999년 퇴사 당시 빈혈과 혈소판 감소 소견이 있었던 것 등을 고려"해 산재로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월6일 고용노동부 산하 산업안전보건연구원(산보연)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 1급발암물질인 벤젠, 포름알데히드, 전리방사선 등이 부산물로 발생한 것이 확인된 바 있다. 특히 피부암이나폐암 등을 일으키는 비소는 노출기준을 초과해 발생했다.

김 씨가 앓고 있는 재생불량성빈혈은 골수 손상으로 조혈기능에 장애가 생겨 백혈구, 혈소판 등이 감소하는 질병으로, 80%가량이 후천성이다. 후천적 재생불량성빈혈은 방사선 노출, 벤젠 등 화학물질과 약물, 감염, 면역질환, 임신 등이 원인인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이하 반올림)에 따르면 삼성전자 측은 지난 2월25일 자사 반도체 공장에서 일한 뒤 백혈병 등 희귀질환으로 숨진 전직 직원들의 가족들에게 대화를 제안했다.

삼성전자 측은 반올림에 보낸 메일에서 “삼성 퇴직 직원의 직업성 암과 관련해 만나고자 한다”며 “반올림과 환자 및 가족 여러분들이 저희에게 하실 말씀을 듣고자 한다”고 밝혔다. 

반올림·삼성일반노조 등에 따르면 2012년 3월 기준 삼성전자 계열사 직업병 피해 제보자는 137명, 사망자는 53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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