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 프랜차이즈 대통령상을 수상했던 본죽이 지난해 ‘쓰레기죽’ 파동 이후 몸살을 앓고 있다. 일부 가맹점의 식재료 재사용 실태가 방영된 이후 본죽 본사와 가맹점주들 간에 갈등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가맹점주들은 본죽이 소비자로부터 신뢰를 잃었지만 본사는 가맹점주들에 대한 보호보다는 본사 돈벌이에만 신경을 쓴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이러한 갈등은 최근 있은 본사의 인스턴트 죽 편의점 판매, 가맹점주들에 대한 잇따른 소송 등으로 확산됐다.

쓰레기죽’ 파문에 가맹점주 몸살

점주들의 불만은 매출 하락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11월 MBC 소비자고발 프로그램 ‘불만제로’에서 일부 가맹점이 식재료를 재사용하는 것이 방영되면서 부터다. 방송에서는 손님이 먹다 남긴 김치, 대추 등의 음식이 다시 죽 재료로 재탕되는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다.

서울에서 본죽을 운영하는 한 가맹점주는 “작년 말에 (불만제로) 방송 나가고 나서는 매출이 안올라 혼났다”고 말했다. 당시 본죽 가맹점주들은 “본사의 식재료 가격이 너무 비싸 식재료를 재사용하는 일이 일어난 것”이라며 본사에 근본적인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이에 본죽을 운영하는 본아이에프(대표 김철호)는 방송 보도 후 특별위생점검팀을 신설, 점검팀이 불시에 매장을 방문해 위생상태와 식자재 사용 현황을 체크하는 등의 방식으로 대응책을 마련했다. 또 일부 식자재 값을 5% 인하하고 신규가맹점 출점을 중단하는 등 대안을 가맹점주들에게 약속했다.

이로써 잠시 주춤했던 가맹점주들의 불만은 최근 본죽이 편의점을 통해 판매하는 인스턴트 죽으로 다시 동요했다. 본아이에프는 지난 2월23일부터 즉석죽 ‘아침엔 본죽’을 훼미리마트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번엔 ‘아침엔 본죽’, 점주들 “우리도 살자”

여전히 매출에 타격을 입고 있는 상황에서 본사의 이 같은 정책에 점주들은 분개하지 않을 수 없다. 보통 본죽 매장에서 1만원 내외로 판매되는 죽을 편의점에서 3000원대에 판매하기 때문이다. 또 본죽 이름을 내건 인스턴트 죽이 판매되면서 기존 웰빙 죽의 이미지가 손상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한 가맹점주는 “같은 본죽이면 이왕이면 싼거 사먹으려 하지 누가 비싼 돈 주고 먹겠느냐”며 “자기들(본사) 돈 버는 것만 생각한다. 가뜩이나 장사도 안 되는 판에 우린(가맹점주) 죽으란 소리냐”고 성토했다.

이 같은 생각을 가진 점주들이 많아지면서 본아이에프 홈페이지 게시판(본죽 소통방)에는 점주들의 불만 글이 쏟아졌고, 급기야 본사 측은 아무런 통보 없이 소통방을 일시 폐쇄하기도 했다. 이 게시판은 불만제로 사태 이후 본사가 가맹점주들과의 직접 소통을 약속하며 개설한 것으로, 본사의 일방적인 폐쇄로 점주들간의 갈등이 심화됐다. 

결국 가맹점주들은 온라인 상에 ‘본죽 소통방’ 카페를 개설하고 지난 15일 ‘본죽 가맹점 협의회’를 구성했다. 현재 400여명의 가맹점주가 협의회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그러나 본사 측은 가맹점주들의 협의회 구성에 대해 “불만제로 보도 이후 가맹점주들은 개별 가맹점 하나하나가 모두 본죽의 얼굴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실감했고, 그래서 가맹점주 협의회 및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매장 간 정보교류와 개선사항 등을 논의하기 위해 구성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가맹점주들과의 마찰을 애써 부인했다.

또 “아침엔 본죽은 가맹점에서 판매하는 죽과는 수요층이 다르다.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아침대용식 개념으로 출시된 것”이라며 “가맹점 죽과 수요층이 다르기 때문에 가맹점 매출에 영향을 주고 있지 않다. 가맹점의 매출 하락이 나타나지 않았고 오히려 전년대비 가맹점 매출은 증가했다”고 말했다.

점주들 “비싼 식자재값 생각 안하고…”

한 가맹점주는 방송 이후 매출하락을 호소하며 본사의 대응책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 점주는 “본사에서 사오는 식재료가 너무 비싸니까 그 사람들(식재료 재사용 점주)도 그랬을 것”이라며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지 전부 가맹점주들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보기 좋지 않다”고 말했다.

본죽 본사는 지난해 방송을 통해 식재료를 재사용 하는 것으로 드러난 가맹점 2곳의 점주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3월7일 가맹점주 송모씨(42)와 홍모씨(43)를 상대로 각각 3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한 것. 문제의 영업점은 이미 지난해 ‘쓰레기죽’ 파문 이후 영업정지 상태다.

본사 측은 ‘쓰레기죽’ 파문으로 전국 1200여개 본죽 가맹점의 매출 손실이 50억원에 달했고 본사의 매출도 38억원이 줄어 소송을 제기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가맹점주는 “물론 해당 점주의 잘못은 있지만 그보다도 비싼 식재료 등 본사의 관리시스템이 문제”라며 “식자재값 내렸다지만 사실 별 차이 없다. 더구나 문제가 있은 지 한참이 지나 뒤늦게 법적 책임을 묻는 건 무슨 심보인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본사의 점주 상대 소송전

사실 가맹점주들에 대한 본아이에프의 소송은 이뿐만이 아니다. 본아이에프는 지난 2009년 말까지 부산에서 본죽을 운영했던 전 가맹점주에 대해 유사상표 이용 등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전 가맹점주 천모씨(57)는 본사와의 계약 만료 후 이를 갱신하지 않고 같은 자리에서 다른 이름으로 동일 업종의 개인 점포를 운영했다. 이에 본사 측은 2010년 천씨를 상대로 법원에 ‘경업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이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유사상표를 이용해 본죽 가맹점들에 손해를 입혔다’는 이유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또 부산에서 본죽을 운영했던 이모씨도 인테리어 리뉴얼 비용 문제로 본사와 마찰을 빚었고, 계약 만료 후 같은 자리에 다른 음식점을 내며 소송전에 휘말렸다.

이에 점주들은 “수천만원의 비용이 드는 리뉴얼 강요행위나 그러한 사유로 점주들과 소송전을 펴는 것은 가맹점주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본사가 가맹점주를 위하기보다 돈벌이에만 급급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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