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여행사인 롯데관광개발(이하 롯데관광)의 직원이 여행비를 횡령 후 도주했다. 또 롯데관광의 김기병 회장은 허위소송, 주주명부 등을 이용해 두 아들에게 증여해 증여세 탈루 혐의로 지난 3월 초 불구속 기소됐다.  김회장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여동생인 신정희 동화면세점 대표의 남편이다. 롯데그룹은 롯데관광이 롯데 마크 사용해 일반 소비자들이 롯데관광을 롯데 그룹 계열사로 오인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2007년 소송을 제기했다. 롯데그룹과 롯데관광의 덜그덕 거리는 밀월이 얼마나 오래갈지, 최근 도덕적 문제가 연속으로 터지는 롯데관광의 면면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고객 돈은 내돈, 대리점 일 터지면 무조건 모르는 본사

롯데관광 대리점 지점장이 고객들로부터 여행비를 횡령한 후 도주해 소비자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하지만 해당 여행사 측에서 5개월간 보상을 지연 한 후 상품권으로 지급한다고 알려져 논란을 낳고 있다. 웬만한 대형 여행사 상품 및 서비스에 대한 민원이 많지만 수억대의 횡령과 관련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10월 대전에 사는 손 모고객이 롯데관광 대리점에서 피지로 가는 신혼여행 상품을 계약하고 '조기 예약 할인'을 받기 위해 1인 금액인 330만원을 현금으로 선 입금했다. 하지만 대리점 지점장은 250명이 입금한 3억 5천만 원을 횡령해 도주했다.

이에 롯데관광 본사로 연락한 고객들은 해당 사건에 대한 확인을 요구했으나 본사는 “사건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답변만 했을 뿐 대안책이나 설명은 없었다. 그리고 지난 2월 여행사 측 관계자는 "도주한 지점장이 경찰로 자진 출두해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며 업체 측은 '피해액 전액을 롯데관광 상품권으로 받는다'는 합의서 내용에 서명을 요구했다.

한 언론에 따르면 손 모고객은 “신혼여행을 가기 전 즉각적인 보상처리도 아니고 신혼여행을 다녀 온 후에야 상품권을 보상해준다는 자체가 말이 안된다”며 “이미 신뢰도가 떨어진 롯데관광을 다시 이용하라는 말인데 이런 일을 겪고도 다시 이용할 고객이 얼마나 되겠냐”며 울분을 토했다.

이에 대해 본지가 확인한 결과 롯데관광 측은 “타 부서에서 담당하는 일인지 모르겠다. 본인은 아는 바 없다”고 했다.

불법증여로 김기병 회장 불구속 기소

한편 김 회장은 1998년부터 2008년 허위소송, 주주명부 등을 이용해 두 아들에게 롯데관광 주식을 증여하고 증여세 476억원을 탈루한 혐의로 지난 4일 불구속 기소됐다. 

회사 상황은 점차 악화되고 있지만 김 회장은 여행업계에서 손에 꼽는 주식부자다. 롯데관광 대주주인 김 회장은 지난 5일 종가(1만5천600원) 기준으로 주식평가액이 663억원에 육박했다. 김 회장(42.67%) 외에도 부인 신정희 10.81%, 장남 김한성, 차남 김한준씨가  각각 3.88%, 1.76%의 롯데관광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김 회장이 증여세 탈세 문제로 골머리를 싸매고 있는 사이 회사 실적은 최악으로 곤두박질쳤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김 회장이 두 아들에게 거액의 주식을 물려주고 세금을 회피하는데만 골몰하다보니 보니 경영에 무관심해지면서 스스로 화를 키운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지난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롯데관광은 지난해 영업손실 63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순이익은 4년 연속 손실이다. 지난해 손실액은 105억원. 매출액은 442억원으로 전년대비 13.9% 증가했지만 수익성은 갈수록 적자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롯데 간판 떼라' 롯데그룹의 선전포고에 아픈 기억

2007년 롯데그룹이 자사 브랜드를 사용하는 비계열사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 계열사인 호텔롯데와 롯데쇼핑, 롯데제과는 롯데관광을 대상으로 서비스표권 침해 금지 등 청구소송을 냈다.

롯데 마크는 호텔롯데가 지난 1977년 서비스표 출원을 하면서 사용했으며 1978년 롯데그룹이 전 계열사에 보급하면서 그룹 브랜드로 사용돼왔다.

최근 롯데그룹 마크가 35년 만에 바뀌려고 한다. 롯데그룹은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기업 이미지(CI) 통합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지만 교체하는 이유가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업계의 추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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