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원 한국석유공사(이하 석유공사) 사장이 임기를 2개월여 남겨두고서 사의를 표했다. 정부는 강 사장 후임을 물색할 방침이지만, 정권 말이라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해진다.

강 사장은 지난 2008년 8월 석유공사 사장에 취임했다. 3년 임기를 마친 지난해 8월엔 해외 자원개발 성과를 인정받아 1년 연임에 성공했다. 당초 정부는 석유공사 업무의 중요성을 감안, 강 사장의 임기를 현 정부가 마무리되는 내년 초까지 추가로 보장하려고 했다.

하지만 강 사장은 "피로가 누적됐다"는 이유를 대며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6일 기획재정부와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강 사장은 지난달 말 정부에 사의 의사를 밝혔다.

일각에선 강 사장이 지난 4월 감사원 감사 결과에 대해 수차례 불만을 나타냈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지난 4월 공기업들이 16조 원이 넘는 거액을 투입해 해외에서 자원개발을 하고 있지만, 정작 해외에서 생산된 석유나 가스가 국내로 유입된 실적이 전혀 없다고 발표했다.

특히 석유공사의 경우 지난 2010년 말 기준으로 191개 해외 석유개발 사업에 15조원을 투입했지만 국내로 들여온 석유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형식적인 자주개발률 높이기에 치중했기 때문에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며 개선을 지시했다.

이에 석유공사는 자주개발률이 높아야 유사 시 해외에서 석유를 들여올 수 있는데도, 자료만 보는 감사원이 석유공사의 노력을 무시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석유공사 고위관계자는 강사장이 "임원 회의에서도 '도대체 그럼 석유공사는 무엇을 하란 것이냐'고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정부가 강 사장에게 "현 정부가 끝나는 내년 2월까지 사장직을 맡아줄 것"을 당부했지만 강 사장이 거절했다는 후문이다. 문제는 후임이다. 정부가 아무리 3년 임기 보장을 약속해도 정권이 바뀌면 알 수 없기 때문에 정치권 인사 외엔 관심을 갖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일부 언론에선 "정치권에서 하반기에 임기가 만료되는 일부 공기업 사장 자리를 노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지만 석유공사 관계자는 "강 사장이 연임도 했고, 누적된 업무 스트레스 때문에 사임한 것"이라며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한편 최근 감사원으로부터 특혜대출 의혹을 받은 김신종 광물자원공사 사장은 적극적인 해명과 보도를통해 자신과의 무관함을 밝히고 있지만 김 사장을 제외한 나머지 공기업 사장들은 내년 초까지 연임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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