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지방자치단체는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매월 둘째, 넷째 일요일을 대형마트 의무휴업일로 지정했다. 하지만 지난 24일 서울 송파구와 강동구의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들은 이날 정상 영업했다.
 
서울행정법원이 지방자치단체가 대형마트와 SSM의 영업시간을 제한한 처분에 대해 절차상의 문제를 들어 지난 22일 위법성이 있다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간 의무휴업의 부당성을 주장하던 대형유통 업체들의 행정소송이 전국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임에 따라 중소상인들은 “상생, 공생 등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판결”이라며 항소할 뜻을 보이고 있어 대형마트 등의 의무휴업에 대한 논란은 장기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절차상 문제로 취소 판결

지난 22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오석준 부장판사)는 롯데쇼핑, 이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들이 서울 강동구와 송파구를 상대로 낸 강제휴무 무효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강동구와 송파구에 있는 대형마트 6곳과 SSM 42곳 등 총 48곳은 지난 24일 영업을 재개했다. 이들은 앞으로 다른 법적 판단이나 행정조치가 내려질 때까지는 계속해서 정상영업을 할 것이다. 

물론 법원의 이번 판결은 지자체가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을 강제하는 데 근거가 된 ‘유통산업발전법’ 자체를 부정한 것은 아니다. 다만 지자체장의 권한을 제한하고 있어 상위 법령인 유통산업발전법과 충돌한다는 것이다.

조례는 매월 둘째, 넷째 일요일과 평일 오전 0시~오전 8시에는 영업을 금하고 위반에 따른 과태료까지 명시하고 있어 법원은 지자체장의 권한을 박탈했다고 판단했다. 유통산업발전법은 지자체장이 공익성을 판단하고 영업시간 제한 여부와 수준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법원은 또 이들 지자체가 대형마트에 영업시간 제한과 관련된 사전 통지를 하지 않았고 의견 청취 절차도 거치지 않는 등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중소상인, 법원 판결에 불만

그러나 중소상인들은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에 불만을 표하며 상생의지가 없는 대형유통업체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소상공인들의 생각이 고려되지 않았다며, 이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송파·강동구 뿐만 아니라 인천, 수원, 전주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대형유통 업체들의 행정소송 확산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소상공인단체연합회는 소상공인포럼과 함께 2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형마트·SSM 영업제한 위법 판결에 대한 소상공인업계 대응’을 발표했다.

유통상인연합회 측은 “이번 판결의 취지가 비록 절차상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일지라도, 강동 송파지역에서 이번 일요일 대형마트와 재벌슈퍼가 다시 의무휴업을 피해서 영업을 할 수 있게 됐고, 전국적으로 혼란이 불가피해져 법원 판결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시한다”며 “정부에서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해 지자체를 통해 법을 정했는데 서울행정법원의 이러한 판결은 상생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이번 판결이 절차상 문제를 지적한 것일 뿐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의 취지는 충분히 인정하고 있다는 점을 적극 알릴 계획이다. 마치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제도 자체가 부당한 것처럼 알려지는 것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또 유통상인연합회 측은 “경제민주화와 공정한 경제, 상생과 협력을 거부하고 있는 유통 대기업들은 자숙해야 할 것”이라며 “공익적 취지를 존중한다면 이번 판결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의무휴업 조치를 자율적으로라도 지속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소상공인 반발에 정치권 가세

한편 이 같은 대립 양상에 정치권도 가세했다. 민주통합당당 박용진 대변인은 25일 국회 현안브리핑을 통해 “서울행정법원의 대형마트 조례 관련 판결은 절차적 위법성을 지적한 것이지 규제의 정당성을 문제 삼은 것은 아니다”며 “이를 빌미로 영업을 일제히 재개한 대형마트들의 태도는 전통시장이나 골목상권이야 어찌되든 나만 살겠다는 태도로 지탄받아 마땅하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 “조례의 위헌성여부에 대해 논란이 있었는데 이번 판결에서 위헌 여부는 해소되어 규제의 정당성에 손을 들어준 것으로 이해해도 될 것”이라며 “경제가 어려울수록 공생의 지혜를 찾아야 한다. 나만 살겠다는 태도로는 공멸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대형유통업체가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또 지난해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위원장으로 유통산업발전법 입안을 주도했던 민주통합당 김영환 의원은 2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의 판결은 지자체 시행 과정에서 발생한 절차상의 문제로, 각 지자체에 보내는 정부의 조례 표준안이 정교했다면 이번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대형마트와 SSM 등이 이번 판결을 악용해 입법 취지와 정신을 훼손하거나 유통법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한다면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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