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택희(77) 극동학원 설립자 겸 명예총장이 100억 원이 넘는 교비를 횡령한 혐의로 구속됐다. 청주지검 충주지청은 수백억 원대의 학교 공금을 횡령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로 류 명예총장을 구속했다고 16일 밝혔다. 물질문명의 사회에서 홍익인간의 교육이념으로 참된 인재를 양성하겠다던 류 명예총장의 공금을 횡령 내막을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널리 사람을 복되게 하는 홍익인간의 정신은 교육자로서 늘 갖고 있던 생각입니다. 홍익인간은 물질문명의 급격한 발전으로 잃어가는 인간 본성을 회복하는 데 좌표로 삼아야 할 정신입니다.” 올 초 류 명예총장이 한 언론을 통해 한 말이다. 홍익인간 정신을 통해 ‘이윤추구’가 아닌 ‘인륜추구’를 교육하는 것이 참 교육이라는 것. 그러나 류 명예총장이 본인의 삶으로 학생들에게 가르친 것은 과연 무엇일까. 

감사원은 지난해 7~9월 ‘대학 재정운영 투명성 점검 검사’를 실시하고 50여 개 대학 재단에서 교비 횡령 등 각종 탈법과 비리가 있는 것으로 판단, 대학 내부 금전비리에 초점을 맞춰왔다. 이와 함께 지난해 11월 류 명예총장 일가가 학교를 운영하며 교비를 빼돌려 부동산을 매입한 혐의가 있다며 대검찰청에 수사를 의뢰했고, 대검은 이 사건을 충북 음성의 극동대, 강동대 관할 검찰인 충주지청(지청장 김창희)에 배당해 수사를 진행해왔다.

검찰은 지난달 25일 류 명예총장의 자택과 대학본부 등 6~7곳을 압수수색하고 학교법인 재무담당자 등을 불러 금전거래 내역 등을 확인했다.  류 극동대 명예총장은 과천외고와 강동대학의 이사장으로 있으며, 류 명예총장의 처와 아들이 각각 극동대의 이사장과 총장으로 재직중이다. 또 류 명예총장의 딸은 강동대학의 총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검찰과 감사원에 등에 따르면 류 명예총장 일가는 지난 2008년부터  2010년 초까지 극동대와 강동대, 과천외고 교비 100억여 원을 빼돌려 토지나 건물 구입 등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류 명예총장 일가는 또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각 학교의 교내외 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시공 능력이 없는 건설업체를 선정, 학교 측에 손해를 끼친 혐의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류 명예총장 등은 관련 대학의 교비를 특별수당 명목으로 사용하거나 자신들이 이사장 또는 총장으로 있는 학교 간의 채무 관계 등 금전 거래 내역을 왜곡해 100억원 상당의 배임 혐의도 받고 있다. 사건 이후에도 류 명예총장은 건설회사를 경영하면서 관련 학교의 시설공사 수주를 수의계약으로 발주받아 40억원의 차익을 남기기도 했다.

검찰 측은 압수한 서류 등을 정밀 분석해 정확한 횡령규모 등을 확인하는 등 조사과정에서 류 명예총장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를 다수 확보해 영장발부까지 이끌어냈다고 전했다. 검찰 관계자는 “다수의 학교 관계자들이 그의 횡령 행위에 적극 개입했고 심지어 알아서 돈을 만들어 준 사례도 확인되고 있다”며 “횡령한 재산이나 범행 가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류 명예총장 측은 검찰 조사에서 “업무 착오일 뿐 불법인 줄은 몰랐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검찰수사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청와대 민정수석 출신 등이 포함된 변호인단을 구성한 것으로 알려져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한편, 류 명예총장은 2002년에도 교과부 자체검사 결과 모 대학의 교비 70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 이사장을 사임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교육과학기술부는 류 명예총장의 재단 이사장 연임을 승인해주고, 사회적 비판이 일자 뒤늦게 류 명예총장의 임원 취임을 취소, 관련 공무원들을 문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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