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사업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던 지난해 말 중견 IT서비스기업인 DK유엔씨는 MRO사업으로 버젓이 호황을 누려온 것으로 알려져 빈축을 사고 있다.

DK유엔씨는 동국제강의 시스템통합(SI) 계열사다. 1997년 탑속정보통신으로 설립된 이후 2005년 동국제강그룹 계열사에 편입되면서 DK유엔씨로 재탄생했다.  DK유엔씨의 지분은 장세주 동국제강그룹 회장이 15%, 장 회장 동생인 장세욱 유니온스틸 대표가 15%를 보유하고 있다.

DK유엔씨는 지난해 11월부터 동국제약을 상대로 MRO 사업을 시작했고, 올해는 동국제약그룹의 계열사인 유니온스틸 등으로 대상 기업을 확대하고 있다.

DK유엔씨는 동국제강의 유지, 보수, 운영에 필요한 물품이나 인력을 조달하며 중간 마진을 매출로 흡수한다. 이를 통해 동국제강그룹은 지난해 매출 2000억 원을 달성했다. 전년도 매출 1060억 원의 2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동국제강그룹의 지난해 매출 증가분 중 약 30%는 MRO사업을 통해 얻어진 것이다. 실제 금융감독원 공시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DK유엔씨는 매출의 45% 가량은 동국제강과의 거래를 통해 발생하기도 했다.

또 DK유엔씨는 올해 다른 계열사로 MRO사업을 확대하고 있어 비슷한 수준의 매출 증가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재계에서는 DK유엔씨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DK유엔씨가 MRO 사업에 진출한 시기 다른 대기업들은 MRO 사업에서 손을 떼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사소한 물품까지 MRO 계열사를 통해 구입하며 중소상인들을 옥죈다는 논란이 한창 있었다.

당시 대기업의 MRO 사업에 대해 중소기업계와 정치권, 정부까지도 재벌 그룹이 MRO 사업에서 손을 떼도록 압력을 가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웅진그룹, 한화그룹, STX그룹 소속 계열사의 부당지원행위에 과징금 총 60억원과 함께 시정명령을 내렸고 동반성장위원회는 수차례에 걸쳐 사업이양 등을 권고했다.

이에 대기업들은 MRO사업을 정리했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도 DK유엔씨는 MRO사업을 손에 꼭 쥐고 있었던 것. 이는 중견기업으로서도 마땅히 따라야 할 사회적 기류를 무시하고 MRO를 통한 매출 증대를 꾀한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DK유엔씨 측은 “사회적 흐름에 반한다기보다 구매 혁신 차원의 일환으로 MRO사업을 신설하고 확장시키는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더불어 이 관계자는 “여타 대기업 처럼 중소기업의 피해를 주지 않을 정도의 미미한 규모”라며 “공정한 입찰 제도를 하고 있다”고 애써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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