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 계열사인 웅진코웨이를 매각한 웅진그룹(회장 윤석금)이 차기 주력업체인 웅진폴리실리콘까지 매각설에 휘말리면서 성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23일 웅진그룹의 지주사인 웅진홀딩스는 조회공시를 통해 “그룹 구조조정 차원에서 웅진폴리실리콘 매각을 검토 중에 있으나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웅진그룹의 순이익은 2009년 1,673억 원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지난해 대규모 순손실로 돌아섰다. 올 상반기에도 596억 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계열사별로는 웅진식품을 제외하고 웅진씽크빅, 렉스필드, 웅진에너지 등이 모두 순손실을 기록했다.

웅진의 미래주력사업이 자금 때문에 골치덩이로 전락

웅진그룹은 지난해 약 7,200억 원을 투자해 경북 상주에 연산 7,000톤 규모의 폴리실리콘 공장을 짓는 등 과감한 투자에 나섰다. 하지만 웅진폴리실리콘을 매각하게 되면, 향후 그룹의 성장성이 불투명해진다.

웅진그룹이 웅진폴리실리콘 매각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부채비율이 높아져 대출금 상환이 빠듯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우리은행, 정책금융공사 등에서 3,100억 원의 자금을 빌린 웅진폴리실리콘은 최근 태양광 업황 악화로 부채비율이 높아지며 대출금 상환 요구를 받게 됐다.
 
그래서 웅진그룹은 그룹의 모체인 웅진코웨이를 매각하는 초강수를 선택했다. 지난 16일 그룹내 가장 큰 캐시카우인 웅진코웨이 지분 30.9%를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로 1조2,000억 원에 전량 매각했다.

하지만 웅진그룹의 유동성 위기감은 여전하다. 웅진코웨이는 세금과 기타비용을 제외한 1조 원 가량이 다음달 말경 유입될 예정이지만 현재 재무구조 개선에 사용하기도 급급한 실정이다.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웅진홀딩스가 1년 내 갚아야 할 단기차입금이 6,450억 원. 계열사인 극동건설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지급보증도 지난해 말 기준 6,370억 원에 달한다. 또 웅진코웨이를 매각하면서 웅진케미칼 지분을 되사오는 데 2,000억 원 안팎이 소요된다.

일부 증권 금융업계 관계자는 “웅진그룹은 웅진코웨이를 매각한 후 웅진씽크빅과 웅진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투톱 체제로 변신할 것으로 예측됐다”며 “만약 웅진폴리실리콘을 매각하면 태양광은 빠지고 태양광모듈사업만 가능하게 돼 그룹의 성장성에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웅진그룹은 더욱 더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웅진폴리실리콘을 매각할 경우 약 7,000억 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차입금 상환 등에 사용하면 실제 유입되는 돈은 수백억 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여 웅진폴리실리콘을 매각하더라도 손에 쥐는 돈이 많지 않다.

재무압박에 캐시카우 웅진코웨이 매각했지만…효과는?

MBK파트너스는 웅진코웨이 지분과 경영권을 함께 인수한다. 자금은 1조2000억 원이 그대로 웅진그룹에 넘어간다. 웅진그룹이 당초 확보했던 웅진코웨이 경영권을 MBK로 넘기는 대신 좀 더 빨리 매각대금을 수혈받을 수 있다는 이득을 취했다. 하지만 웅진그룹의 재무적인 리스크는 여전해 보인다.

웅진그룹이 웅진코웨이 매각 대상자로 KTB PE(사모펀드) 대신 MBK파트너스를 최종 선택했다. 경영권을 유지하면서 지분을 넘기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한 KTB PE에 대해 연기금 등 재무적 투자자들이 자금집행을 꺼렸다.

투자은행 업계에선 시간과 경영권 포함 여부가 매각 협상자 변경에 결정적인 이유가 된 것. 향후 투자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한 재무적 투자자들 때문이다.

게다가 웅진홀딩스의 신용등급 하락 및 극동건설의 자금 사정 등 시급한 유동성 확보도 웅진그룹이 매각 대상자를 변경한 이유다.

NICE신용평가는 지난 8일 웅진홀딩스의 장기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낮췄다. 지난해 7월 ‘부정적’ 꼬리표가 붙은 지 1년만이자 KTB PE로의 매각이 결정된 이후다. 웅진홀딩스는 2009년초 ‘A’에서 ‘A-’로 떨어진 지 3년만에 BBB급으로 강등됐다.

이경화 연구원은 “건설과 태양광 부진으로 그룹 전반의 사업과 재무위험이 확대됐다”며 “웅진코웨이 매각 효과도 제한적”이라고 등급하향 이유를 설명했다.

웅진그룹이 KTB 대신 MBK파트너스를 선택한 또 다른 이유는 시간 문제다. 최종 결정은 10월 중순에나 확정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MBK파트너스와 재협상을 진행하면 본계약을 9월 28일까지 맺기로 했다. 한달여 정도 빨리 자금집행이 가능해졌다.

무엇보다 재무적투자자 유치에 경영권 포함 여부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MBK파트너스가 웅진코웨이를 인수할 경우 경영권도 함께 가져간다.

결국 유동성 위기에 몰린 웅진그룹이 웅진코웨이에 이어 미래전략사업인 웅진폴리실리콘도 매각하면서 그룹의 성장성에 제동이 걸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증명한 꼴이 됐다. 또 웅진코웨이 매각으로 급한 불은 껐지만 유동성 위기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금융 관련업계 관계자는 “웅진그룹의 진짜 문제는 웅진코웨이의 매각대금에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그룹의 주축인 건설과 태양광산업이 언제 회복될지 모르는 상황에 영업활동을 위해서 적정한 투자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웅진코웨이를 파는 웅진그룹으로서 재무적으로 개선될 수 있지만, 웅진코웨이에 대한 경영권이 사라진다는 점은 딜레마가 될 것”이라며 “우량 자회사인 웅진코웨이없이 웅진그룹이 과연 어떻게 살아남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