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신라(대표 이부진)가 서울 한양도성(서울성곽) 주변 국유지를 면세점 주차장 부지로 사용해 온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국유지 사용의 정당성 여부와 서울 성곽 훼손 가능성 등 문제가 제기됐다.

서울성곽 인근에 위치한 호텔신라는 성곽 부지인 서울 중구 장충동2가 200-85번지를 주차장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호텔신라는 2006년 면세점 건물을 신축하면서 성곽 주변에 있던 노후화된 건축물을 철거하고 주변 개선과 함께 그 자리에 주차시설을 설치할 것을 문화재청에 제안했다.

제안 사항은 문화재위원회의 두 차례의 심의를 거쳐 조건부 가결됐고, 성곽 부지 307.21㎡를 주차시설 공간 확보용으로 올 12월4일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됐다. 통상 공공성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 국유지를 임대하는 것과는 다른 사례다.

호텔신라 주차장이 성곽 보존 행위?

서울성곽은 조선 시대 서울을 둘러쌌던 도성(都城)으로, 1963년 1월21일 사적 제10호로 등록됐다. 하지만 성곽 옆에 호텔신라 주차시설이 들어서면서 차량 통행에 따른 진동 등으로 성곽이 무너지고 훼손될 우려가 제기됐다.

또 국가 및 관계당국은 관계 법률에 따라 문화재 보존 관리 활용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공유재산 사용 허가를 내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유재산이 문화재 보존과 관계 없는 신라호텔 주차장 시설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어 적법성 여부가 문제가 된다. 


이와 관련 문화재청 고도보존팀 담당자는 “부지가 보호구역에 속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국유재산 사용에 관한 법률은 ‘보호구역’ 내 재산에 관한 규정이 아닌, 국유재산 전체를 대상으로 한 조항이다.

문화재보호법 제84조는 ‘문화재의 보존·관리·활용 또는 전승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국유 또는 공유재산을 대부·사용 등 임대가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국유지 사용 허가에 근거가 되는 국유재산법 제30조 역시 ‘보존목적의 수행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만 사용 허가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유재산 사용에 대한 단서대로 ‘호텔신라의 주차장 시설 공간 사용이 성곽의 보존에 필요한 행위인지’를 문화재청 담당자에게 질문하자 담당자는 임대수익을 목적으로 부지를 임대했다고 밝혔다.

이 담당자는 “해당 부지는 주변 호텔신라 시설 등으로 다른 용도로는 사용할 수 없는 유휴지”라며 “자원을 낭비하기보다 임대를 통해 수익을 거둬들이는 편이 낫다는 판단”이었다고 설명했다. 문화재청은 해당 부지의 임대 대가로 연 5400만원 가량의 수익을 호텔신라로부터 거둬들이고 있다. 누적 2억5000만원 가량의 임대수익이 있었다.

성곽 훼손 영향평가 없이 주차장 승인 

차량 통행에 따른 진동 등 성곽 훼손 가능성에 대해서는 “해당 부지는 보호구역 밖에 위치한 국유지 부분으로, 성곽 안의 주차장 부지는 성곽 바깥 도로 보다 성곽으로부터 멀리 떨어져있어 진동 등 영향은 도로쪽 보다 덜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호텔신라의 면세점 주차장 건물은 성곽 외벽으로부터 불과 19.2m 떨어져 있다. 근접한 도로가 있어 기존에 차량 진동이 있었다면 추가적인 영향 검토는 더욱 필요시 되는 곳이다. 담당자는 2006년 당시 문화재위원회의 심의가 충분히 진행돼 승인이 내려진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2006년 당시 문화재위원회의 회의록을 확인한 결과 검토 의견은 △미관개선에 이바지하고 문화재보호를 위한 앙각규정에도 저촉되지 않는다 △현재보다 훨씬 개선된 모습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조경설계 시 기존의 지형과 수목을 잘 고려해 가능한 교목식재 위주로 고려하면 좋을 듯 하다는 것이 전부였다.

즉, 허가 당시 진동 등으로 인한 성곽의 훼손 가능성은 전혀 검토된 바 없음을 알 수 있다. 앙각규정은 문화재 인근 100m 안에 건축물이 들어설 경우 건축물은 문화재 경계에서부터 그은 27도 사선보다 높게 지을 수 없다’는 서울시 문화재보호법 관련 조례다.

이와 관련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강동원 진보정의당 의원은 지난 23일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 국유지는 공공성이 있는 경우에 한해 임대된 사례는 많지만 호텔신라의 경우처럼 기업의 장사를 위해 임대된 경우는 없다”며 “성곽 주변 차량 이동으로 인한 진동 등으로 성곽이 무너지고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강 의원은 문화재청을 상대로 “신라호텔에 특혜를 제공하고 문화재를 보호해야 할 의무를 망각했다”며 “계약 만료일 이후 원상 회복하고 사용 연장을 취소할 것”을 요구했다.

문화재청 측은 “오는 12월4일 계약 만료일을 기준으로 기존 다른 재산 사용과 동일하게 검토를 하고 성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방향으로 조치할 것”이라며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반면 호텔신라 측은 “이후의 계획에 대해 아직 논의된 바 없다”며 말을 아꼈다.

 

저작권자 © 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