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이석구 기자] 밸브(Valve)의 스팀박스(Steam Box)는 IT 미디어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제품이면서도 실제로 알려진 것이 놀라울 정도로 적은 제품이다. 밸브의 스팀박스는 반 콘솔 하드웨어 개념으로, 향후 비디오 게임의 지형도를 재정의할 잠재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물론, 밸브의 사장 게이브 뉴웰은 게임 산업에 관한 화려한 설명 및 밸브의 위상과 함께 자사의 계획에 대하여 다소 모호하게 설명하긴 했다. 또한 밸브는 리눅스용 스팀과 빅 픽처(Big Picture) 모드를 출시하면서 스팀박스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기도 했다.

리눅스용 스팀은 새로운 하드웨어의 야심 찬 OS로써 사용될 것이다. 빅 픽처 모드는 거실의 TV 등 대형화면 기기에서 밸브의 스팀 서비스를 손쉽게 제어할 수 있다. 하지마 밸브는 하드웨어 기능, 기술 사양, 가격 등에 관한 세부사항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스팀박스의 공개 일정에 대해서도 언급이 없었으며, 다만 뉴웰이 4개월 안에 프로토타입이 공개될 수 있다고 밝혔을 뿐이다.

지난 주, 밸브와 모듈형 PC 제조업체인 Xi3(Xi3 Corporation)이 공개적으로 충돌하면서 상황이 더욱 불투명해졌다. 밸브는 지난 해 Xi3에 투자를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Xi3의 제품에 “관여한 바 없다”고 밝혔으며, 여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스팀박스의 기준 설계로 생각했던 1,000달러짜리 게임용 PC 피스톤(Piston)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에 대해, Xi3는 기자회견을 통해 피스톤에 리눅스보다는 윈도우를 사용하면서 양사 간에 의견 차이가 있었다고 밝혔다.

우리는 결론을 얻기 위해 Xi3와 연락을 취하고 게임기 계획에 대한 밸브의 이전 성명들을 모두 분석해 보았다 (밸브는 자세한 사항에 대한 언급은 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제 좀 더 명확하게 분석해 보자.

스팀박스에 관한 많은 이야기와 부족한 세부사항

밸브는 스팀박스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계획을 개괄적으로 설명했다. 이 용어는 밸브가 개발한 리눅스 기반의 게임기를 의미할 수 있지만, 다른 PC 제조업체들이 밸브의 승인을 얻어 개발하는 다양한 제품일 수도 있다.

지난 1월, 더 버지(The Verge)와의 인터뷰에서 뉴웰은 스팀박스의 3가지 분류에 관해 설명했다: "굿"은 약 99달러의 가격으로 네트워크로 연결된 다른 PC로부터 게임을 스트리밍할 수 있는 박스를 위한 것이며, "베터"는 약 300달러의 가격으로 그 사양을 밸브가 엄격히 관리하는 시스템을 위한 것이며, "베스트"는 더욱 강력한 PC 게임기로 사양에 제한이 없다. 밸브의 자체 박스는 베터 분류에 속할 것이라고 뉴웰이 밝혔다.

밸브의 승인을 얻으려면 다른 PC 제조업체들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부분은 아직까지 분명하지 않으며, 현재까지 스팀박스의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무엇인가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업체도 전무한 상태이다.

또한 뉴웰은 게임 컨트롤러에 내장된 생체측정 피드백과 가정에서 스팀박스의 하드웨어를 다른 디스플레이 장치를 위한 게임 서버로 사용할 수 있는 기능 등 일부 독특한 스팀박스만의 멋스러운 부가기능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하지만 이것이 모든 스팀박스에 적용되는 구체적인 계획인지 아니면 단순한 영감인지에 대해서도 역시나 불분명하다.

어쨌든, 게임기와 유사한 폼 팩터를 가진 완전한 게임용 PC인 Xi의 피스톤은 그 어떤 분류에도 속하지 않고 있다.

Xi3의 CMO 데이비드 폴리티스는 "보도에 따르면 게이브 뉴웰은 굿(Good), 베터(Better), 베스트(Best)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하지만, 우리가 정말로 그런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폴리티스는 피스톤이 "스팀에 최적화"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것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피스톤은 스팀의 빅 픽처 모드에 의존하는 대신에 스팀뿐만이 아니라 다른 게임과 비디오용 서비스를 지원하는 자체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탑재할 것이다.

윈도우 친화적?

대부분의 PC 게임은 리눅스에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서드파티 스팀박스로 윈도우를 구동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문제이다. 뉴웰은 지난 12월 코타쿠(Kotaku)와의 인터뷰에서 2013년에는 다른 업체들이 거실용 PC를 판매할 것으로 예상되며, 해당 PC에서 스팀을 구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윈도우"라는 단어는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뉴웰은 더 버지와의 인터뷰에서는 윈도우 8을 "큰 슬픔"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밸브는 스팀박스를 마이크로소프트의 운영체제에서 구동하는 것에 대해 개방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듯 하다.

그렇다면 왜 Xi3의 윈도우 사용이 밸브의 비전에 반하는 것일까? 폴리티스는 이에 대해 밝히지 않았으며, 단지 Xi3의 디바이스가 윈도우를 기반으로 할 것이라는 점만 확실히 했다. 폴리티스는 "결국, 오늘날 설치되어 있는 대부분의 운영체제와 애플리케이션은 윈도우에서 구동하고 있다"며, "지원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공개적인 설전에도 불구하고 Xi3는 밸브와의 협력을 배제하지 않았다. 폴리티스는 "우리와의 관계는 그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정보통의 예상에 따르면 밸브는 자체 하드웨어를 포함하여 리눅스 기반의 스팀박스가 출시될 때까지 당장으로써는 윈도우 기반의 기기를 "베스트" 분류로 홍보할 생각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Xi3는 현재 연휴기간의 제품 출시에 맞춰 사전 예약을 받고 있으며, 폴리티스는 지금까지의 반응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 수요를 충족시키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마도 Xi3는 단지 밸브가 준비를 완료할 때까지 기다리고 싶지 않았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왜 스팀박스가 중요한가

비록 많은 점들이 여전히 불분명하긴 하지만, 스팀박스가 게이머들과 미디어 사이에 어느 정도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는지는 확실하다. 여기에는 스팀의 다운로드 가능한 게임 플랫폼과 온라인 네트워크에 투자한 밸브의 충성스러운 사용자들이 한몫 했다. 기존의 PC 게임, 진행 상황, 친구 목록을 거실용 기기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아주 흥미로운 일이다.

EEDAR의 분석 담당 부사장 제스 디브니치는 스팀이 유통점이나 디스크 기반의 게임을 갖고 고민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디지털 배포에 있어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전통적인 게임기 제조업체들은 물리적 창고를 고려하고 가격을 낮추기 위해 유통매장과 협력해야 하는 반면에, 밸브는 게임 공급업체와 협력하여 막대한 할인과 프로모션을 제공할 수 있다. 디브니치는 이런 방식의 판매 덕분에 밸브가 "사람들의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굳히게 되었다고 평가했다. 물론 하프라이프, 포털, 팀 포트리스 2, 레프트 4 데드 등을 개발한 제작사라는 점도 밸브의 이미지에 한 몫 했다.

디브니치는 "이는 결국 비즈니스의 기본에 관한 이야기이다"라며, "밸브는 사용자 기반의 매우 강력하기 때문에, 사용자들에게 광범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디브니치는 스팀박스를 둘러싼 또 다른 흥미로운 점이 출시 시기라고 말한다. 현재는 이전의 주기보다 훨씬 오랫동안 이어져 온 기존 게임기 하드웨어 주기의 막바지에 다다랐기 때문에 새로운 것에 더 큰 관심이 쏠릴 것이다. 디브니치는 "사람들은 여전히 비디오 게임을 원하지만, 단지 무엇인가 다른 새로운 것을 원할 뿐이다"라고 덧붙였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소니가 차세대 게임기를 출시하면 관심이 줄어들까? 그럴 수도 있지만, 스팀박스는 여전히 막강한 팬층과 원활한 다운로드를 지원하는 게임 스토어와 인디 게임, 모드, 무료 게임으로 무장한 강력한 경쟁자일 수도 있다. 현재 가장 필요한 것은 스팀박스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확실한 증거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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