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박기석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의 경질 소식이 전해졌다. 연임한 지 4달 만이다.

삼성그룹 측은 “지난달 26일 발생한 물탱크 파열사고의 책임을 물은 것”이라면서 ‘안경환경 강화 종합대책’까지 내놨다.

하지만 건설업계와 증권업계는 상반기 대규모 적자 쇼크에 따른 문책성 인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올해 내내 이어지고 있는 삼성엔지니어링의 적자와 주가 급락 문제를 박 전 사장에게 물었다는 것.

실제로 삼성엔지니어링의 지난 1분기 영업손실은 2198억 원에 달했고, 당기순손실 역시 1805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발표된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2분기(잠정) 역시 887억 원의 영업손실과 928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이 3085억 원에 이르고 당기순손실 역시 2733억 원에 달한다는 말과 같다.

지난해 3분기와 4분기라고 이익을 본 것도 아니다. 지난해 3‧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 13% 감소했다.

영업이익의 감소는 박 전 사장이 중동에서 벌인 계약으로 인한 원가 손실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시 박 전 사장은 해외수주를 늘리고자 저가 계약을 체결했었다. 해외 공사 저가 수주 문제가 심화되자 삼성 그룹은 직접 삼성엔지니어링 경영 진단에 나서기도 했다.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주가라고 올랐을 리 없다. 올해 1월 주당 16만7000원이던 주가는 현재 8만5000원까지 급락했다. 올초 대비 반토막 난 것. 지난달 9일에는 6만7500원까지 떨어지며 최저를 찍기도 했다.

최저 주가를 기록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인명사고까지 겹쳤다. 경질 이유였던 ‘울산 물탱크 사고’는 15명의 사상자를 냈다.

그래서일까. 일각에서는 “박 전 사장의 경질 이유가 안전사고 때문만은 아닐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삼성이 안전환경 문제로 사장 급을 경질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라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회사 관계자도 대표이사 교체에 대해 “여러 악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삼성엔지니어링 측은 2일 <뉴시안>과의 통화에서 “안전사고 문제로 경질된 걸로 알고 있다”면서 “그룹에서 발표한 내용 이외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3년 내내 매출 증가, 상반기 적자 한번으로 OUT?…‘이건희가 너무해’

이번 인사에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너무 ‘가혹’한 처사 아니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박 전 사장은 지난 2010년 취임 이후 각각 38%, 94%, 23% 매출 증가율을 기록하며 좋은 성적을 냈다. 하지만 상반기 적자를 이유로 연임 4달 만에 끌어 내린 건 너무했다는 평이다.
 
특히 박 사장은 이날 서울 강동구에 있는 본사로 출근했다가 그룹으로부터 경질 사실 통보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사장 경질 소식이 전해진 2일 삼성엔지니어링의 주가는 84400원으로 전일 대비 4.2% 상승했다. 이를 두고 삼성물산의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인수설까지 돌고 있다. 연일 하락하는 주가를 보고 있을 수만은 없어 그룹 차원에서 조치를 취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는 것.

한 증권사 연구원도 “삼성엔지니어링 주가 상승은 펀더멘털 이슈는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전날부터 삼성물산이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인수한다는 루머가 돌았고 이 때문에 삼성물산은 약세, 삼성엔지니어링이 강세를 보이는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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