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 하나의 가치가 한 때 120만 원을 훌쩍 넘었다. 이 동전은 이름만 동전일 뿐 눈에 보이지도 않고 잡을 수도 없다. 오로지 전기적 신호에 의해서만 존재한다.

비트코인을 가장 간단하게 얘기하면 주식이다. 1주가 1BTC를 의미하고 평가액이 BTC의 가격을 대체한다. 이 주식을 이용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구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예를 들면 국내 최초의 비트코인 사용 가능 점포인 프랜차이즈 빵가게에서 1000원짜리 빵을 집고 비트코인으로 계산하면 0.000813BTC를 스마트폰에 설치된 전자지갑 앱으로 점주에게 전송하면 된다.

BTC의 가치는 매일매일 달라져 1000원짜리 빵이라도 결제하는 BTC는 달라진다.

비트코인, 현실에서 존재하지도 않고 발행 주체도 없는데 화폐로써의 기능은 할 수 있는걸까?

비트코인의 가치는?

비트코인은 이미 알려진 것처럼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정체불명의 사람이 만든 디지털 화폐로 2009년 부터 발행되기 시작해 현재 1200만 BTC(비트코인 단위)가 유통되고 있고 최종적으로 2100만 BTC까지만 발행되도록 만들어져있다. 발행량이 정해져있기 때문에 화폐의 기본적인 속성인 '가치'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사실 비트코인이 유명세를 떨치게 된 것은 그리 오래 전 일이 아니다. 2009년 1월 발행 당시 거래 금액은 1BTC당 4센트, 국내 언론에 본격적으로 소개될 당시 노르웨이의 한 청년이 24달러에 5000BTC를 구입했다고 소개되기도 했다.

비트코인의 상승 랠리가 시작된 건 지난 4월 유럽연합이 키프로스 구제금융안을 논의하면서부터다. 유럽연합이 은행 예금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발표하자 투자자들은 대체 투자자산을 찾기 시작했다.

비트코인의 수요가 스페인에 집중되자 가치는 금세 260달러 선까지 치솟았다. 이후 100달러 선에서 안정된 모습을 보이다 8월 독일 금융위원회가 비트코인 자산 인정, 중국 대형포털 바이두의 결제를 허용하면서 비트코인의 몸값은 서서히 상승했다.

특히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지난달 18일 "위험성이 있긴 하지만 통화수단으로 인정할만하다"며 화폐로서 긍정적으로 평가하자 비트코인의 가치는 급상승했다. 금융전문가들은 미국인들의 중앙은행에 대한 불신이 그대로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이 전자화폐가 만들어지는 곳은 인터넷과 연결된 복잡한 암호화 프로그램. 암호를 풀기만 하면 지갑에 차곡차곡 쌓이니 사용자들은 암호해독 과정을 '채굴(Mining)'이라 부르고 있다. 일종의 금광으로 규정하고 누구나 컴퓨터라는 곡괭이로 금맥에 뛰어들 수 있는 데 빗대  이름지었다. 채굴한 금의 일부가 신고 되지않고 개인 소유로 돌아가듯 비트코인의 소유는 모두 비밀에 부쳐진다.

그렇다고 비트코인을 불법 화폐로 규정짓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익명이 보장되는 것은 개인의 지갑이지 화폐가 아니다. 오히려 전자화폐의 특이점을 살려 생성부터 현재까지 지나온 과정을 그대로 기록한다.

비트코인의 거래

비트코인에는 소유자의 지갑 주소를 기록하고 있고 P2P(Peer to Peer)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전달될 때 그 기록을 누적해서 저장한다. 사용할 때 현 소유주까지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끊어진 곳은 없는지 확인하기 때문에 훔치더라도 사용할 수가 없다.

기록된 연결고리들은 자연스럽게 자금 추척을 쉽게 만들어준다. 지갑의 소유주만 확인이 되면 금융실명제보다 더 투명한 거래가 가능하다.

거래 역시 개발단계부터 소숫점 8자리까지 분할할 수 있게 만들어 이후 물질통화의 디플레이션 상황을 해소했다.

다만 비트코인의 가치가 지금은 현물에 비해 너무 높이 평가되고 있고 이후 꾸준히 상승할 경우 소숫점 6자리를 의미하는 사토시 이하의 단위에 대해서는 거래가 힘들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이 가지는 취약점은 거래가능한 최소단위뿐만이 아니다.

내 지갑이 인터넷 상에 드러나있는 이상 해킹에 대한 불안은 늘 이어진다. 3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온라인 암거래 사이트인 '쉽 마켓플레이스'가 해킹으로 인해 5400BTC를 도난당했다고 보도했다. 이 사건으로 사이트가 폐쇄되면서 이용자들이 보유중이던 10만BTC도 함께 사라졌다.

비트코인의 장점인 익명거래 가능성과 무제한 거래규모, 국제적으로 동일한 가치 평가는 오히려 마약이나 총기구매, 재산 해외 밀반출, 뇌물제공 등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10월 미국 정부가 폐쇄한 마약 밀거래 사이트 '실크로드'도 이 점을 이용해 비트코인으로 익명거래하며 법망을 피해갔다.

비트코인은 물질통화처럼 발행주체가 없어 지급에 대한 보장성도 매우 취약하다. 주체가 없다는 것은 가치를 평가받지 못하면 금방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재산으로서의 물질통화를 대체하기 힘든 높은 장벽인 셈이다.

비트코인 미래는?

지난 2일 국내 언론에는 한국은행이 최근 비트코인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고 일반에 공개하는 방안이 검토됐다고 보도됐다. 보고서에는 비트코인이 기존 지급수단에 미치는 영향과 역할, 시나리오별 대응책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한은은 호기심 차원에서 조사를 벌였는데 최근 한 달 새 분위기가 급변하면서 시장이 한은의 입장을 주시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실물거래를 동반하지 않고 비트코인 자체만 거래되면거 가격등락이 이뤄지는 것은 전형적인 투기현상인 만큼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도 연달아 비트코인에 부정적인 발표를 내놓고 있다.

전세계 거래량의 30%를 차지하는 중국에서는 인민은행이 "비트코인은 통화당국이 발행한 것이 아니어서 법적으로 보장할 수 없다. 금융기관들은 예금이나 보관, 담보 등 비트코인과 관련해서 서비스를 제공할수 없다"고 밝혀 사실상 중국 내 공식적인 유통은 중단됐다.

프랑스 중앙은행인 뱅크오브프랑스(BOF) 역시 "비트코인 투자가 금융안정성을 흔들 리스크가 있다"고 5일 보고서를 통해 비판했다.

비트코인에 대한 기사는 연일 이어지고 있다. 반면 국내의 거래량은 크게 늘어나지 않은 채 사용처도 1곳에 그치고 있다. 물론 1BTC의 가격 자체가 워낙 높게 매겨진 탓도 있겠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말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비트코인을 과거 17세기 네덜란드에서 일어난 '튤립 버블'과 비교하기도 한다. 단기간에 급등한 가격과 재산 가치로 인정을 받을수 없다는 평가는 너무 닮아있다. 튤립버블의 결과는 순식간에 사라진 거품. 튤립의 가격은 최고가 대비 수천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마운트곡스(Mtgox)에서 5일까지만 해도 1200달러를 상회하며 안정세를 보이던 비트코인은 7일 오후 3시 기준(현지시간) 733 달러 수준으로 크게 떨어지며 심한 변동폭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한 비트코인 거래 사이트인 코빗(korbit)에서도 같은 날 82만3000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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