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꿔줄 테니 전세 살라'는 정부의 전세금 안심대출 정책이 지난 2일 출발 총성을 울렸지만 이에 대한 세입자의 반응이 뜨뜻미지근하다.

정부는 급등을 멈출 줄 모르는 전셋값과 '깡통 주택'으로 시름 하는 세입자를 위한 지난해 '12·3 부동산 후속조치' 일환으로 전세금 안심대출을 내놨다. 

전세금 안심대출은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 II'(전세금 반환청구권 양도방식)와 대한주택보증의 '전세금 반환보증'을 결합한 상품이다. 전세계약이 끝난 뒤 집주인이 한 달 내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거나 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경우 주택 보증이 책임지고 전세금을 대신 돌려주는 방식이어서 전세금을 떼일 우려는 없다.

아울러 '깡통 주택'으로 고민하는 세입자들에게는 전세금의 80%까지 시중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안전하게 빌릴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매매 수요가 전세 수요로 바뀌고 집주인이 손쉽게 전셋값을 올릴 수 있어 과도한 전세 대출로 전세난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세입자들은 제도 시행을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다.

우리은행은 전세금 안심대출 첫 판매일인 2일 우리은행 영업 창구 분위기가 한산했다고 3일 밝혔다. 이어 "전세자금 특수성 때문에 실적은 최소 일주일이나 열흘 정도 걸린다. 창구는 한산했지만, 고객문의는 있었다"고 덧붙였다.

공인 중개사 최승아씨도 최근 세입자들이 전세를 보러 왔다가 6억 원이라는 얘기를 들으면 당황하다가 매매로 돌아가는 성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세금 안심대출이 임대시장을 불안하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손쉽게 전세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만큼 매매를 고민하는 수요자를 전세시장에 머물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또한 정부의 주거 정책에 대한 기조도 문제점으로 제기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8월 정부가 취득세를 영구 인하하면 매매 시장 활성화와 함께 전세 수요가 매매로 돌아설 것이라며 내놓은 전·월세 대책은 시장에 혼란만 안긴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올해 전셋값의 증가 폭이 지난해보다는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미 68주 연속 고공 행진하는 등 상당히 오른 상태여서 세입자들의 체감도는 오히려 더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대출 시행으로 별도 재정 지원 없이 현금 흐름 및 보증구조 개선만을 통해 낮은 금리로 전세금을 보장할 수 있게 됐다. 이는 기존 전세 대출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며 "시행 초기인 만큼 지켜봐 줄 것"을 당부했다.

장재현 부동산 뱅크 팀장은 "아직 세입자의 움직임이 적은 것은 이사철이 아니기 때문일 수도 있다"며 "3월 전세 물량이 쏟아져나오면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임대 주택에 대한 개념이 전세로만 몰리고 있는데 이를 완화할 방법을 찾아야 하며 전세금을 안정시키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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