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 sisazum=박신애 기자)

2014년 2월 18일. 대구지하철참사가 발생한지 11주년 되는 날이다.

정확히 11년 전 오늘, 대구 중앙로역에서 발생한 지하철 화재로 192명이 사망하고 21명이 실종, 151명이 부상을 당하는 대참사가 발생했다.

그리고 다시 오늘, 한국은 전일 발생한 ‘경주 리조트 붕괴 사고’로 시끄럽다.

경북소방본부에 따르면 17일 오후 9시 7분께 경북 경주의 마우나오션 리조트에서 체육관 지붕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부산외대 학생과 신입생 환영회 이벤트 회사 직원 등 10명이 숨지고 103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사망자는 △양성호(26·미얀마어과) △고혜륜(19·여·아랍어과) △강혜승(19·여·아랍어과) △박주현(19·여·비즈니스일본어과) △김진솔(19·여·태국어과) △이성은(20·여·베트남어과) △윤채리(19·여) △김정훈(20·미얀마어과) △박소희(19·여·미얀마어과) △최정운(43·이벤트회사 직원) 등 10명으로 알려졌다.

이날 사고 현장을 찾은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은 “사망자와 부상자 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사태 수습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경주 마우나오션 리조트를 운영하는 코오롱그룹 이웅렬 회장 역시 이날 체육관 붕괴현장을 방문, 철저한 원인 규명을 약속했다.

이 회장은 “이번 사고로 생명을 잃은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부상자와 가족에게도 엎드려 사죄한다. 사고 원인 규명에 한 점의 의혹도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재미있는 것은 책임자며 대책반이며 ‘사고 원인 규명’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서는 ‘피해자가 목격자가 되는 것’도 문제되지 않아보인다.

    
역지사지. 선조들의 말대로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어떨까.

‘내가 피해자라면?’

사고 당시의 상황을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은, 경찰은, 기자는 그들을 향해 “더 생각나는 것이 없냐.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해 달라. 그 이외에 다른 것은 없냐”고 묻는다.

책임 여부와 사고 경위를 밝히는 게 사건 해결의 시작이자 끝인 것 같은 분위기다.

피해자에 대한 정신적 치료 등은 뒷전이다.

11년 전에도 다르지 않았다.

지하철 관계자, 지하철 기관사 등에게 책임을 물렸을 뿐 피해자의 정신적 충격은 방치돼 있었다.

외국은 대형 재난 경험자들을 위한 국가 차원의 상담기관을 운영한다. 미국은 9‧11 테러 피해자들을 위해 ‘정신적 트라우마 클리닉’을 운용하고 있다. 일본 역시 1995년 고베 대지진 피해자를 위해 ‘마음치료연구소’를, 2004년 니가타현 지진 당시 심리적 서비스를 진행했다.

상담기관 운영에는 다 이유가 있다. 사고를 당한 사람 이외에도 가족이나 목격자 등이 느끼는 심리적 불안과 죄책감 등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치료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 정부도 2006년부터 재난 피해 경험자를 위한 '재난심리지원제도'를 실시하고는 있지만 이용자는 드문 실정이다. 지금처럼 대형 사건이 발생해도 책임 공방에 집중해 이같은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사고 원인 규명, 중요하다. 안전문제를 소홀하게 생각했다면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원인규명과 비난으로 어수선한 분위기를 만들지는 않아야겠다.

원인 규명보다 먼저 이루어져야할 건, 피해자들의 정신적 안정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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