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 sisazum=이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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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밤 인천광역시 서구 연희동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아시아의 미래를 말하다'라는 주제로 펼쳐진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개막식은 아시아뿐 아니라 세계에 퍼지고 있는 한류(韓流)를 전면에 내세웠다. 드라마, 영화, K팝을 이끌고 있는 대중문화 한류스타들이 대거 출연했다. 새롭게 뜨는 한류인 클래식, 뮤지컬스타들도 어우러졌다. 
 
오후 7시19분 카운트다운 이후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굴렁쇠 소년'이 영상에 등장하면서 개막식이 시작됐다. 이번에도 역시 굴렁쇠가 등장했다. 대신 소년이 아니라 소녀였다. 리듬체조 선수 김민이 주인공이었다. 김민이 굴린 굴렁쇠를 받은 이는 바로 한류스타인 배우 장동건이었다. 
 
김민이 굴렁쇠로 체조 퍼포먼스를 벌이고 그 주변의 수많은 소년들 역시 굴렁쇠로 공연을 벌였다. 이어 애니메이션이 곁들여진 '청사초롱 퍼포먼스'로 아시아 45개국 선수들을 위한 환영의 불을 밝혔다. 
 
이어 최근 수년간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명되고 있는 시인 고은이 '아시아드의 노래'를 낭독하며 개막식의 하이라이트인 개막 공연의 1부가 시작됐다. 이 시에 작곡가 김영동이 곡을 붙인 노래를 K-클래식을 이끌고 있는 조수미가 낭창한 목소리로 노래했다. 이어 '아리랑 환타지'가 조수미와 인천시민합창단 919명의 목소리로 울려퍼졌다. 지휘자 금난새가 지휘를 맡았다.
 
2부는 한편의 영화를 연상케 했다. 하나였던 아시아가 45개국으로 갈려 슬픔에 빠졌지만 배를 타고 오늘 '인천'에 몰려들어 화합의 장을 연다는 내용이다. '아주 오래전의 아시아' '바다를 통해 만나는 아시아' '가족이 되고 친구가 된 아시아' '오늘 만나는 미래, 하나 된 아시아' 등 4개의 막으로 진행됐다. 
 
장동건과 김민이 각 막을 연결했고 '별에서 온 그대'의 한류스타 김수현이 영상 속에서 배를 타고 아시아의 여러 나라 국민들을 맞이했다. '바다를 통해 만나는 아시아'에서는 뮤지컬스타 정성화, 마이클리, 차지연, 양준모, 옥주현이 '만나면'이라는 곡을 불러 만남에 대한 간절함을 배가시켰다. 
 
이어 인천우정총국, 인천·서울 전화 개통, 철도, 인천국제공항 등 '새로운 것을 배척하지 않고 포용하는' 인천의 역사를 압축했다. 인천의 설화 속 인물인 주몽의 아들 '비류'와 효녀 '심청'이 만나는 동화 같은 내용도 포함됐다.
 
그리고 '오늘 만나는 미래, 하나 된 아시아'에서 김수현이 실제 모습으로 경기장 내에 등장했다. 45개국 사람들을 배에 태우고 인천에 온 것을 상징화했다. '한국의 소리'로 통하는 국악인 안숙선이 노래하고 첼리스트 송영훈, 비올리스트 리처드용재오닐, 피아니스트 임동혁,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 등 세계무대에서 활약하는 클래식 한류스타들이 연주를 맡아 국악과 서양음악이 만나는 화합의 장이 펼쳐졌다. 배 위에 안숙선을 중심으로 양쪽에 흰색 수트를 입은 장동건, 검은색 수트를 입은 김수현이 나란히 서며 공연이 끝났다. 
 
이후 산악인 엄홍길, 석해균 선장, 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 보스턴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마라톤 선수 이봉주, 인천아시안게임 홍보대사인 한류스타 현빈, 국회의원 이 자스민, 최연소 LPGA 명예의전당에 오른 골프선수 박세리, 육상선수 등 한국을 빛낸 8명이 태극기를 들고 경기장에 들어왔다. 바리톤 최현수가 애국가를 제창하는 동안 태극기가 게양됐다. 이후 45개국 선수단의 입장이 진행됐다. 
 
개막식의 마지막 역시 한류스타였다. 인도 뉴델리에서 채화된 성화를 야구 선수 이승엽, 골프선수 박은비,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 이규혁, 농구선수 박찬숙, 테니스 선수 이형택 등 스포츠스타들이 봉송하는 과정에서 인천아시안게임의 홍보대사인 한류그룹 'JYJ'가 주제곡 '온리 원'을 불렀다. 
 
마지막으로 '대장금'을 통해 아시아 전역에서 스타로 자리매김한 배우 이영애가 성화 봉송의 마지막주자로 나선 점이 한류스타 개막식의 화룡점정이었다. 이영애는 체육계 꿈나무인 김영호, 김주원과 함께 성화 점화를 했다. 이어 분수 속에서 성화가 점화되는 '놀라운 광경'이 연출됐다. 
 
이영애는 성화 점화 직전 애초 '깜짝 공개' 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조직위원회가 전날 배포한 개회식 세부 해설자료에서 이영애로 추정되는 설명을 곁들이면서 미리 알려지는 해프닝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한류스타들의 축하공연이 이어졌다. JYJ가 히트곡 '엠티'를 불렀고, 중국 출신 피아니스트 랑랑과 한류를 대표하는 '강남스타일'의 싸이의 협업 공연이 대미를 장식했다. 싸이는 올림픽과 더 없이 어울리는 자신의 히트곡 '챔피언'을 랑랑과 컬래버레이션으로 록과 클래식이 결합된 장르로 편곡, 흥을 돋웠다. 싸이는 이어 "대한민국의 경사 그리고 45억 아시안의 축제다. 가문의 영광이자 주제 넘은 걸 잘 알고 있다. 혼자 하기에는 미약하고 우리 나라 최고는 관객이다. 신나게 5만명이 합창하고 말춤 한번 추기로 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으로 대표곡 '강남스타일'을 들려주며 절정을 찍었다. 공연을 지켜보던 선수, 관객뿐만 아니라 아시아 각지에서 온 취재진 모두 말 그대로 '말춤'을 추며 하나가 됐다. 
 
2시간40분간 치러진 이날 개막식은 영화감독 장진이 총연출, 영화감독 임권택이 총감독을 맡아 진두지휘했다. MC 김성주와 KBS 윤수영 아나운서가 사회를 봤다. 개막식 전 열린 '맞이 행사'에서도 역시 '엑소 '레인보우' 등 한류그룹이 중심축을 잡았다. 성화 봉송에도 배우 송일국 등 한류스타들이 참여했다. 
 
런던올림픽이나 소치동계올림픽처럼 '블록버스터급'은 아니었다. 그러나 한국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잘 하고 있는 장르와 분야를 아우른 담백함이 인상적이었다. 한국 전통 문화와 대중문화를 아우렀는데 그 중심에 한류스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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