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newsian=신민주 기자)

수출액이 '두 자릿수' 추락하고 메르스 쇼크까지 겹쳐 한국 경제에 초비상이 걸리면서 추가 기준 금리인하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올들어 5개월 연속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5월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9% 줄어들었다. 우리나라 수출이 두 자릿수 줄어든 것은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수출쇼크가 다시 생산과 투자에 악영향을 주면서 산업생산도 2개월째 줄었다. 미약하나마 나아질 기미를 보이던 소비마저 '중동호흡기증후근(메르스)'의 확산으로 여행· 음식업계를 중심으로 초비상이 걸리면서 다시 위축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각종 경기지표의 부진이 뚜렷해지면서 2분기 경기 회복에 큰 기대를 걸었던 정부는 '선택의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오는 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점치는 시각이 번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실 정부와 한은은 그동안 긍정적 경기개선의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들어 2분기 경기지표가 경제 회복세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5월 금통위에서 "심리지표로 보면 경기 개선에 긍정적인 신호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흐름을 지속적으로 지켜볼 필요성이 있다"고 기대했다.

그러나 속속 나타나고 있는 경기지표들은 이런 전망과는 엇갈린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5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수출은 423억92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달 대비 10.9% 추락해 올들어 5개월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8월(20.9% 감소) 이후 5년 9개월 만에 최대 감소폭이다.

소비자물가상승률도 5개월 연속 0%대에 그쳤다.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는 109.48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0.4% 상승했다. 지난해 11월 1.0% 상승한 이래 지난해 12월부터 올 4월까지 0%대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투자와 생산도 위축되고 있다. 4월 설비투자와 건설기성은 각각 지난 달보다 0.8%와 2.6% 각각 감소했다. 산업 생산도 지난 달보다 0.3% 줄어 두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돌발적으로 확산되는 '메르스 공포'로 유통·여행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살아나던 경기회복 불씨가 다시 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6월 금리인하 가능성에 더욱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메르스 공포로 중국 관광객이 감소하면 앞으로 소비 지표도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윤여삼 대우증권 수석연구원은 "지금까지 확인되는 경기 지표들이 좋지 않았다"며 "'메르스' 요인 때문에 중국 관광객 감소 우려가 커지면서 5월 소비 지표도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 수석연구원은 이어 "수출이 워낙 흔들리다보니 내수 안정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고, 실물경기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 자산시장 개선세도 주춤해지는 모습"이라며 "이러한 점을 종합할 때 정책적 노력이 나와야 할 타이밍으로 본다"고 금리인하 가능성을 전망했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도 6월 주식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예상보다 낮은 4월 산업활동 동향과 수출 부진을 이유로 들어 6월 금리인하 가능성을 높게 판단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상 시기가 9월로 점쳐지면서 한은이 금리 인하를 단행한다면 7~8월보다는 부담이 덜한 6월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의 금리인상 직전에 한은이 금리를 낮춰 두 나라간 금리차가 더 커질 경우 자본유출 흐름이 빨라질 우려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1100조원을 돌파한 가계부채 문제가 여전히 금리 인하에 큰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수출 부진 장기화 가능성이 더 큰 상황이어서 정책 당국이 선제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노무라의 권영선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한은은 주택담보대출 증가와 수출 감소 사이에서 딜레마를 겪고 있다"며 "그러나 경제 성장 전망이 통화 정책 결정에 있어 더욱 중요하고 가계 부채는 차순위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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