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점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관련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뉴시스

(뉴시안,newsian=이석구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6월 기준금리를 연 1.50%로 인하했다. 이로써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지난 3월 사상 최저 수준인 1.75%로 인하된 데 이어 3개월 만에 또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다.

한은 금통위는 11일 정례회의를 열어 통화정책방향을 논의하고 기준금리를 기존 1.75%에서 1.50%로 0.25%포인트 인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금통위는 지난해 8월과 10월 두 차례 금리 인하를 단행했고, 5개월 만인 지난 3월 금리를 사상 처음 1.75%로 끌어내렸다.

금통위가 이달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은 우리 수출이 환율에 영향을 받아 감소세를 보이는 가운데 예상치 못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소비마저 위축시킬 조짐을 보이자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분석된다. 가계부채가 급증세를 보이며 그동안 이어진 통화 완화 정책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크고 연내 미국 금리 인상도 예정돼 있지만, 통화 당국이 소극적으로 대응할 경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최근 발표된 경제 지표를 보면 경기 회복 조짐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4월 광공업 생산은 전달보다 1.2% 감소했고 설비투자도 0.8% 줄었다. 소비 심리가 회복되며 소매판매는 1.6% 증가했지만, 이달 메르스 사태로 당장 소비 활동이 크게 위축된 상황을 고려하면 소비 지표는 최근 다시 꺾였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 여건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5월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9% 감소했다.

기획재정부는 9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에서 “고용 증가세와 수출 둔화로 생산과 투자 회복이 지체되고 있다”며 “메르스 사태로 대내 불확실성이 확대된 가운데 엔화 약세, 세계경제 회복세 지연 등 대외 불확실성도 상존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을 인식하듯 이주열 한은 총재는 8일 “미국에서 시작되는 통화정책의 정상화에 맞춰 각국은 외부 충격에 대한 복원력을 높이기 위해 경제 펀더멘털을 강화하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통화·재정정책은 저성장, 저물가 현상에 적절히 대응해 경제 활력이 저하되지 않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시장 참여자들은 이 총재의 발언을 ‘금리 인하 시그널(신호)’로 해석했다.

하반기 물가 상승폭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0%대에 그치고 있다는 점도 금리 인하 결정이 나온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0.54% 올랐는데, 담뱃값 인상분(0.58%포인트)을 제외한 실질 물가 상승률은 4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0%대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12월부터 6개월째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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