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newsian=이민정 기자)

그리스에 대한 3차 구제금융 협상 재개 여부가 오는 12일 열리는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결정된다. 5년간 이어진 그리스 구제금융 과정에서 EU의 28개 회원국 정상이 모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구제금융 협상의 재개 여부와 관련한 중대 결정이 나올지 주목된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회원국들은 7일(현지시간) 브뤼셀에서 열린 긴급 정상회담에서 이번 주에 그리스 정부로부터 개혁안을 제출받아 12일 EU 정상회의에서 이 제안을 토대로 최종적으로 그리스 지원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12일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그리스의 미래를 좌우하는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냐, 3차 구제금융을 통한 회생이냐 여부가 판가름나게 됐다.

최대 채권국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정상회담을 마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독일 의회에 그리스에 대한 장기 지원 프로그램 협상에 대한 승인을 요청할 수 있도록 이번 주 그리스 정부로부터 충분한 개혁안을 제안받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9일까지 그리스 정부로부터 개혁안과 구제금융 요청을 받으면 12일 EU 28개국 정상들이 이 제안을 토대로 그리스의 지원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메르켈 총리는 12일 회의에서 그리스 구제를 위한 해결 방안을 찾을 것으로 "특별히 낙관하지 않고 있다"고 말하고 정상회의가 열리는 것은 "상황이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리스가 만족스러운 개혁안을 제출할 경우 채권단이 즉각 새로운 구제금융을 위한 협상에 나설 수 있다. 그러나 메르켈 총리는 그리스의 채무 탕감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히고 그리스는 수년간 지속되는 채무 프로그램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는 "공은 이제 그리스로 넘어갔다. 오는 12일 정상회의는 그리스 사태에 대한 마지막 회의가 될 것이다. 비관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12일 EU 정상회의에서 협상 타결을 목표로 신속하게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도날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의 최종 데드라인은 12일까지라며 이번 주 안으로 합의안을 찾지 못하면 그리스는 파산하고 그리스의 금융 시스템은 도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도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하고 유로존은 구체적인 그렉시트 시나리오를 준비해 놓고 있다고 밝혔다. 투스크 의장과 융커 위원장의 발언은 그리스의 개혁안이 불충분할 경우 구제금융 협상을 거부하고 유로존 탈퇴 절차에 돌입할 수 있음을 경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리스의 운명을 결정할 시점이 5일 후로 늦춰진 만큼 그리스에서는 유동성 위기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그리스 정부는 애초 전날 해제하기로 한 자본통제를 8일까지 연장하기로 했지만 연장 기간은 더 길어질 전망이다. 다만, 유럽중앙은행(ECB)의 지원이 있을 것으로 보여 그리스 은행들이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메르켈 총리는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그리스에 대한 추가 지원을 논의하는 EU 정상회의가 열리는 12일까지 그리스 은행이 도산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약속했다고 전했다. 그리스는 재정위기에 따라 2010년 4월 국제 채권단으로부터 1차 구제금융을 받았으며 2012년 3월 1000억 유로 규모의 채무탕감과 2차 구제금융을 받아 전체 구제금융 규모는 2400억 유로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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