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황교안표' 사정 1호로 MB(이명박 대통령)맨인 최원병 회장을 직접 지목하고 수사에 착수하면서 농협이 초긴장 상태에 휩싸였다. 정치권과 재계는 검찰의 농협 리솜리조트에 대한 '특혜 대출' 수사를 검찰 출신인 황교안 국무총리의 본격적인 사정 신호탄으로 해석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최원병 회장이 790억원이 투입되는 초대형 농협연수원을 보문단지에 특혜성으로 유치하고, 지역 내 단위농협에도 통크게 예산을 지원하는 등 경주 출마를 준비하고 있어 이번 검찰 수사가 정치적으로도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30일 서울 송파구 소재 한국조형·리듬 종합건축사 사무소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 건축사는 농협중앙회로부터 건설 사업을 수주하는 과정에서 특혜를 받고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모 건축사무소 소장이 최 회장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검찰은 29일 서울 논현동의 리솜리조트 그룹 본사와 계열사 등 총 5곳에 검사와 수사관 30여명을 보내 회사 재무·회계 자료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리솜리조트는 충남 안면도와 중국 등 4곳에서 대형 리조트를 운영하는 회사로, 검찰은 신상수 회장을 비롯한 그룹 경영진이 거액의 회삿돈을 빼돌린 정황을 잡고 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검찰은 리솜리조트가 지난 2005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농협이 지난 10년간 1000억원대의 거액 대출을 해준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MB정권 출범 첫해인 2008년 469억원이던 농협 대출이 MB정권 마지막해인 2012년 1251억원으로 급증한 대목을 눈여겨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농협의 묻지마 대출에도 불구하고 리솜리조트 재무상황은 급속히 악화돼, 2013년에는 부채비율이 1만4천%까지 치솟으며 사실상 파산상태에 빠졌다. 리솜리조트는 2005년부터 최근까지 농협에서 총 1649억원을 차입했고 이 가운데 14%인 235억원만 상환해, 잔여부채가 1414억원에 달하고 있다.

검찰은 농협의 비정상적인 대출 이면에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의 부당지시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작년에는 최 회장의 무리한 대출 지시에 반대했다가 해고된 실무진 직원이 법원에서 복직 판결을 받은 적도 있다.

최 회장은 MB가 대선에서 이긴 직후인 2007년 12월 임기 4년의 농협중앙회 회장직에 선출된 뒤,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 말 사상 최악의 농협 전산망 마비 사태 등이 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연임에 성공해 정권 실세가 개입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았다. 그는 MB 모교인 포항 동지상고 출신의 MB 4년 후배로, 역시 같은 동지고 선배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등 MB정권 실세들과도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대표적 'MB맨'이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검찰이 정부의 메르스 사태 종식선언 직후 리솜리조트 수사에 착수한 대목을 주목하면서 검찰 출신의 황교안 국무총리를 필두로 정부가 본격적으로 사정정국에 돌입했으며, 첫 타깃으로 금융계의 대표적 MB맨인 최 회장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하고 있다. 또 대출 과정에 MB정권의 정-관계 실세들이 개입했을 경우 수사망이 친이계로 확산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