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중앙지검 청사
(뉴시안,newsian=김도진 기자)

KT&G가 독점거래하는 협력업체들을 이용, 10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하고 수사중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뉴시스가 19일 보도했다. 검찰은 민영진 전 KT&G 사장 재임 당시 인사상 불이익을 당해 퇴사한 임원급 내부고발자로부터 신빙성 있는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뉴시스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KT&G가 삼성금박카드라인과 유니온테크, 정아공업사 등 지난 13일 압수수색했던 협력업체 3곳을 통해 1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확보하고 수사중이다. 이들 협력업체는 KT&G와의 거래가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사실상 KT&G가 사업상 우월적 지위를 비자금 조성에 이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전자공시시스템 공시에 따르면 삼성금박카드라인은 2010년 7월21일부터 4년 동안 KT&G 담배갑 포장지에 관한 장기 판매 계약을 맺고 매월 발주 수량을 통보받아 제품을 공급하는 구조로 거래해왔다.

유니온테크는 손익계산서상 제품 매출액 전액이 KT&G와의 거래로 발생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업체는 KT&G와 1년을 계약기간으로 매년 팁페이퍼(필터와 담뱃잎을 결합하는 종이) 납품 계약을 갱신해왔다. 정아공업사도 주요 거래 업체가 KT&G다.

▲ 민영진 전 KT&G 사장
검찰은 KT&G와 이들 협력업체가 실상 독점에 가까운 형태로 오랜 기간 동안 거래해왔던 점에 주목하고 협력업체들이 거래 대금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들 협력업체 관계자들은 물론 민 전 사장 측근인 전직 임원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조사하고 있다. KT&G가 조직적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는지, 민 전 사정이 비자금 조성에 대해 알고 있었는지, 조성한 비자금이 민 전 회장에게 흘러들어갔는지 등이 검찰 수사의 주요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검찰은 KT&G 퇴사 후 협력업체에 재취업한 전직 임원들이 뒷돈을 제공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고 있다. 검찰 조사를 통해 혐의가 인정될 경우 이들 중 상당수는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민 전 사장이 비자금 조성에 적극 개입한 정황이 파악되면 그에 대한 직접 조사 또한 불가피할 전망이다.

민 전 사장은 기술고시 출신으로 1983년 KT&G 전신인 전매청에 입사한 뒤 KT&G 경영전략단장과 사업지원단장, 마케팅본부장, 해외사업본부장 겸 사업개발본부장 등을 거쳤다. 지난 2010년 KT&G 대표이사로 취임하고 한 차례 연임했다. 민 전 사장은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임기 6개월을 남기고 지난달 29일 사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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