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불거진 형제간의 경영권 분쟁에서 롯데그룹에 대한 일본 국적 논란이 이는 가운데 6일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304미터 지점 70층 주변 창문에 초대형 태극기가 설치되고 있다. 롯데물산은 15일 광복절을 맞아 설치한다고 최근 밝힌 바 있지만 그룹의 '국적 논란'에 대응해 한국 기업 이미지를 고취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뉴시스
(뉴시안,newsian=이민정 기자)

'한국기업'임을 강조하던 롯데그룹이 또 다시 국적 논란에 휘말렸다. 롯데그룹의 핵심 계열사 대부분이 외투기업임이 밝혀지면서 '롯데=일본 기업'이라는 반롯데 정서가 더욱 확산될 조짐이다.

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준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롯데그룹 소속 계열사 81개 중 28개 기업이 외국인 투자기업으로 드러났다. 상장된 롯데케미칼, 롯데손해보험 등을 비롯해 지배구조 개선차원에서 상장을 고려하고 있는 호텔롯데, 롯데리아도 모두 외투기업이다. 롯데쇼핑과 롯데카드를 제외하면 롯데그룹 핵심 계열사 대부분이 외투기업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 기업의 대부분이 일본 국적이다.

하지만 롯데는 그동안 국적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롯데는 한국기업'임을 강조했다. 최근 경영권 분쟁이 정점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신동빈 회장은 대국민 사과를 통해 '반롯데' 정서 및 국적 논란 해소에 안간힘을 썼다. 신 회장은 "한국 롯데는 일본 롯데에 비해 직원 수나 매출 규모에서 비교할 수 없는 규모의 우리나라 5대 그룹으로 성장했다"며 "국내 상장된 8개 계열회사 매출액이 그룹 전체 매출의 8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아버지(신격호 총괄회장)가 일본에서 번 수익을 고국에 투자하겠다는 일념으로 설립해 오늘에 이르렀다. 아버지는 한국에서 발생한 수익은 지속적으로 한국 롯데에 재투자하셨다"며 "이번 일을 통해 아버지가 조국에서 평생 쌓아 오신 명성과 창업정신이 훼손된 것에 대해 참담한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롯데는 한국기업이며, 논란이 된 일본 계열회사의 지분 비율을 축소하고 순환출자 구조도 연말까지 80% 해소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하지만 롯데의 그 동안 행태는 한국기업이라기보다는 외투기업의 성격이 강하다.

한국 롯데의 시작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1966년 재일교포의 법적 지위에 대한 협정이 한·일 양국 간 체결되면서 국내에 들어왔다. 정부는 당시 외자도입특례법을 재정하며 롯데에 소득세 및 법인세, 취득세 등을 면제해주는 파격적인 특혜를 제공했다. 1973년 롯데가 호텔을 짓기 위해 당시 반도호텔과 국립도서관 등을 매입할 때도, 1980년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자리에 있던 산업은행을 사들일 때도 정부의 특혜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최근에는 롯데가 1988년 부산 부전동 롯데호텔 부지 5800평을 사들일 당시 자본금의 99.96%가 일본인 소유란 이유로, 외국인투자촉진법을 적용받아 취득세와 등록세 191억원을 면제 받은 사실도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외투기업임을 강조하던 롯데가 때에 따라서는 한국기업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면세점 사업이다.

유통업계에서 면세점 사업은 이른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린다. 내수가 어려울 때 백화점과 대형마트 매출은 2~3%로 낮아지지만, 면세점 사업은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기 때문이다. 2006년만 해도 한국 면세점시장 규모는 약 2조2496억원에 불과했으나 한류 붐이 본격화되면서 지난해 7조8000억원대까지 성장했고, 올해는 메르스와 내수침체 등의 악재 속에서도 시장규모가 8조~9조원대 이상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0년 만에 시장이 4배나 성장할 만큼 알짜 사업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이런 황금알을 낳는 면세점 시장에서 1위 사업자는 바로 롯데다. 지난해 롯데 면세점 매출은 3조9494억원으로 시장점유율이 50.69%에 이르렀다. 한국 면세점 시장의 절반 이상을 롯데가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외국 기업도 면세점 사업을 할 수는 있지만 면세점 사업이 정부 허가 사업이라는 점에서 결코 쉽지 않다. 특히 수백억에서 수조원대 매출이 보장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외국기업보다는 국내기업에 허가를 내주기 마련이다. 이는 현재 17개 시내 면세점 중 롯데를 제외하면 외국 기업이 없다는 점과 롯데가 업계 점유율 50%를 넘을 수 있던 것은 바로 정부가 '롯데=국내 기업'이라고 인식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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