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newsian=신민주 기자)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년 우리 경제성장률을 3.0%로 하향 조정했다. 특히 세계경제 성장률이 올해 수준에 머무를 경우 2.6%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대를 자신했던 올해 경제성장률 역시 2% 중반까지 내려앉을 것으로 예상됐다.

KDI는 9일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올해와 내년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각각 2.6%, 3.0%로 내놓았다. 이는 상반기 발표 당시(3.0%, 3.1%)보다 각각 0.4%포인트, 0.1%포인트 낮춘 수준이다. 내년 성장률은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내년도 예산안을 제출할 당시 반영한 수정전망치 3.3%에도 못 미친다.

지난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한국경제 전망치인 올해 2.7%, 내년 3.1%와 비슷하다. 한국은행은 내년 성장률을 3.2%로 내다봤다.

KDI가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까닭은 수출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세계경제 성장세도 당초 예상보다 부진하기 때문이다. 또 가계부채 확대, 세입여건 악화, 기업실적 부진 등 우리경제의 기초여건이 점차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KDI는 내년 우리경제에 대해 내수가 완만하게 회복되는 반면, 수출이 부진해 상반기 3.2%, 하반기 2.8%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민간소비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등 일시적 요인이 사라지면서 올해 2.0%보다 소폭 확대된 2.5%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가계소득 비중 감소, 기대수명 연장 등 구조적 요인은 증가세를 제약할 요인으로 꼽혔다.

설비투자는 수출 부진 등으로 생산이 확대되지 못하고 가동률도 낮은 수준에 머물러 증가세가 축소될 것이란 관측이다. 올해(5.2%) 보다 낮은 3.5%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건설투자는 올해(4.0%)보다 높은 5.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수출은 올해(0.0%)보다는 개선되나 여전히 낮은 1.8% 증가율에 그칠 전망이다. 반면 수입은 완만한 내수회복에 힘입어 올해 2.4%에서 확대된 2.9% 늘어날 것으로 관측됐다. 경상수지는 낮은 국제유가 등에도 불구하고 인구고령화라는 구조적 요인에 의해 올해(1110억달러)와 비슷한 1050억달러 내외의 대규모 흑자가 예상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4%로 전망됐다. 올해(0.7%)보다 개선됐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KDI측은 "유가하락의 일시적 요인이 소멸하겠으나 낮은 인플레이션이 장기간 지속돼 기대인플레이션이 하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업률은 올해 3.7%, 내년 3.6%로 유사할 것으로 내다봤다. 취업자 수는 30만명대 중반으로 비교적 양호한 증가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다만 KDI는 내년 세계경제 성장세가 이번 전망치의 전제가 된 3.6%에 못미칠 경우 우리 경제성장률도 더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만약 올해와 비슷한 3.1%선에 그칠 경우, 우리 경제성장률은 2.6%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내년 예산안에 반영한 3.3%는 사실상 달성이 어려운 셈이다.

김성태 KDI 연구위원은 "세계경제의 성장세가 전제한 3.6%를 하회할 가능성이 매우 높고, 이는 우리 경제의 성장률을 낮추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내년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는 연평균 배럴당 45달러내외로 올해 대비 12%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질실효환율로 평가한 원화가치는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전제됐다.

아울러 KDI는 중국 경제불안과 미국 금리인상 등 G2 리스크를 추가적인 하방위험으로 꼽았다. 중국경제에 급속한 구조조정 등이 발생하며 성장세가 급락할 경우 우리 경제 성장세도 큰 폭으로 둔화될 것이란 관측이다.

또 미국 금리인상은 기초여건이 취약한 신흥국의 금융위기로 이어져 우리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 금리인상으로 우리나라 시장금리가 상승할 경우 가계와 기업의 부채 상환부담이 가중되면서 우리 경제의 성장세를 제약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KDI는 향후 정책 방향의 중심을 재정건전성에 뒀다. 재정정책에 있어서는 지출구조조정과 세원확대에 기반한 재정수지 개선에 집중할 것을 제언했다. 재정건전성을 제고해 충격에 대비한 재정여력을 비축할 필요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장기적으로는 독일처럼 재정준칙을 도입하는 등 재정규율을 강화해 국가채무 비율이 상승하는 것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나왔다. 비과세·감면 정비, 조세지출 총량 규제 도입 등도 언급됐다.

김 연구위원은 "2016년 본예산을 살펴보면 재정적자 규모는 소폭 축소되지만, 재정충격지수로 살펴보면 여전히 재정정책 기조가 경기대응적"이라며 "(재정정책을)확장에서 급작스런 긴축으로 가자는 것이 아니라 단계적인 축소로 가면서 국가채무비율이 상승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통화정책의 경우 당분간 현재의 완화적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내다봤다. 물가상승압력이 당분간 미약한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현 기조를 유해 경기회복을 뒷받침해야한다는 것이다. 중기 물가안정목표 역시 신중하게 설정해 소폭 하향조정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또 금융정책과 관련해서는 원금 분할상환을 적극 유도하고, 주요국보다 높은 DTI 상한을 하향조정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부실 한계기업에 대해서는 신속한 구조조정 필요성을 밝혔다.

김 연구위원은 최근 부동산 분양물량 급증과 가계부채 우려와 관련해 "건설경기 보다는 금융건전성 전반에 대한 제고가 정책의 중심이 돼야한다"며 "중장년층 가계부채가 점점 늘어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에, 지금 건설투자를 지탱하기 위해 리스크 팩트를 끌고가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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