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newsian=신민주 기자)

▲ 13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취임식에서 유일호 신임 장관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취임하면서 박근혜정부의 3기 경제팀이 공식 출범했다. 3기 경제팀은 미국 금리 인상, 중국 경기 둔화, 국제유가 급락, 북한의 4차 핵실험 등 풍랑 속에서 출항을 시작했다.

대외 불확실성이 증폭된 데다가 소비절벽, 가계부채, 한계기업 부실화 우려 등 곳곳이 지뢰밭이라 쉽지 않은 항해가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유 부총리가 올해 3%대 성장률을 사수하기 위한 해법을 분명히 제시해 경제 주체들의 자신감을 되살리고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구조개혁에 매진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유일호 경제팀을 둘러싼 경제 환경은 녹록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날 신년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안보와 경제가 동시에 위기를 맞는 비상상황에 직면했다"고 진단할 정도다.

당장 중국의 증시 폭락과 위안화 절하 등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원/달러 환율이 출렁이고 있다. 또 한국 수출시장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 실물경제의 경착륙 우려는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말 시작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한국의 금리 인상을 압박하고 있다. 12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에 대한 불안감도 커졌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지속되면 신흥국에서 자금유출이 발생하고, 이런 현상이 과도해지면 한국 금융시장은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여기에 저유가로 신흥국의 경기 하강과 이에 따른 한국 수출의 부진 지속 등 각종 리스크는 계속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마이너스 행진을 거듭한 수출 부문의 부진을 보완했던 내수 부문은 절벽상황에 맞닥뜨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자칫 성장동력을 모두 잃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쌓이는 사면초가의 상황이다.

유일호 경제팀은 당장 이런 위기 국면을 타개해야 한다. 우선 수출을 플러스 성장세로 돌리고 내수절벽을 막아 경기 활성화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해 온 구조개혁도 위험해졌다. 개혁 관련 법안의 국회 입법 지연으로 국민이 개혁을 체감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한국노총이 노동시장 구조개혁의 바탕이 되는 노사정 대타협 파기 가능성을 선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처럼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어려운 난제를 떠안았다는 평가를 듣는 유 부총리는 취임 첫날부터 분주한 행보를 이어간다. 유 부총리는 이날 오전 제1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를 찾아가 취임 인사를 하고 경제활성화법, 노동개혁법 등 쟁점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당부했다. 유 부총리는 부총리 지명 직후부터 꾸준히 구조개혁과 경제활성화를 위안 법안 입법이 가장 시급하다고 강조해 왔다.

취임 후 첫 현장방문지로는 수출 전선을 택했다. 15일 오전 수출 업체를 격려하기 위해 경기 평택항을 찾을 예정이다. 한국 경제가 당면한 어려움을 가장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는 곳을 둘러보고 지난해 마이너스 성장을 한 수출 회복의 의지를 다지겠다는 것이다. 경제수장이 취임 후 첫 현장 방문지로 수출현장을 택한 것은 드문 일이다. 역대 경제수장의 첫 현장 방문지는 재래시장이나 인력시장이었다.

수출 현장을 둘러본 이후에는 바로 한국은행 총재와의 회동이 예정돼 있다. 유 부총리와 이주열 한은 총재는 통화정책 등 경제정책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정책 공조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경제 둔화와 국제유가 하락이 국내 금융시장과 거시경제에 미칠 영향과 대책도 화두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취임 후 맞는 첫 주말인 16일부터는 첫 해외출장 일정을 소화한다.

전문가들은 경기 부양도 중요하지만 유 부총리가 한국 경제에 겹겹이 쌓인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힘을 더 써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노동개혁과 경제활성화 입법이 이뤄지면 모든 문제가 저절로 풀릴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개혁의 기반을 닦아야 한다는 것이다.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현 정부가 임기 후반으로 접어든 만큼 단기간의 경제 업적보다는 노동시장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도 취임사를 통해 구조개혁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구조적 문제가 켜켜이 쌓이면서 2000년대 4%대 중반에 달하던 잠재성장률이 3%대 초반까지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대로는 일자리 창출도, 가계소득 증대도, 날로 커지는 복지수요 충족도 어렵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우리 경제를 정상 성장궤도로 되돌리고 강건한 체질로 거듭나게 하는 길은 구조개혁밖에는 없다"며 "구조개혁에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야 한다"고 했다.

노동·공공·금융·교육의 4대 분야 구조개혁으로 '경제의 썩은 살'을 도려내는 게 끝은 아니라며 산업·인구·내수혁신을 골자로 한 '포스트 구조개혁'도 제시했다. 구조개혁도 중요하지만 3%대 성장률을 사수하기 위한 해법을 분명히 제시해 경제 주체들이 자신감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신임 부총리의 가장 큰 숙제는 경기를 되살리는 일"이라며 "우선은 경제활성화 쪽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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