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오전 수원시 경기도청 앞에서 열린 누리과정 예산 편성 촉구 집회에서 경기도유치원총연합회 회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뉴시안,newsian=김도진 기자)

지방 교육청이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 편성을 거부하면서 촉발된 보육대란이 결국 현실화됐다.

21일 현재 유치원에 누리과정 교육비를 내려보내지 못한 시도교육청은 서울과 경기, 광주, 전남이다. 이들 4개 지역의 유치원생은 32만6000여명으로 전국 68만2000여명 중 무려 절반 가량인 48%를 차지한다.

서울과 광주는 본래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했지만 시의회 심의 과정 중에 예산이 삭감됐다. 현재 시의회에 재의요구를 한 상태다. 전남 지역은 정부의 예비비 지원 전제로 편성만 해놓았고, 경기는 여전히 준예산 체제다.

유치원별로 차이는 있으나 보통 시도교육청은 매달 20일 교육지원청에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을 교부하고, 교육지원청은 25일께 개별 유치원에 교육비를 내려보낸다. 유치원은 이 돈을 교사 인건비, 시설비, 식비 등의 운영비로 사용한다.

유치원에 지원되는 교육비는 사립 29만원(누리과정비 22만원·방과후 7만원), 공립 11만원(누리과정비 6만원+방과후 5만원)이다.

서울지역 평균 유치원비는 지난해 2월을 기준, 54만원 가량으로 이 중 학부모들의 부담금은 32만1300원이었다. 만약 유치원이 자구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유치원이 정부로부터 지원받지 못하는 누리과정 예산이 고스란히 학부모의 몫으로 돌아가게 된다. 학부모 입장으로선 적지않은 부담인 셈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별다른 대책을 내놓고 있지 못한 상태다. 서로가 뚜렷한 주장을 근거로 대립 해 온 기간이 길고, 예산 부담이 큰 터라 누구하나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것이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가장 첨예하게 부딪히는 쟁점은 보육기관인 어린이집을 교육기관으로 볼 수 있냐는 부분이다. 교부금법에 따르면 교부금은 교육기관 및 교육행정기관에 사용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어린이집을 교육기관으로 볼 것인지 여부가 매우 중요하다. 교육부는 "교부금법에는 교육기관의 정의 규정이 없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교육을 담당하느냐에 따라 교육기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며 "영유아보육법에서도 보육의 개념에는 교육을 포함시키고 있고, 유아교육법에도 유아교육 및 보육에 관한 기본계획, 유치원과 어린이집간의 연계 규정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누리과정을 운영하는 어린이집 역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상 교육기관으로서의 지위를 가진다고 볼 수 있어 교부금으로 지원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시도교육감들은 "영유아에 대한 교육은 유아교육법으로, 보육은 영유아보육법으로 각각 법령상 엄격하게 구분하고 있고 설립과 지도감독 권한도 서로 다르다"며 "어린이집은 교육기관 또는 교육행정기관이 아닌 보육기관으로 분류하기 때문에 교육청이 교부금을 어린이집 누리과정에 지원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쟁점은 누리과정 소요액을 교육부가 시도교육청에 교부했냐는 것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10월 누리과정 소요액 전액을 예정 교부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시도교육감들은 교부금을 교부한 것일 뿐 누리과정 소요액을 별도로 편성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누리과정 예산 4조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을 유·초·중·고등학교 운영비에서 삭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시도교육감들은 교부금은 2012년 37조8000억원에서 2016년 40조5000억원으로 2조7000억원 늘었지만, 같은 기간 인건비는 5조원 이상 증가해 인건비를 감당하기에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간의 시도 전입금에 대한 시각차도 문제다. 교육부가 교육청 예산을 분석해 내놓은 2016년 지방교육재정 전망에 따르면 지자체 전입금은 11조7000억원으로 시도교육청이 본예산에서 전망한 10조1000억원보다 1조6000억원이 더 많다. 지자체 전입금에는 지방세(지방교육세·담배소비세·시도세), 학교용지 부담금, 교부금 보전금, 비법정 이전수입이 포함된다. 교육부는 시도교육청이 전입금 예상치를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잡았다고 지적하며 시도교육청의 본예산 대비 ▲지방세 1조1000억원 ▲학교용지부담금 3000억원 ▲교부금 보전금 19억 ▲비법정 이전수입 1800억원 등의 전입금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시도교육청은 지난해 결산이 마무리 되지 않은 현재 상황에서 초과수입을 논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라는 입장이다. 시도교육청은 "지난해 부동산 시장 활성화에 따라 부동산 취·등록세가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올해 부동산 시장 전망은 밝지 않다"며 "지난해 지방세 증가에 따른 초과 수입은 내·후년도까지 정산하도록 돼 있어 지자체의 조기 전출 의지가 없이는 전입이 불투명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자체 협조로 지난해 지방세 전입금 조기 전출을 한다고 해도 이는 2017년도에 교부될 지방세 전입금을 미리 당겨 사용하는 것"이라며 "올해 겪어야 할 누리과정 재원 확보 문제를 2017년으로 연기하는 것일 뿐 안정적인 재원 확보 방안이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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