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newsian=김보민 )

한국전력공사의 고질적인 도덕 불감증 경영 사례가 속속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한전은 최근 직원 100명을 선발해 1인당 900만원 씩 지원하는 외유성 해외연수를 추진하다가 발각됐다.  또 직원들이 법인카드로 룸살롱을 드나들었고, 해외여행과 어학수강에 카드를 그었다가 적발됐다. 게다가 '요금 폭탄'으로 비난받는 전기요금 누진제로 벌어들인 이익금으로 '성과급 잔치'를 벌인 사실도 드러났다.

따라서 한전의 뿌리 깊은 방만경영과 일탈행위의 악습을 발본색원하기 위해선 국회 국정조사 및 사정당국을 총동원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기료 폭탄, 한전 직원 단체로 외유성 해외연수

전기료 폭탄 우려로 국민들은 에어컨조차 마음대로 틀지 못하는 가운데 전기요금 누진제로 이득을 본 한전 직원들은 단체로 외유성 해외연수를 다녀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1인당 900만원이나 소요되는 연수일정이 관광·견학 등으로 채워져 전기료 누진제로 얻은 이익을 직원 해외 관광경비로 낭비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최근 공개된 한전 내부 공문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 6월 말 '글로벌 메가 트렌드 현장 교육'이라는 해외 연수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한전은 내부 공고를 통해 지난달 초 미국 샌프란시스코 연수자 100명을 선발했다. 이들은 20명 씩 5개조로 나뉘어 7박 8일 일정으로 휴가철인 지난달 말부터 이달 말까지 약 한 달간 일정으로 샌프란시스코행 비행기에 탑승했거나 탑승할 예정이었다.

한전이 이 연수에 쓴 비용은 총 9억 원. 직원 1인당 900만 원 정도가 짧은 연수 일정을 위해 쓰이는 셈이다. 하지만 이 연수가 교육으로 포장된 ‘외유’라는 지적이 나온다. 연수 계획서에 담긴 교육방법에는 스탠포드 대학의 토니 세바 교수 등 해외 석학 특강과 테슬라와 구글 등 현지 기업 탐방, 그리고 워크숍이 전부다. 이 외에는 대부분 관광일정으로 짜여졌다.

연수 선발자가 대부분 간부급 직원이라는 점도 비난을 받았다. 연수에 2직급(부장)과 3직급(차장) 등이 다수 선발되고, 연차가 낮고 교육 성적이 우수한 직원은 탈락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100명의 연수 대상자 중 2직급은 39명, 3직급은 38명으로 전체의 77%를 차지했다. 이 때문에 전기요금 누진제 등으로 실적이 향상되자 간부급 직원들의 외유성 관광을 보내기 위해 연수라는 엉뚱한 구실을 만든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룸살롱서 법인카드 '펑펑'…직원 징계는 솜방망이

한전 직원들이 법인카드를 '개인돈'인냥 펑펑 쓴 사실이 감사원과 한전 자체 감사에서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이찬열 의원실이 한전에서 입수해 공개한 ‘법인카드 및 음주운전 실태 특정감사’ 결과에 따르면 2013년 1월부터 2014년 6월까지 한전 직원이 사용제한업종에서 결제된 법인카드 사용액은 총 59건으로 1744만 2500원에 달했다.

한전 직원들은 법인카드로 옛 본사에서 가까운 강남구 삼성동·대치동·신사동 등에 밀집한 룸살롱 등을 드나든 것으로 확인됐다. 한전은 여성 종업원이 나오는 술집에서 ‘클린카드(불건전 업소 이용을 봉쇄하기 위해 만든 법인카드)’가 사용된 데 대해 “업주가 ‘음식점 또는 일반주점’ 등으로 등록해 영업을 할 경우 당사 법인카드 결제가 가능하므로 직원들이 이를 인지하기는 불가능하다”고 해명했다.

또 감사 결과 법인카드를 이용해 화장품(22만원), MP3 재생기(18만8900원), 넥타이(18만5000원) 등을 사적으로 구매한 사실이 밝혀졌다. 그밖에 고급 일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하면서 법인카드 1회 사용지침인 50만원을 초과하지 않도록 같은 장소에서 분할결제 하는 일도 있었다.

이처럼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은 것은 직원 수는 2만380명인데 법인카드를 1만3365장(65.6%) 발급해 과다 사용 중인 게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같은 공공기관인 한국수력원자력의 경우 직원 수가 1만1464명인데 법인카드 보유량은 1979장(17.2%)에 불과하다. 특히 한전은 법인카드 부정 사용이 밝혀진 직원들에 대해 경고나 주의 등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는 데 그쳐 앞으로 논란이 예상된다.

◇'누진제'로 재미 본 한전, 성과급 잔치 혈안

한전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11조원을 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자 대규모 성과급 잔치를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재벌닷컴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9개 시장형 공기업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한전은 지난해 임직원 성과급으로 3600억 원 가량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이 영향으로 지난해 한전이 쓴 전체 인건비는 4조5466억원으로 전년보다 21%나 증가했다.

특히 인건비 가운데 성과급 항목을 보면 사장 몫이 9564만 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81.4% 급증했다. 한전 사장이 지난해 챙긴 성과급은 한국남동발전 5743만 원, 한국서부발전 5743만 원, 한국지역난방공사 5497만 원 등 자회사 사장들과 비교해 월등히 많았다. 임원인 상임감사와 이사의 성과급은 각각 5840만 원과 6530만 원으로 전년 대비 46.7%, 71.5% 늘어났다.

또 한전 직원들에게는 지난해 1인당 평균 1720만 원씩, 총 3550억 원대의 성과급이 지급된 걸로 추산된다.  한전 임직원의 지난해 성과급 증가율과 연봉 인상률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9개 시장형 공기업 중에서 가장 높은 걸로 조사됐다.

▲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 본사 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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