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newsian=신민주 기자)

한진해운의 법정관리가 유력해졌다. 한진해운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한진그룹이 25일 제출한 자구안을 검토한 결과, 신규자금이 한진해운을 회생시키는데 턱없이 부족한 규모라고 판단했다. 금융당국과 산업은행은 그동안 구조조정의 제1원칙으로 형평성 등을 거론하며 신규 자금 지원은 없다고 강조했다.

산업은행은 26일 한진해운이 제출한 자구안에 대해 설명하면서 한진그룹의 신규자금 지원액은 사실상 4000억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한진그룹은 대한항공이 4000억원을 유상증자 참여 형태로 신규 지원한다는 내용을 자구안에 담았다. 올해 연말 2000억원, 내년 7월 2000억원을 유상증자할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자금이 부족하면 1000억원 한도 내에서 그룹 계열사의 신규 자금 지원 및 조양호 회장의 사재출연을 할 것이라는 계획도 넣었다. 또 미국 롱비치터미널(TTI의 지분 매각(54%)을 통해 600억원을 조달키로 했다.

그러나 주채권은행은 실효성 있는 신규 자금은 4000억원에 불과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유상증자 및 1000억원 추가 지원도 채권단이 먼저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대한항공이 보유한 한진해운 지분(33%)에 대한 무상감자 후 유상 증자가 되는데 이 시기는 12월 초다. 결국 오는 12월 초까지 채권단이 신규 자금을 지원해야만 한진해운은 살아날 수 있는 구조다. 산업은행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한항공이 자금대여 등의 방법으로 한진해운에 신규 자금을 지원하고 그 다음에 그것을 출자 전환하자고 요구했지만 한진그룹은 회사 내규와 법적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며 거절했다. 또 산업은행은 대한항공이 보유한 영구채 2200억원에 대해서도 출자전환하고 감자를 하자고 요구했지만 한진그룹은 대한항공 주주들에 대한 책임(배임) 문제가 있어 안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한진그룹 자구안에 대해 채권단의 기류는 부정적이다. 우선 채권단은 외부 실사를 통해 한진해운의 부족 자금이 내년까지 최소 1조원, 최대 1조3000억원에 달한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한진해운이 용선료 협상, 사채권자 채무조정을 원만히 해도 이만큼의 돈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결국 채권단은 한진해운을 살리기 위해서는 최소 6000억원에서 9000억원의 신규 자금을 쏟아 부어야 한다.

산업은행과 우리은행, 농협은행, 국민은행은 이날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한진해운 채권단 실무자회의를 가졌다. 오는 30일까지 채권기관들의 의견을 받아 최종 결론을 내릴 계획이다. 이 안건에 대해 채권단의 지분율을 기준으로 75% 이상이 동의하지 않으면 안건은 부결되고, 한진해운은 법정관리 수순을 밟게 된다. 협약채권 가운데 산은의 의결권은 60%로, 사실상 산은이 동의하지 않으면 지원은 이뤄지지 않는다.

한진해운의 구조조정이 법정관리로 이어지더라도 은행권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대부분의 시중은행들이 이미 한진해운의 건전성 등급을 낮추면서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쌓아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한진해운의 금융권 신용공여액은 1조1161억원, 이 중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보유분이 각각 6660억원, 500억원이고 제2금융권의 몫이 1034억원이다. 시중은행들이 보유한 한진해운 여신은 3000억원 가량, 이 중 부산은행과 수협을 제외하고는 한 은행당 여신 규모가 500~800억원대다. 이들 시중은행들은 대부분 건전성 등급을 낮추고 신용공여액을 대부분 충당금으로 적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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