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정윤기 기자] 보험사들이 실손보험료 산출기준을 제대로 적용하지 않아 가입자 40만명이 보험료를 부당하게 더 내 온 것으로 감리 결과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은 실손보험료 책정에 대한 적절성을 점검한 결과 24개 보험사 중 21곳(중복 포함)에서 특정 상품 및 연령에서 보험료 산출이 불합리한 문제점이 발견됐다고 27일 밝혔다.
금감원은 생·손보사가 공통으로 판매한 2008년 5월 이후 상품을 대상으로 위험률과 사업비율을 책정할 때 법규상 보험요율 산출원칙 등을 제대로 준수하는지를 중점적으로 점검했다.
그 결과 보험요율 산출원칙 등을 준수하지 않은 5가지 사항이 확인됐다.
우선 보장률이 더 낮은 표준화 상품 전 가입자가 보장률이 높은 표준화 이후 가입자보다 보험료가 더 비싼 역전현상이 발생했다.
2008년 5월부터 실손의료보험을 판매한 생보사는 자기부담률을 20% 적용하다가 2009년 10월 상품 표준화시 자기부담률을 10%로 조정했다.
이후 매년 실손보험료를 갱신할 때 표준화 전 상품에 대해서는 통계량이 적다는 이유로 보험료를 조정하지 않고 동결한 반면 표준화 후 상품은 인하해 보장률이 80%인 표준화 전 상품의 보험료가 보장률이 90%인 표준화 후 상품보다 오히려 보험료가 더 높아진 결과를 낳았다.
보장률에 비해 보험료가 과도하게 책정된 사례로 이러한 문제점이 발견된 보험사는 9곳이었다.
금감원은 주로 60세 이상에서 보험료 역전현상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60세 남성의 경우 표준화 전 실손보험을 든 가입자는 보험료가 2만9681원인데 표준화 후 실손보험료는 1만8456원으로 50%가량 쌌다.
노후실손의료보험료도 보험사에 유리하게 책정했다.
2014년 8월부터 판매된 노후실손(50세부터 75세까지)은 자기부담률이 30%(일반 실손은 10% 또는 20%)로 손해율이 약 70% 수준으로 비교적 안정적이다.
그런데 판매초기에 노후실손의료보험의 경험통계가 없어 일반실손의료보험 경험통계(또는 참조율 통계)에 연계해 보험료를 산출한 보험사 10곳은 손해율이 100%를 크게 밑도는 상황에서도 지난해부터 2년 연속 보험료를 인상한 것으로 조사됐다.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은 최근 5년 이상의 계약통계를 반영해 보험료를 조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규정하고 있다. 경험통계가 부족하면 보험료 인상을 제한해야 한다는 취지다.
예상손해율이나 위험률 추정도 엉터리였다.
보험사는 실손보험료 산정을 위해 장래 예상손해율 추정시 보험사고 시점(사고연도)과 보험금 지급시점(지급연도)간 시차가 있는 점을 감안해 보험사고 후 경과기간에 따른 보험금지급액을 가정한 손해진전계수(LDF)를 반영한다.
실손의료보험의 지급준비금을 적립할 때에도 동일한 방식으로 손해진전계수를 적용한다.
대부분 보험회사는 실손의료보험의 보험료 산출시와 지급준비금 산출시 손해진전계수(LDF)를 동일한 기준으로 적용했으나 6곳은 보험료와 지급준비금 산출시 손해진전계수(LDF)를 사고 발생일과 지급 발생일로 달리 적용했다.
회사 자체 보험료 산출지침을 준수하지 않고 추세모형을 임의 선정한 보험사도 1곳 있었다.
회사 내규에서는 추세모형을 테스트해 전년도 위험률 변동폭과 가장 유사한 모형을 선택하도록 정하고 있으나 해당 보험사는 테스트 절차를 생략하고 인상률이 높게 나오는 지수모형을 선택해 결과적으로 보험료를 과다 인상하는 꼼수를 부렸다.
사업비도 문제였다.
금감원 조사 결과 실손의료보험에서 사업비 재원에 해당하는 부가보험료는 보험회사 평균적으로 총보험료의 30% 안팎인데 2곳은 총보험료의 40% 이상을 부가보험료로 책정했다. 예정사업비율이 지나치게 높다고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금감원은 이들 보험회사에 대해 해당 실손보험 기초서류의 변경을 권고할 계획이다.
요율 변경시 3~4개월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해 변경권고 사항은 내년도 실손보험료 조정시 반영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감리 결과에 따라 약 40만명은 보험료가 같거나 내려갈 것으로 금감원은 추산했다.
생보사가 판매한 표준화 전 실손보험 5만여건은 갱신보험료가 약 15% 깎이고, 33만건의 손보사 표준화 실손보험의 보험료도 소폭(0.5%~2.0%) 인하할 것으로 전망됐다.
생・손보사 공통의 노후실손도 2만6000건은 보험료 동결이나 인하가 예상된다.
금감원은 소명절차를 걸쳐 9월 중으로 변경권고 대상을 확정하고 공개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