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고 김광석과 그와 얽힌 가족사가 세간에 화제다. 그의 죽음부터 딸인 서연양의 죽음까지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그 의혹의 정점에 있는 김광석의 부인 서해순씨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고인이 된 한 대중가수의 죽음과 이후 미망인의 석연찮은 행적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것.

이상호 감독의 영화 <김광석>은 김광석의 죽음이 재조명되는 결정적 촉매로 작용했다.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화는 1996년 1월 6일 김광석 사망 이후, 20여년이 지나도록 베일에 쌓인 마지막 날을 조명하고 있다. 기자이자 감독인 이상호씨는 이 영화를 통해 김광석의 죽음이 자살이 아닌 타살이라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그가 수습기자 때부터 수십여 년간 취재해온 김광석 죽음에 대한 의혹의 정황들이 영화에 담겼다.

영화에도 등장하는 김광석의 부인 서해순은 21년 전 김광석의 사망 장소에 함께했던 사람이다. 김광석의 죽음이 타살일 경우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는 인물이다. 김광석의 사인은 전기줄로 목을 매 자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자살했다는 김 씨의 목 앞 부분만 삭흔이 있는 점, 공연을 앞둔 점 등 여러 이유로 자살보다는 타살 정황이 높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이 사건은 공소시효가 지났지만 경찰의 초동 부실수사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영화가 화제가 될 무렵 김광석의 딸 서연양의 사망 소식이 들려왔다. 서연양이 지난 2007년 17살의 나이로 경기 용인 자택에서 쓰러진 뒤 병원이송중 숨졌다는 것. 생전의 서연양은 가부키 증후군이라는 난치병을 앓았다고 한다. 그러나 어머니 서해순은 서연양의 사망 10년이 지나도록 이 사실을 가족이나 세상에 알리지 않았다. 서해순은 그 이유를 “미국에서 5년 동안 생활을 했는데 경황이 없었다”로 해명하고 있다.

이 사건을 꾸준히 취재해온 이상호 기자는 서해순이 딸의 사망소식을 숨긴 이유를 김광석의 저작권 등 일종의 재산상속과 관련 돼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서연양의 사망 원인도 향후 경찰의 수사결과로 명확히 밝혀야 할 대목으로 지적된다.

논란이 확산되자 서해순은 지난 25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인터뷰를 가졌다. 서 씨는 인터뷰 내내 앵커의 민감한 질문엔 “당시 경황이 없어서”나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같은 말로 쟁점을 흐리거나 질문을 피해갔다. 또 머리를 만지거나 심하게 손을 흔드는 등 과도한 몸짓으로 특유의 불안한 사람의 모습을 노출했다. 사망한 자신의 딸을 ‘장애우’로 호칭하기도 하고 남편과 딸을 저 세상으로 보낸 사람의 모습이라고 보기엔 이해되지 않을 만큼 냉철한 모습도 보였다. 인터뷰를 진행한 손석희 앵커는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는 말을 수 차례 반복했다. 결과적으로 그날의 인터뷰는 논란과 의혹만 증폭시켰다.

남편 김광석에 대한 죽음의혹, 딸 서연양에 대한 죽음의혹 등 그를 둘러싸고 벌어진 일련의 의혹들 어느 것 하나 해소되지 않은 답답한 인터뷰였다. 그저 서 씨의 일관된 방어논리가 지배했고 진정성이란 찾아볼 수 없어 여론악화만 부추겼다.

이제 공은 수사기관인 경찰로 넘어갔다. 서해순은 방송 출연을 통해 어느 정도 국민재판 과정을 거쳤다고 본다. 서 씨의 방송 출연 동기가 경찰 출석에 앞서 여론환기와 우호적인 수사국면을 노린 법리적 계산에서 나온 것이었든, 아니었든 그 죄의 유무는 사법기관이 판단할 것이다.

김광석과 얽힌 사태를 바라보는 격앙된 여론도 좀 더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두 사람의 죽음에 대한 시비와 진실을 가리는 중요한 찰나에 자칫 ‘마녀사냥’으로 호도당하는 일이 발생하면 곤란하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한 때이다. 영원한 가객, 김광석의 찰진 목소리가 유난히 그리운 초가을이다.

<이완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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