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정윤기 기자] 9월 은행의 가계대출이 4조9000억원 늘어나는 데에 그치면서 증가세가 한 풀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월 사상 최대 규모로 급증했던 신용대출 증가세가 절반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택담보대출은 소폭 늘어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한국은행이 16일 발표한 '2017년 9월중 금융시장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모기지론 양도 포함)은 749조2000억원으로 전월보다 4조9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지난 8월 증가액인 6조6000억원보다 1조7000억원 줄어든 것으로 지난 4월(4조7000억원) 수준과 비슷하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고공행진하던 지난 2015~2016년 9월 평균치(6조1000억원)보다는 1조2000억원 축소된 수준이다.

이는 지난 8월 카카오뱅크를 비롯해 일부 은행의 저금리 대출로 크게 늘었던 신용대출 증가액이 다시 급감한 영향이다. 추석 상여금 등을 받은 가계의 신용대출 수요 자체가 줄면서 신용대출 증가액은 전월(3조4000억원)보다 50% 감소한 1조7000억원으로 나타났다.

반면 8·2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3조3000억원으로 전월(3조1000억)보다 다소 늘었다. 실제 지난달 서울시의 아파트매매거래량은 8000호로 8월 1만5000호보다 절반 가량 줄었다.

그런데 대출액이 증가한 것은 신규 수요보다는 기존에 승인된 중도금 대출 등이 꾸준히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한은은 분석했다. 정부의 규제대책 영향이 미미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다.

한은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이 8·2부동산대책 시행 전인 6~7월에는 4조원대 후반이었지만 8월 이후부터 3조원대 초반 수준으로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며 "집단대출 수요는 꾸준히 있긴 하지만 부동산 대책의 영향이 일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은행의 기업대출은 778조8000억원으로 5조원 늘어나 전월 증가액(2조9000억원)보다 폭이 확대됐다. 지난달 추석 연휴를 앞둔 중소기업의 운전자금 수요가 늘면서 중소기업 대출은 5조9000억원 늘었다. 대기업 대출은 다만 9000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자 대출인 개인사업자 대출은 3조4000억원 증가한 282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 증가액인 2조9000억원보다 증가폭이 늘었다.

은행 수신은 전월(16조7000억원)보다 27조8000억원 늘어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기업들의 결제성자금과 가계의 추석 상여금 등이 유입되면서 수시입출식예금이 27조8000억원 늘어난 영향이다. 자산운용사 수신은 머니마켓펀드(MMF)가 감소하면서 전월(4조6000억원 감소)보다 10조7000억원 줄어 감소폭이 확대됐다.

한편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외국인의 채권 순매도와 북한 리스크 등의 영향으로 지난 8월말 1.75%에서 지난 13일 기준 1.92%로 크게 상승했다.

저작권자 © 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