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신민주 기자] 어두운 시절의 상징 여의도 지하벙커가 베일을 벗고 산뜻한 미술관으로 탈바꿈한다. 19일 서울 여의도 버스환승센터 밑에 있던 ‘여의도 지하벙커’가 열린 것.

이날 서울시립미술관 'SeMA 벙커'로 문을 연 지하는 연면적 871㎡로 전시장과 역사갤러리로 변신했다.

‘여의도 지하벙커’는 개관과 동시에 서울시립미술관이 운영과 관리를 맡으면서 ‘SeMA 벙커’라는 정식 명칭을 갖게 됐다.(SeMA는 서울시립미술관 Seoul Museum of Art의 영문 약칭이다.)

서울시 안전총괄과와 도시기반시설본부의 주관 하에 지난 1년간의 리모델링 공사를 마쳤다.

'SeMA 벙커'는 2005년 여의도 버스환승센터 건립공사 도중 발견됐다. 관련 자료가 많이 남아있지 않아 정확한 추측이 어렵지만 1970년대 당시 대통령 경호용 비밀시설로 지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시는 벙커가 언제 생긴 건지 알아보기 위해 항공사진을 찾아봤고 '76년 11월 사진엔 벙커지역에 공사 흔적이 없었지만 이듬해 11월 항공사진엔 벙커 출입구가 보여 이 시기에 공사가 이뤄졌을 것으로 추측했다. 특히 벙커 위치가 당시 국군의 날 사열식 때 단상이 있던 곳과 일치해 '77년 국군의 날 행사에 당시 대통령 경호용 비밀시설로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후 2015년에 서울시가 시민체험행사를 통해 일반에게 공개하면서 문화공간으로 조성하기로 결정됐다.

지난 2013년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지정된 바 있는' SeMA 벙커'는 공간을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보존하기 위해 작은 타일 형태의 바닥은 그대로 두고 낮은 층고를 보완하기 위해 천장을 노출형태로 마감했다.

특히 VIP가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방은 소파와 화장실, 샤워장이 있는데, 소파는 비슷하게 복원해 시민들이 직접 앉아볼 수 있게 했고 화장실 변기 등은 그대로 둔 상태다. 이외 내부 공간은 예술품을 설치하고 전시 등을 기획할 수 있는 공간으로 새 단장을 마쳤다. 전시 공간 확보를 위한 내벽을 덧대고 엘리베이터 및 항온항습 시설 등을 구비했다.

19일부터 '여의도 모더니티'(양아치 기획)을 선보인다. 여의도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한국의 근현대화 과정에 주목한 전시다.

4팀으로 구성된 11명의 참여작가(강예린, 진종헌, 신경섭, 김남수, 이나현, 유빈댄스, 송명규, 윤율리, 이유미, 조인철, 박정근)가 여의도에 대한 수직과 수평, 과거와 현재의 시선들이 교차하는 장면을 구성하며 새로운 방식의 힘을 탐구한다.

전시장 안쪽에 위치한 역사갤러리는 2015년 시민체험행사 때 발견 당시의 모습으로 복원하여 아카이브 사진 및 영상자료전과 함께 공개된 바 있는데, 역사적 공간에 대한 원형 보존을 요구하는 시민들과 서울시 의회의 의견을 수렴하여 현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됐다.

서울시립미술관은 SeMA 벙커 아카이브 프로젝트 영상을 기획하여 역사갤러리 내에 추가 설치할 예정이다. 작가 윤지원과 권혜원이 차례로 신작을 소개한다. 서울시립미술관은 향후 이 공간을 단순한 기록보관소가 아닌 지속적인 상상과 생산의 장소로 전환해 나갈 계획이다.

앞으로 SeMA 벙커는 상대적으로 문화예술 인프라가 부족한 여의도에 특화된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서울시립미술관의 각종 프로그램과 연계한 다양한 전시와 프로그램으로 여의도 문화예술 향유를 선도하는 공간으로 거듭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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