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양지열 편집 자문위원/변호사]

정계개편 신호탄?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마음이 바쁜 모양이다. 초등학교 교과서에서는 누군가 철수에게 함께 놀아 달라며 불렀는데, 안 대표는 먼저 구애를 시작했다. 비밀 여론조사로 슬쩍 국민의 마음을 떠보더니 바른정당과 합치겠다고 했을 때 가장 좋은 반응을 얻었다. 애초부터 마음에 두고 있었던지 바른정당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을 만나면서 곧장 물꼬를 트기 시작했다. 국민의당 내에서 통합을 지지하는 의원이 30명에 이른다는 얘기도 나온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기는 하다. 대선 패배, 문준용시 제보조작 사건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뒤로하고 당 대표로 나섰다. 안밖의 반대 여론도 높았지만 안중근 의사의 심경으로, 위기에 빠진 국민의당을 구하겠노라며 대표를 맡았다. 하지만 기대와 결과는 달랐다. 지지율은 변함없이 바닥이다. 앞서 언급한 비밀 여론조사에서도 6%를 겨우 넘겼다. 꼴등이다. 정부, 여권을 향해 작심한듯 비판을 이어갔지만 호응을 얻지 못했다. 국회의원이 40명, 그 중 비례대표가 13명이라는 사실에 견주면 초라하기 그지없다. 내년 지방선거가 걱정이고 그 전에 안 대표에 대한 당내의 불만이 나올 수 있다.

바른정당의 맞장구

바른정당 일부도 싫은 기색은 아니다. 발등의 불은 바른정당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애초에 통합 논의는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사이에서 먼저 나오기도 했다. 이른바 보수대통합추진위원회가 만들어져 “통합파“ 상당수 의원들은 자유한국당으로의 회군을 기정사실로 추진하고 있다. 20명으로 가까스로 원내 교섭단체를 유지하고 있는데 절반 가까운 의원들이 떨어져 나갈 수 있다.

걸림돌이 될 줄 알았던 자유한국당의 친박청산 문제도 예상보다 속도를 높이고 있다. 박 전대통령은 물론 서청원, 최경환 의원에 대한 자진탈당 권고를 의결했다. 그나마 양쪽의 좌장인 홍준표 대표, 김무성 의원이 둘 다 외국에 나간 덕분에 잠시 한 숨을 돌리고 있을 뿐이다. 28일 전후로 두 사람이 돌아오면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 “자강파”로 불리며 독야청청을 고수하다 그냥 군소정당에 머물지 모르는 현실이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결합은 피할 수 없어 보이기도 한다.

적과의 동침

정치란 권력을 얻는 일과 그렇게 얻은 권력으로 무엇을 하는지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보면 지금의 상황은 다소 혼란스럽다. 새 정부가 들어선지 불과 5개월 남짓이다. 게다가 지난 정권의 부정부패로 말미암아 태어난 정권이기에 국민의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권력을 얻기 위한 정치에 눈을 돌리기에는 아직 이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의 생각은 달라 보인다. 새 정부에도 비판과 견제는 필요하지만 그 이상의 상황이다.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세 사람은 모두 대권주자였고, 지금도 당 대표이거나 사실상 대표 역할을 맡고 있다. 숨돌릴 틈도 없이 대선 2라운드에 뛰어든 것처럼 여겨진다.

그렇기에 국민의당, 바른정당의 통합은 안철수, 유승민의 통합으로 비친다. 그들의 대의, 큰 뜻은 대선이고 말이다. 우선은 함께 세력을 불리려 하지만 언젠가 다시 싸워야하지 않겠는가. 그래서인지 견제구부터 던져지고 있다. 통합을 하려면 국민의당이 햇볕정책, 호남 기득권을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먼저 나왔다. 호남 배제설로 이어질 수 있어 안 대표가 부랴부랴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그럼에도 박지원, 정동영, 천정배 같은 호남 중진들이 통합에 반대하고 있는 만큼 결합을 한다면 잃는 몫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지금의 국민의당을 만들었을 때 호남의 기반이 절대적이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는 만큼 통합 시도는 그 자체로 커다란 도박이다.

그런 도박을 감내하고라도 실리를 얻으려면 그 만큼의 명분도 필요하다. 국민의당, 바른정당의 가치관이나 이념이 화학적으로 하나가 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안 대표는 극중주의를 표방했다. 어정쩡한 중간이 아니라 보수, 진보로 나뉜 이념의 갈등을 뛰어넘는 상위 개념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반해 유승민 의원은 이른바 개혁 보수, 깨끗한 보수를 지향해 왔다. 경제에는 진보적이지만 안보에 있어서 만큼은 어느 누구보다 강한 보수적인 성향을 보인다. 대선과정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북송금 카드를 꺼내 안 대표에게 맹공을 퍼붓기도 했다.

제3 지대는 가능할까

내세우는 명분으로 우선 국민이 만들어 준 다당제 구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있다. 기득권 정치체제를 바꾸기 위해 뭉치노라고 말이다. 양당제로 나뉘어 치고받는 싸움에 신물 난 국민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념적으로 진보, 보수의 극단이 아닌 중간지대의, 화합을 외칠 수도 있다. 제3지대라고 부르건 중도라고 부르건 표현이 중요한 것은 아니니 말이다. 더해서 영남과 호남에 각각 기반을 둔 정당들의 결합으로 해묵은 지역갈등을 해소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전망도 가능하다.

그렇게 해서 통합에 성공한다고 가정하고 안 대표가 노릴 제3지대를 단순하게 산수로 한 번 계산해 보자. 다시 한 번 국민의당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한다. 현재 정치권의 지형은 더불어민주당이 50 퍼센트 가량,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국민의당을 합해 30퍼센트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20 퍼센트 국민이 마음 둘 곳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안 대표가 이 마음들을 거둬야 할텐데 변수가 있다. 다른 여론 조사들을 보면 공교롭게도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70 퍼센트 내외를 오가고 있지 않은가. 더불어민주당과 20 퍼센트 차이다. 물론 정당 지지율 조사와 대통령 지지율 조사는 다르기에 같은 20 퍼센트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보수와 진보를 아울러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안 대표가 제 3지대 혹은 중도 보수 성향의 국민을 목표로 삼는다면 겹칠 수밖에 없다.

통합에 성공한다고 해도 안 대표가 가야할 길은 멀다. 새정치, 제3지대, 극중주의… 무엇을 뜻하는지 보다 선명하게 알려야 한다. 적폐청산을 기치로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는 어떤 관계로 가져가야 할지도 고민해야 한다. 헤어스타일이나 목소리를 바꾸는 것 말고, 국민의 마음을 얻는 진심을 어디서 찾아야 할지. 그걸 찾아야 “철수야 놀자”면서 국민이 불러줄 것이다. 반대로 권력을 얻기 위한 정치만을 보여준다면, 지겹고 흔한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 쇠락할 것이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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