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양지열 편집 자문위원/변호사]

국회의원 노릇 힘들다더니

가끔 신세 한탄을 하는 “의원님들”이 있다. 국회의원 대우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이다. 특혜란 특혜는 거의 사라지고 일만 늘었다고 한다. 선거철에만 고개 숙이면 됐는데 유권자들의 권리 의식이 높아졌다. 언제든 먼저 다가가 고개 숙이지 않으면 뒤통수가 따갑다는 것이다. 게다가 매체가 다양해지면서 언론이 일거수일투족을 들여다 보고 있다. 정치자금 받는 일은 고사하고, 밥 자리, 술자리도 함부로 갖기 어렵다며 볼 멘 소리를 한다. 당연한 얘기를 왜 불평하나 내심 어이없어 하면서 자연스레 드는 생각이 예전엔 도대체 어땠길래 그럴까 이다. 그리고 과연 지금은 정말 누리는 것들이 없을까 싶기도 한다.

물론 예나 지금이나 어렵게 국민을 위해 일하는 정치인들은 있다. 하지만 그 반대도 여전하지 않을까. 한창인 국정감사에서 채용 비리 문제가 불거져 많은 국민의 화를 돋우고 있다. 공기업인 강원랜드가 대표적이다. 2012~2013년 공채 모집자들 518명 가운데 493명이 청탁을 통해 뽑혔다고 한다. 그들의 “빽”으로 국회의원들의 이름이 거론됐다.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하지만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은 변호사 시절 사무장의 아들, 같은 당 염동열 의원은 후원자의 처남 등이 보도됐다. 과거 새누리당 의원 7명이 채용 청탁 명단에 들어 있다. 지난 정권 실세였던 최경환 의원은 중소기업진흥공단에 자신의 인턴을 입사시킨 혐의로 이미 재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강원랜드는 신입사원 초봉이 3천2백만원, 평균 연봉은 7천만원 가량이다. 이런 곳에 밀어 넣어줄 정도로 위세를 가졌던 “의원님들”이다.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청탁을 해줬을까. 물론 강원랜드에 대해서는 이미 검찰에서 수사를 했다. 하지만 1년 넘게 1백여명을 수사했는데도 전 사장과 전 인사팀장 두 사람을 불구속 기소하는 것으로 그쳤다. 검찰의 수사가 부족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쩌면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 권력을 가진 사람들끼리 좋은 게 좋은 것이라며 주고받기를 해서일 수도 있다. 당장 눈에 띄게 현금을 주고 받거나, 서류를 조작하거나 하지 않고 말이다. 그럴 경우 청탁은 있었지만 당장 겉보기에 드러나는 불법은 없을 수 있다. 대가로 “의원님들”이 무얼 누렸는지 역시 알기 어렵다.

법 위의 “의원님들”

하기야 법이 안중에 없는 듯한 정치인들도 있다. “홍준표 녹취록”이 보수 야권을 흔드는 폭풍이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홍준표 대표는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받았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1심 재판에서 유죄를 받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증거가 돈을 전달했다는 경남기업 부사장 윤모씨의 진술이다. 그런데 서청원 의원은 홍 대표가 윤씨의 입을 막으려 했다는 폭탄 발언을 터뜨렸다. 홍 대표는 이에 대해 수사 초기 윤씨가 허위 사실을 얘기해 바로 잡으려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나아가 이명박 대통령 시절 자신이 서청원 의원의 특별 사면을 도왔는데 은혜를 모른다며 역시 폭탄 발언을 했다.

거기서 그친 게 아니다. 갑자기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이 튀어 나왔다. 국정 감사장에서 자신은 “홍준표 녹취록”을 가지고 있는데, 검찰은 왜 그걸 확보하지 못하느냐며 질타한 것이다. 그 내용도 1심에서 유죄를 받은 홍 대표가 항소심에서 윤씨의 진술을 뒤집으려 시도했다는 것이라고 했다. 도대체 어떻게 국민의당이 서청원 의원과 홍 대표의 대화 내용을 가지게 됐을까. 많은 국민들이 의아해 했다. 여의도 정치권에서 소문이 흘러 나왔다. 자유한국당 친박 세력들이 홍 대표를 견제하기 위해 국민의당에 줬다는 것이다. 물론 아직은 소문일 뿐이다.

하나 하나가 황당한 얘기들이다. 서청원 의원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홍 대표는 자신의 재판에서 위증을 교사했다는 것이다. 특별사면도 어이없다. 홍 대표의 말을 뜯어 보면 원래는 사면 대상이 아닐 수 있는데 자기 덕분에 풀려났다는 식이다. 대통령의 사면권을 남용하도록 했다는 셈이다. 부장 검사 출신인 이용주 의원의 행동도 이해하기 어렵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재판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는 증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검찰에, 법원에 제출하겠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옛날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 최고 법원이 지금 재판을 하고 있는 사건에 대한 일이다. 법 위에 머물고 계시는 모양들이다.

갈등을 부추기는 정치

법에 대한 불신을 좀처럼 멈추지 않기도 한다. 국정감사장에서 검찰은 1년이 넘은 최순실 태블릿 pc에 대해 거듭거듭 설명을 해야 했다. 왜 태블릿pc를 최순실의 것으로 확신하는지, 어떤 수사기법으로 그 안의 내용을 파악했는지. 뉴스에 관심이 많은 국민이라면 이미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명백하게 알고 있는 사실들이다. 그런데도 김진태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은 태블릿 pc 원본을 내놓아라, 연설문이 들어간 날짜가 수상하다 등등 의혹 제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국정농단의 스모킹건으로 박 전 대통령 탄핵을 이끌고 검찰 수사와 재판으로 이어진지 이제 1년인데 말이다. 게다가 안타깝지만 그들이 주장하는 일방적인 내용을 고스란히 사실로 믿는 국민도 있다. 국정감사장에서, 방송국 카메라가 중계하는 가운데, 국회의원들의 입에서 나온 말이니 말이다. 가짜 뉴스의 진원지가 국회인 셈이다. 탄핵무효를 외치는 엉뚱한 목소리로 이어지게 만들고 있다. 국민의 갈등을 부추기는 것이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주목받은 인물 중에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있다. 그는 적폐청산 수사를 “정치보복”으로 지목하는 정치권에 반박했다. 정치하는 사람이 아니라 수사하는 사람이라고 말이다.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정치란 권력의 향방을 좇아 가는 일이라고 본다면 맞는 말이다. 그게 아니라 정치란 법과 제도에 따라 국민의 삶을 안정적으로 이끄는 일이라고 본다면 틀린 말이다. 그렇게 보면 검찰의 수사도 정치의 한 흐름일 수 있다. 채용 비리처럼 일상과 밀접한 사건부터 정치적 부패 사건까지, 올바른 정치에 기여하길 부탁드린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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