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최영일 편집 자문위원/시사평론가] 미국 국내에서나 국제적으로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드디어 우리나라를 방문한다.

이미 하와이를 찍고, 동북아시아 첫 순방국인 일본에서도 흥겨운 시간을 보낸 모양이다. 우리나라에서 1박2일, 사실상 25시간을 보내고, 중국으로 날아간다.

그런데 주말 대형서점을 돌아보다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미국 대선이나 미국 대통령의 한국 방문은 출판계의 흥행 대목이기 때문에 트럼프 관련 서적이 별도의 매대를 이루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서점가의 이번 트럼프 대접은 썰렁하다.

이유인즉 트럼프 자신의 저서 몇 권과 비평서 몇 권 외에는 트럼프 관련 도서가 별로 없다. 이는 트럼프의 인기도 측면에서만이 아니라 미국 대통령이자 정치인으로서 트럼프에 대한 연구가 거의 없다는 반증이다. 그는 언론 지상을 장식하는 요란한 캐릭터 외에 아직까지 우리에게 미지의 존재인 것 아닌가. 그래서 차분히 그를 탐구해보려 한다.

트럼프는 비즈니스맨이다

독일계 이민자의 후손인 트럼프는 아이러니 하게 이민자에게 냉혹하다. 자세히 살펴보면 그는 자신이 이민자를 좋아하며 문제는 ‘불법’ 이민이라고 못 박고 있다.

3남2녀 중 넷째인 그는 어린 시절에도 지금처럼이나 난폭했던 모양이다. 부친은 그를 군사훈련을 받는 기숙학교에 입학시켰다. 펜실베니아 대학 와튼 스쿨 출신이지만 경영대학원을 나오지 않았고, 편입학 해서 학부를 마쳤다. 부친의 부동산 사업을 이어받긴 했지만 상속 재벌은 아니다. 25세에 경영을 시작하면서 회사 이름에 ‘트럼프’를 붙였고, 잘 나가다가 파산 지경에 이른 후 재기에 성공했기 때문에 자수성가형으로 통한다.

미인과 세 번 결혼한 이력처럼 미녀를 좋아하는 그는 미스 유니버스 대회를 인수해서 미인대회를 비즈니스화 했다. 그리고 아예 방송인이 되어 리얼리티 쇼 진행자가 되었다. 공화당, 개혁당, 민주당, 다시 공화당을 오간 끝에 미국 대통령이 되는데 성공했다.

부동산, 미인대회, 골프, 정치에 이르기까지 다양해 보이는 인생경력에도 불구하고 그는 뼛속까지 장사꾼이다. 그리고 철저하게 에고이스트이다.

트럼프에게 세계평화, 사회공헌, 휴머니즘을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인 것이다. 초강대국인 미국의 정치 시스템, 군사력, 경제력 위 사령탑에서 키를 잡은 그를 이해하고, 상대하려면 이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그와의 관계는 철저히 ‘거래’이다. 딜, 또는 극딜.

트럼피즘의 실체

사실상 마지막까지 승산이 없어보였던 선거의 결과, 승자는 트럼프였다. 도박에서 이겼다면 실력과 무관하게 운이 좋았다고 폄하할 수 있겠으나 선거는 다수의 사람을 끌어들이는 과정이기에 트럼프의 당선이 이변이기는 하나 행운이라기보다는 뭔가 전략이 있었음에 틀림없다. 그래서 등장한 용어가 ‘트럼피즘.’

사회적 자원을 동원하는 전략은 축약하면 두 가지로 나눠진다. 포섭, 아니면 배제.

최근의 정치전략은 이 두 가지를 어중간하게 뒤섞어서 쓴다. 그 결과 모호한 중간지대, 중도로 정책들이 수렴된다. 미국의 공화당이나 민주당, 영국의 보수당이나 노동당, 우리나라의 보수정당과 진보정당도 삿대질을 하며 핏대를 올리지만 정책공약집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태반이 비슷비슷한 이야기다.

트럼프는 이 대목에서 남다른 전략으로 포섭대상의 유권자는 확실한 포섭, 버리는 유권자는 확실한 배제를 택한다. 여기서 승부가 갈린다. 그에게 좋은 게 좋은 거지, 하는 의식은 없다. 내 편은 좋은 편, 반대편은 나쁜 편이다. 그래서 그의 화법과 스타일은 매우 유아적으로 보이지만 계산이 명확하다.

사실 트럼피즘은 나쁜 것이다.

피아의 경계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 가족과 동료와 공동체를 철저히 갈라 쳐서 반목하게 만든 후 서로 싸우게 만들기 위해 별로 생산적이지도, 가치도 없는 이슈들을 마구 던져 극렬하게 선동한다. 하지만 집단지성의 작동을 혼돈으로 빠뜨려 성공할 확률이 높은 사업수완이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두 번째 베트맨에 등장한 조커가 자신을 표현하듯 '혼돈의 사도'인 것이다. 이처럼 그는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대의에는 별 관심이 없으며 중요한 것은 이기느냐 지느냐, 따느냐 잃느냐, 죽느냐 사느냐에서 자신의 승리, 자신의 성취와 획득, 자신의 생존만이 중요하다. 이것이 트럼피즘의 실체다. 트럼프가 이기는 것, 트럼프가 따는 것, 트럼프가 사는 것.

트럼프노믹스?

트럼프는 직진형 인물이다. 때때로 성동격서로 혼란을 유발한 후 자신이 원하는 것을 향해 질주하는 정도의 페인트 모션 외에 감추어진 속내란 별로 없다.

트럼프노믹스는 간단하다. '아메리카 퍼스트’로 끝이다. 감세, 규제 완화, 보호무역주의 부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폐기, FTA들도 폐기 또는 재협상.

최근 임기가 끝나가는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을 연임시키지 않고, 후임으로 제롬 파월 연준 이사에게 지명을 통보했다. 이사회 중 유일한 공화당원이라는 점을 빼면 파월은 옐런 의장과 같은 비둘기파로 복사판이다. 트럼프는 금리 인상이 탐탁치 않다. 지속적 저금리를 원하는 것이다. 신중론자인 옐런으로 충분할 텐데도 굳이 파월로 바꾼 건 오바마 지우기다.

이런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우리나라를 방문한다. 그런데 국내 정치권에서는 매우 쓸데없는 공방을 벌이고 있다. 소위 한국홀대론이다.

당신이 트럼프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라. 동북아시아에 주요한 상대국이 셋 있다. 중국, 일본, 한국이다. 거기에 핵을 들고 미국과 맞짱 뜨겠다는 북한.

필자가 트럼프라면 먼저 해결해야할 위험요인은 당연히 북한이다. 하지만 종합적으로 분석했을 때 방문국 중 중요도의 우선순위는 중국, 일본, 한국 외에 순위를 바꿔야 할 다른 이유가 있을까? 미국의 입장에서 '시장'만 보는 사람에게?

사업적, 경제적 관점에서 너무나 뻔한 이 상황을 놓고, 마치 유치원생들이 트럼프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친한가, 아베 일본 총리와 친한가, 우리 문재인 대통령과 친한가, 따지며 생떼를 쓰고 있다.

다들 그만 좀 웃기고 정치 지도자로 전망을 제시하려면 트럼프 아니라 그 어느 미국 대통령의 입장에서도 먼저 찾아와서 긴밀한 관계를 맺고 유지하고, 오래 함께 하고 싶은 매력적이고 강한 국가로 대한민국을 만들어 내라. 그렇지 못 하다면 정치인 모두 직무유기다. 이 엄혹한 글로벌 환경에서, 치열한 국가 간 비즈니스 판에서 말이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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