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말을 낳는 상황에 자괴감이 든다.”

아주대학교 이국종 교수가 최근 자신을 중심으로 벌어진 인격테러와 관련해 토로한 일갈이자 하소연이다.

국내 의료계 중증외상 분야 최고 권위자인 이국종 교수가 최근 판문점을 통해 귀순한 북한군 병사를 사경의 위기에서 구해낸 후 뜻밖의 위기(?)에 처했다.

그를 위기로 몬 장본인은 정의당 소속의 국회의원 김종대. 김 의원은 자신의 SNS(페이스북)를 통해 이 교수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를 냈다.

이 교수가 심각한 총상을 당한 북한 귀순병사에 대한 1차수술을 마친 후 가진 인터뷰를 문제 삼으며 이 교수를 힐난했다.

김 의원은 SNS 글에서 “(귀순 북한군 병사가) 사경을 헤매며 남쪽에서 치료받는 동안 몸 안의 기생충과 내장의 분변, 위장의 옥수수까지 다 공개되어 또 인격의 테러를 다했습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교수의) ‘이런 환자는 처음이다.’라는 의사의 말이 나오는 순간, 귀순 병사는 더 이상 보호받아야할 인간의 정상성을 상실하고 말았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이 인터뷰 내용중 ‘기생충’ 관련 내용이 언론에 의해 대서특필 된 사실을 언급하며 “이로인해 보호받아야할 존엄의 경계선이 허무하게 무너졌고, 의료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가 부정되었다. 현행 의료법을 위반한 범죄 행위이기도 합니다.”고 사실상 이 교수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현역 의원이 한 종합병원 의사의 일련의 의료행위와 이후의 언론플레이 자체를 ‘인격테러’로 규정하고 맹공격을 퍼부은 셈이다. 결코 쉽지 않았을 수술을 마친 집도의로서는 칭찬은 고사하고 범죄자 취급을 받았으니 몹시 황당하고 억울한 상황에 다름없다.

한편으로는 국회 국방위 소속 의원인 김 의원의 의정활동중 열정에서 비롯된 감정과잉의 대목도 읽힌다. 수술대에 오른 환자가 평범한 일반인도 아닌 국경을 넘어온 귀순병사였다는 점에서 국가 안보차원의 은밀한 신병처리를 주문한 측면은 이해된다.

실제 김 의원의 장문의 SNS 글을 처음부터 꼼꼼히 읽어보면 수술과정과 이후 인터뷰에서 벌어진 군 정보요원의 개입과 언론의 과도한 관심을 지적하고 있다. 또 일각에서는 진보적 성향의 한 정치인이 남북 대결국면에서 적국 귀순병사에 대한 세련되지 못한 신병처리 과정을 지켜보며 보인 알레르기적 반응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일은 논란이 되며 여론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대체로 이국종 교수에 대한 두둔과 김종대 의원을 향한 비난이 주류다.

둘 다 국가를 위해 일하고, 투철한 직업의식을 가진 인물로 정평이 나 있으니 잘잘못을 가리는 것은 무의미해 보인다. 다만 두 사람의 생명을 바라보는 시선, 국가를 바라보는 관점은 사뭇 같은 듯 다르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미 잘 알려져 있듯 아주대 이국종 교수는 소말리아 해적에 의해 납치된 우리 선박의 석해균 선장 구출작전인 ‘아덴만 여명작전’으로 국민적 영웅이 된 의사다. 당시 심한 총상을 입고 사경을 헤매던 석 선장을 수차례 어려운 수술을 통해 살려낸 생명의 은인이다. 이 일로 당시 무관심에 가까웠던 국내 의료계 중증외상센터의 열악한 처지도 외부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국민적 신망이 적지않은 게 사실이다. 대부분 영세한 환자가 찾는 중증외상센터에 대한 국가적 지원 시스템마저 전무한 싱황에 그에게 도움은커녕, 불필요한 논란의 구렁에 빠뜨린 것 아니냐는 동정의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이 교수는 22일 최근 자신과 얽힌 논란을 의식한 듯 작심하고 기자회견에서 눈동자에 힘을 주고 말했다. “환자 프라이버시 보호와 국민의 알 권리 사이에서 고민했다”고. 정치인 김종대 의원의 의사 이국종 교수를 향한 얄궂은 시선은 둘 모두에게 피해만 안긴 듯하다. 그래서 더욱 씁쓸하다.

<이완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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