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백성문 편집 자문위원/변호사] 11월 11일 영장실질심사를 통해 구속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 22일 구속적부 심사를 통해 석방됐다. 주요혐의가 소명되었다는 영장전담판사의 판단과 달리 구속적부심 재판부는 범죄성립 여부에 다툼이 있다고 판단했다. 구속적부심을 통해 누군가가 석방되는 것이 이례적인 것이 아니라 다른 판사의 판단을 정면으로 뒤집는 판단이 이례적인 것이다.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이런 사례는 거의 보지 못했다. 지금까지 구속적부심사 청구를 요청한 의뢰인들을 만류했던 것이 민망할 정도로...

#구속적부심사의 의미

현행 형사소송법은 피의자의 신병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피의자의 인권 보호를 위해 구속영장실질심사와 구속적부심사라는 두 가지의 소명 절차를 두고 있다. 피의자의 구속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검찰은 법원에 구속영장 청구를 한다. 법원은 일차적으로 영장실질심사를 통해 피의자의 소명을 듣고 구속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그런데 피의자가 구속된 이후 영장실질심사 판단이 잘못됐거나 그 이후 구속 사유가 소멸된 경우 석방을 요청할 수 있는데 이게 바로 구속적부심사이다. 피의자가 기소되어 피고인으로 신분이 바뀐 경우에는 구속적부심사가 아닌 보석신청을 통해 석방을 요청할 수 있다.

1차적으로 영장실질심사를 통해 피의자의 구속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기 때문에 구속적부심사가 인용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통상 구속적부심사가 인용되는 경우는 영장실질심사 때와 변화가 생겨 구속적부심사를 할 당시에는 기존에 있었던 구속의 필요성이 소멸된 때이다. 예를 들면 누군가를 엄청나게 두들겨 패서 피해자와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구속이 되었으나 구속 이후 피해자와 합의한 경우나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던 피의자가 구속이후 모든 범죄사실을 자백하고 증거가 모두 확보된 경우 등이다.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심각한 판단 누락이나 판단의 오류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위와 같은 사정변경이 없는 상태에서 구속적부심사를 통해 피의자가 석방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필자의 변호사 경력이 일천해서인지는 모르나 아직까지 보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구속적부심사의 인용률이 15%정도 되니 김관진 전 장관에 대한 석방도 이례적인 것이 아니지 않느냐는 목소리도 있다. 이는 심각한 퍼센트의 오류에 빠진 것이다. 일단 영장실질심사를 통해 구속된 피의자가 구속적부심사를 청구하는 경우 자체가 많지 않다. 통상 변호사들도 의뢰인이 억울하다며 구속적부심사 청구를 요구해도 특별한 사정변경이 없는 한 기각될 것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에 만류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저 15%는 구속된 피의자 중 특별한 사정 변경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구속적부심을 청구한 사람들 중 10명에 한 두명만 석방이 된다는 의미인 것이다. 이번 국정농단 사태의 한 축인 이대 학사 비리를 통해 구속된 김경숙 학장은 암 치료를 위해 석방해 달라고 구속적부심사를 청구하였는데 기각됐다.

#검찰과 영장전담판사의 판단

김관진 전 장관의 혐의는 크게 두 가지이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친정부 여론 조성을 위해 사이버사 산하 심리전단의 댓글공작을 보고 받고 친정부 성향의 군무원을 확충하라고 지시한 혐의였다.

검찰과 영장전담판사는 아래와 같은 이유로 구속영장을 청구하였고 발부하였다. 1) 사이버사의 보고서 표지에 김관진 전 장관이 "V" 표시를 하고 문건 등에 서명을 한 객관적인 증거가 있다. 2) 2011년 2월 사이버 사령부를 장관 직속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국방부 내부 문건에 김관진 전 장관이 서명하였고 실제로 2011년 9월부터 사이버 사령부가 국방부 장관의 직속으로 편입되었다. 3) 심리전단의 임무는 국방부장관으로부터 지시 받는다는 지침이 있다. 4) 이태하 전 심리전단장과 옥도경 전 사이버사령관과의 사이에 "부하들이 무슨 죄냐 장관이 시킨 것이지, 장관이 다 나한테 보고 받은 것이다"라는 내용과 "2013년 김관진 전 장관이 국회에서 댓글 작업 알지 못한다는 말은 위증이다"라는 내용의 녹취록이 있다.

이런 이유로 검찰과 영장전담판사는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이 이루어졌다고 판단했다. 여기에 더하여 지난 8월 전직 사이버사 고위 간부가 국방부 장관이 개입되어 있다는 폭로가 있었던 다음날 김관진 전 장관은 이태하 전 심리단장과 세 차례 통화를 하였고 이태하 전 심리전단장의 자택 압수수색 직후에는 연제욱 전 사이버사령관과 세차례 통화한 기록이 있다. 공범 관계에 있는 경우 구치소도 분리해서 수용한다. 입을 맞춰 진술을 조작하고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따라서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할 경우 또다시 이들과 증거인멸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여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법원은 이를 발부한 것이다.

#구속적부심사 재판부의 판단

김관진 전 장관은 이런 주장을 했다. 사이버사 보고서에 V표시를 하거나 서명을 한 것은 단지 그 보고서 등을 봤다는 의미로 관행적으로 한 것일뿐 세세한 내용을 몰라 구체적으로 지시한 바는 없다. 통화기록에 관해서는 김관진 전 장관이 상황 파악을 위해 통화한 것일뿐 증거인멸이나 말맞추기 차원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는 피의자의 방어권 행사의 일환이었다. 재판부는 이러한 주장을 모두 받아들였다. 영장실질심사 재판부의 판단을 전부 부정한 것이다.

통상 사람의 머릿속을 읽을 수 없기 때문에 객관적인 증거로 사람의 속마음을 추정한다. 보고서에 서명하고 V표시를 했다면 그 내용을 안다고 추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구속적부심 재판부는 왜 이걸 뒤집었을까? 이태하 전 심리전단장과 연제욱 전 사이버사령관과의 녹취록은 왜 무시된 걸까? 압수수색 전후 공범간의 통화 내역은 증거인멸의 사유로 아주 자주 등장하는 아이템이다. 왜 김관진 전 장관만 상황파악을 위한 통화로 인정해 준 걸까? 영장전담판사의 판단을 뒤집는 이례적인 판사간 팀킬까지 하면서. 김관진 전 장관의 머릿속을 들여다 볼 방법을 찾은 걸까? 석방 결정을 할 만한 영장전담판사의 치명적인 판단의 오류는 능력이 부족한 나 같은 변호사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지금껏 구속적부심사 청구를 요청했으나 사정변경이 없는 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만류했던 내 의뢰인들에게 사과 전화라도 한 통화씩 돌려야 할 것 같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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