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의 후판(6mm이상의 두꺼운 철판). 사진=뉴시스

[뉴시안=송범선 기자] 국내 후판 생산 철강기업들이 24일 조선업체들과 올해 하반기 가격 협상을 마침에 따라 철강주들의 수익성 개선에 주목된다. 철강사들이 후판 부문에서 누적되는 적자를 이유로 강경한 입장을 보이자 방어자세를 취하던 조선업계에서도 제한적인 인상에 합의했다.

후판이란 열간압연 강판의 두께 6㎜이상의 두꺼운 철판을 의미한다. 선박, 보일러, 압력용기, 교량 등의 대형 구조물에 사용된다.

24일 철강기업들은 조선 빅3로 불리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과 하반기 후판 제품의 가격을 인상하는 데 합의했다. 인상폭은 톤당 8% 오른 5만원 수준이다.

철강업계의 주요 원자재인 철광석과 원료탄 등은 올해 1월부터 꾸준히 상승세를 보였다.

글로벌 철광석의 경우 지난해 초 t당 40달러 수준을 유지했지만 올해 1월 71달러선을 돌파했다. 이후에도 60~70달러 선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으며 지난달 54달러선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또 다른 주 재료인 원료탄은 지난해 t당 80~90달러 수준에 거래됐지만 최근에는 t당 200달러 이상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철강업계는 원자재 가격이 지난해에 비하해 적게는 2배, 많게는 3배까지 올랐다는 점을 감안해 가격 인상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철근은 원자재 가격인상에 바로 반응을 보였다. 지난달 국내에서 판매된 철근 가격이 10㎜ 기준 t당 68만5000원까지 치솟은 이유도 국내 철강사들이 원재료로 사용되는 고철가격 인상분을 제품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철근과 같이 지난달까지 원자재 가격 상승분이 가격에 반영된 다수의 철강 제품들은 가격동결 또는 소폭 인상을 추진했다.

철강 제품 가격은 원자재 가격 상승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통상 철광석이나 석탄 가격이 강세를 보이면 제품 가격도 동반 상승해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공급처인 철강업계와 수요처인 건설· 조선 업계의 이해관계가 대립하면서 제때 반영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따라서 후판 등 최근 가격 인상이 이뤄지지 않은 제품군에 대해서는 철강업체들이 가격인상에 고심을 해왔다.

철강사들이 최근 실적이 좋지만 후판 부문사업에서는 가격이 동결돼 적자가 누적돼왔다. 이에 조선업계에 어려움이 있지만 후판 가격을 올리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이로써 바로 흑자 전환되기는 힘들겠지만 후판 사업부에서의 적자 규모가 다소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후판의 인상된 단가는 지난 7월부터 판매한 제품부터 소급 적용된다. 판매단가의 점진적 인상은 철강사에 긍정적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철강사들의 4분기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조언한다.

포스코의 재무제표. 해마다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도표=와이즈에프엔

후판 메이커 3사 포스코(005490) 현대제철(004020) 동국제강(001230)은 제품 가격 인상의 수혜를 직접 받을 것으로 보인다.

철강주는 대부분 내재가치가 양호하다고 분석된다.

현대제철은 올해 3분기(7~9월) 연결기준 매출 4조8202억원, 영업이익 339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18.6%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4.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기순이익은 300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3%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속적인 차입금 상환으로 국내 부채비율을 2016년 말 89.9%에서 85.9%까지 감소시키는 등 재무구조 건전성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코는 3분기 실적을 상회하는 4분기 실적을 거둘 수 있다고 전망하는 한편 내년에도 올해 수준 이상의 실적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포스코는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 15조361억원, 영업이익 1조125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18%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9%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906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별도기준 매출액은 7조2550억원을 달성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19% 오른 수치다. 영업이익은 7218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5%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729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 증가했다.

포스코는 이 같은 매출 상승세를 이어나가기 위해 고망간 방진강, 기가스틸 등 다른 업체와의 차별화된 제품 생에 주력해 내년에도 올해 수준 이상의 실적을 내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현재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철강주는 대부분 저평가 된 상태다. 또 부채비율도 낮고 유보율이 높아 현금흐름도 뒷받침하고 있다. 따라서 가치평가 기준으로 상당히 양호하다는 평가다. 이번 제품가격 상승의 수혜로 중장기적으로 투자를 진행해도 안정적인 수익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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