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노은지 편집 자문위원/KBS 기상 캐스터] “김장 하셨어요?”라는 인사말이 이제는 낯설게 느껴집니다. 실제 올해 한 유통업체에서 주부 117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본 결과, 김장을 하지 않겠다는 응답이 55%, 절반을 넘겼습니다. 

입맛이 서구화되고, 1인가구가 증가하면서 그때그때 필요한 만큼 김치를 사 먹는 가구가 많아졌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입맛이 서구화되고 1인가구가 증가해도 여전히 우리 밥상에 김치가 없으면 뭔가 허전함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시대가 달라졌다지만 겨우내 먹을 김치를 담그는 건 여전히 우리네 겨울 이벤트입니다.

김장은 보통 소절 절기 즈음 중부지방부터 시작됩니다. 맛있는 김치를 담그는 데에도 조건이 있기 때문입니다. 일 최저 기온이 0℃ 이하로 내려가고, 하루 평균기온이 4℃ 이하로 유지될 때가 바로 김장하기 좋은 시기입니다. 기온이 너무 낮으면 배추가 얼 염려가 있고 기온이 너무 높으면 김치가 금세 익어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상청에선 기온을 예측해 김장적정시기를 발표해왔습니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안전과 방재 같은 공공 목적을 제외한 계절기상정보를 민간으로 넘기면서 이제는 민간기상업체에서 김장 적정시기를 발표하고 있는데요. 올해 김장 시기는 예년보다 하루에서 사흘 정도 앞당겨 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럼 언제쯤 김장을 담가야 맛있는 김치를 맛볼 수 있을까요. 민간기상업체인 케이웨더에서 발표한 올해 김장적정시기를 보면 춘천(11월 14일)을 비롯해 강원 내륙지역에선 이미 김장을 마쳤을 것 같고요. 서울 11월 27일, 대전 11월 29일, 인천 11월 30일 등으로 그 밖의 중부지방에선 김장을 서두르셔야겠습니다. 남부지방의 경우 전주 12월 1일, 대구 12월 3일, 광주 12월 10일, 강릉 12월 11일로 남부 내륙과 강원 동해안은 다음 달 상순에, 목포 12월 24일, 여수 12월 28일, 부산은 12월 31일로 남해안지역은 다음 달 하순에 담그면 맛있는 김장김치를 맛볼 수 있겠습니다.

맛있는 김장김치를 기대하는 분들께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지역별로 김장을 담그는 시기가 다른 것처럼 김치 맛도 다른 데에는 날씨의 비밀이 숨어 있습니다. 따뜻한 남쪽지방은 김치를 되도록 짜고 맵게 담그는데요. 높은 온도에서 김치가 빨리 익어 신맛이 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김치 소를 적게 쓰는 대신 고춧가루와 소금과 젓갈을 많이 쓰는 이유도 빨리 익는 것을 막기 위한 거죠. 반면 기온이 낮은 북쪽지방은 김장의 간을 싱겁게 하고 양념도 담백하게 합니다. 그래서 북쪽의 김치는 국물이 많고 맑은 게 특징입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김장철이 찾아왔습니다. 맛있는 겨울을 나기 위해서 김장 채비를 서두르셔야겠습니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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