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일의 경제전쟁] 어느 유명가수의 가상화폐 이야기
[최영일의 경제전쟁] 어느 유명가수의 가상화폐 이야기
  • 최영일 평론가
  • 승인 2017.11.29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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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안 전문가 칼럼=최영일 평론가] 한 달 전 비트코인 열풍을 분석할 때 1 BTC가 500만 원을 돌파 했다고 쓴 것이 무색하게 1000만 원 돌파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그 사이 비트코인 캐시도 등장했는데 최근 주목 받고 있는 것은 또 다른 가상화폐인 이더리움. 
그런데 그 이유는 다소 어둡다.

90년대의 추억

이더리움 채굴 투자 사기로 오랜만에 화제가 된 가수 박정운 씨는 필자 세대에겐 청춘기의 추억을 자극하는 톱스타였다. 

지난 겨울 촛불시민혁명의 아버지 뻘 되는 87년 6월 시민항쟁이 있던 해, 강변가요제로 데뷔했다. 열 살 나이에 가족을 따라 미국으로 이민을 가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그에겐 싱어송라이터의 피가 흘렀던 모양이다. 89년에는 'Who me'라는 첫 앨범을 냈다. 그러나 80년대는 아직 그의 시대가 아니었다. 

5공과 6공, 군부통치의 장막이 걷혀 가고, 포스트모더니즘 사조와 함께 90년대에 소비문화가 만개하기 시작했다. 91년, 박정운은 15분만에 만들었다는 노래, '오늘 같은 밤이면'을 발표했고, 대박이 났다. 

이때는 386세대가 사회에 진출하고, 결혼을 하여 가정을 꾸리고, 컴퓨터가 세상을 바꾸고, 인터넷이 등장했으며 IMF가 나라경제를 강타하고, 파괴적 창조가 시장을 리스트럭쳐링 하던 시기였다. 

90년대 최고의 청춘가수로 시절을 풍미한 박정운 씨는 2002년 7집 앨범을 끝으로 가요계에서 잊혀져 간 것으로 전해진다.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88 서울올림픽 꿈나무세대는 기성화 되어 갔고, 21세기에 20세기는 당연히 과거가 되었다.

이더리움의 등장과 진화

이더리움은 한 번 진화하면서 두 버전으로 갈라져 있는데 초기 버전이 이더리움 클래식, 새 버전이 이더리움이다. 

디지털 가상화폐의 원조 격인 비트코인이 2009년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미지의 수학자에 의해 설계된 것에 자극받은 약관의 나이 19세의 러시아계 캐나다 청년 비탈릭 부테린이 2014년 만들어냈다. 

부테린은 이더리움의 원리에 비트코인 보다 훨씬 적극적이고 유연한 기술을 추가했다. 수학문제 연산을 통해 채굴하는 방식과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은 비트코인과 유사하다. 그러나 비트코인이 애초에 블록의 용량을 1메가바이트로 정하는 바람에 비트코인 캐시가 쪼개져 나온 점을 감안하면 이더리움은 블록 용량을 제한하지 않았고, 소스코드를 완전 개방해서 아무나 프로그램에 개입하여 새로운 어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게 했다.

부테린이 강조했던 점은 비트코인처럼 장부를 분산하는 방식 뿐 아니라 스마트 계약 기능을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한 특징이었다. 

이더리움의 창시자 부테린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인터뷰에서 한 이야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작업보상방식을 지분보상방식으로 전환 중이며 1년 후면 바뀌게 되는데 이후 채굴에 매진하는 현재의 집단들은 망할 것이라고 단언 했던 대목이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를 이용해 돈을 벌기 위해 채굴기의 확장과 이를 통해 투자를 끌어모으는 세력에 일침을 가하는 예언이었던 셈인데...

마이닝맥스의 비밀

박정운 씨가 연루된 이번 이더리움 채굴 투자 사기를 간략히 정리해보자. 

가상화폐를 채굴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수학문제를 대용량 고성능 컴퓨터를 통해 풀어나가야 한다. 흔히 '채굴기'라고 부르는 장비는 특수한 기계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컴퓨터를 보유하고 투입하는가 하는 물리적 경쟁의 측면이 강하다. 그리고 수학자와 프로그래머가 최적화 된 방식으로 효율적으로 작업을 수행해 나가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가상화폐의 원리와 기술, 또 채굴방식을 일반인들이 잘 모르고,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에 착안한 사기집단이 다수 생겨났고, 앞으로도 얼마든지 생겨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본질을 벗어난 사회적 위험이 커진다는 것이다.

박정운 씨와 오랜 친분으로 형동생 하던 한 인물이 채굴업체를 만들었다. 마이닝맥스라는 이 회사는 채굴기를 늘려나가는데 투자가 필요하다며 투자를 유치하고, 이를 통해 가상화폐가 생성되면 발생한 수익을 가상화폐로 돌려주겠다는 간단한 논리를 가지고 사기를 쳤다. 다단계 투자망을 통해 돈을 빨아들인 것이다. 

주모자가 가진 회사, 이노에이앰씨, 그리고 이더리움을 채굴한다는 마이닝맥스가 있고, 여기에 박정운 씨가 대표를 맡은 이노이엔씨가 100억 원의 자본을 납입하면서 설립되는데 이 중 80억 원은 어찌된 일인지 회사 설립이 얼마 지나지 않아 빼내간 정황이다. 

따라서 박정운 씨가 바지사장이었나 아닌가 하는 세간의 궁금증을 떠나 사기와 횡령 혐의에 연루된 것은 확실해 보인다. 남는 것은 참여도가 얼마인가 정도이지만 우리나라 중년 세대라면 다 아는 90년대 스타의 이미지는 투자자 모집에 그럴듯한 홍보대사 역으로 설정 돼 버렸고, 슬프게 소환 되어 악하게 소비 돼 버렸다. 

국내에서만 약 5000명에, 향후 수만 명에 달할 수 있는 사기투자 피해자, 그리고 2000억 원대로 드러나는 피해금액.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것은 존재하지 않는 신대륙 개척 선단을 띄워 인도에서 향료와 황금을 찾아 올 터이니 투자해 달라는 모험사업에 투자한 것과 다르지 않은 통상적인 사기 유형이다. 

박정운이 속한 집단은 이사벨라 여왕이 투자하고 콜룸부스가 이끄는 선단은 아니었던 셈이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폭주에는 아직까지 브레이크가 없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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