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17년 11월 통화정책방향 관련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시스

[뉴시안=정윤기 기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현실화됐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30일 기준금리를 1.50%로 전격 인상했다. 국내 경기가 견조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금리를 올릴 여건이 갖춰졌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오전 서울 세종대로 삼성본관에 위치한 임시본부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현재의 연 1.25%의 기준금리를 0.25%p 올려 연 1.50%로 정했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6월 사상 최저 수준인 연 1.25%로 내려간 뒤 17개월 만에 조정된 것이다. 금리인상이 단행된 것은 지난 2011년 6월 이후 6년5개월 만이다.

이번 금리인상은 국내 경제가 수출을 중심으로 성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부진했던 소비 등 내수에 대한 우려가 다소 걷힌 영향으로 풀이된다. 3분기 국내 경제성장률 1.4%를 기록하며 올해 연 3.0% 성장도 가뿐할 만큼 금리를 올려도 될 만한 경제 여건이 형성됐다고 본 것이다.

최근 중국과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갈등'이 봉합되면서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줄 불확실성이 다소 해소된 영향도 있다. 금통위 직전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따른 리스크가 발생하긴 했지만 금리인상을 뒤집을 만한 정도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1400조원에 달한 가계부채 증가세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경기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금리를 그대로 묶어두면 가계빚으로 쏠려있는 금융 불균형을 더욱 키울 수 있는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금리를 0.25%p 올리더라도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가계빚 부실화 위험이 나타날 가능성은 적다고 본 것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유력한 만큼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을 대비할 방어책이 필요했던 점도 있어 보인다.

한은은 올 하반기들어 부쩍 금리인상 시그널을 내비치며 시장의 금리인상 전망을 높였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경기 회복세가 지속되면 통화정책의 완화정도의 조정을 검토할 수 있다"며 금리인상을 시사했다.

지난달 한은 금통위에서 이일형 금통위원의 금리인상 소수의견이 나온데 이어 금통위가 의결한 11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도 "그동안 저성장·저물가에 대응해 확대해온 통화정책 완화의 정도를 조정할 수 있는 여건이 점차 조성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채권금리 상승세를 나타내며 이달 금리인상을 기정사실화했다. 실제 한국금융투자협회가 지난 28일 국내 채권 보유와 운용업무 종사자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서도 응답자 100명 중 82%가 한은이 이달 기준금리를 연 1.50%로 인상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달 기준금리가 예상대로 인상되면서 관심은 금리인상 속도와 시점에 더욱 쏠리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금리인상 속도는 완만하게 이뤄지고 내년 1~2차례 금리인상이 더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다음 금리인상은 내년 상반기에 한차례, 하반기에 한차례로 예측한다"며 "경기 과열이나 물가 상황이 우려되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경기 흐름이라면 금리 수준이 점차적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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