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홍성완 기자] 최근 우리나라의 수출호황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대중수출과 반도체에 의존한 수출의 체질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산업통상부 등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우리나라의 누적 수출액은 4301억90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8.5%가 증가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분기별로 보면 우리나라의 수출은 꾸준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올해 1분기 14.7% 증가한 수출증감률은 2분기 16.7%를 기록하는등 지속적인 호황이 이뤄지고 있다.

그 가운데 반도체는 선두에서 수출상승세를 견인하고 있다. 반도체의 올해 누적 수출액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53.9%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수출의 약진은 중국의 안정적인 경제 성장세에 따른 대중 수출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한편,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스마트공장의 보편화로 수요가 꾸준히 늘어난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수출증가가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사드배치에 따른 한국과 중국 간 갈등국면이 지속되면서 중국은 실질적인 한한령(限韓令)을 내렸다.

이로 인해 관광분야는 물론, 반도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수출품목이 타격을 입었다. 중국은 자국에 대한 한국의 수출의존도가 높은 점을 이용해 실질적인 경제제제를 가한 것이다.

그러나 대중 수출 의존도가 높았던 우리나라는 이때문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

다만, 중국은 아직 반도체기술이 한국에 뒤처져 있어서 스마트공장 설립과 생산라인 형성 과정에서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난 반도체 분야에서만큼은 제재할 수가 없었다.

실제로 지난 10월 우리나라의 수출통계를 보면 반도체를 제외할 경우 오히려 수출은 8억 달러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른 품목들과 반대로 반도체만큼은 큰 폭의 상승세를 나타냈고, 이로 인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 최대의 서프라이즈 실적을 달성했다. 이런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중국이 ‘테크굴기’를 선언하면서 첨단 제조업 키우기에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기업들은 47.1%의 점유율을 기록하면서 세계 시장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스마트폰 시장이 과거에 비해 최근엔 굳이 휴대폰을 바꿀 정도의 기술 진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혁신적인 제품이 당분간 나오기 힘든 상황에서, 후발주자인 중국 기업들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한 최근 중국 인터넷 기업 텐센트는 아시아 기업 최초로 홍콩 증시에서 시가총액 5000억달러를 돌파하는 등 우리나라를 앞서기 시작한 분야도 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수출을 이끌고 있는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의 추격이 거세지고 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2019년까지 중국은 반도체 공장을 15개까지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반도체 산업 지원을 위해 조성한 펀드만 무려 1000억달러(한화 약 110조원)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풍부한 자원과 인력으로 해외 의존도, 특히 한국이 앞서고 있는 산업분야에 대해 맹렬한 추격을 지속해오고 있다. 이를 통해 실제로 한국을 앞서기 시작한 분야도 상당히 많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의 호황에 취해 향후 미래를 준비하지 않으면 사드 갈등으로 인한 이번 한한령 같은 일은 지속적으로 반복될 수 있고, 궁극적으로 수출시장에서 중국에 밀려 산업계 전반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그나마 11월 들어서는 역대 최대의 누적 수출액을 기록하면서 5200억달러를 돌파한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특히 그 안에 내용을 살펴보면 다행스럽게도 반도체 뿐만 아니라 13개 주력품목 중 9개가 증가세를 나타냈다는 것 또한 반갑다.

대중 수출증가와 함께 아세안과 중남미, 인도 등에 대한 수출이 늘어났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하지만, 현재 사드 갈등이 봉합단계에 있다고 해서 안주하면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는 청사진이 아닌 흑백사진을 남길 것이다.

사드 보복과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이를 ‘반면교사’ 삼아 중국에 대한 수출을 늘려나가는 동시에 지속적으로 수출품목과 지역을 다변화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또한 고도의 기술발전이 이뤄지지 않으면 중국에 대한 우리나라의 수출 시장의 입지가 가장 먼저 타격을 입고 그 위상이 점점 쇠퇴할 수 있다는 경계심을 늦춰서는 안된다.

따라서 기술의 고도화와 함께 수출시장 품목에 대한 다변화 추구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단기정책은 지금의 호황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나, 이와 병행해 장기적인 안목에서 거시정책 방향을 중국에 대한 수출의존도를 낮춰가는 방향으로 잡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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