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송범선 기자] “주가는 반드시 실적 가치에 회귀한다!”

본 기자가 증권 관련 TV프로에 다년간 출연하면서 방송 마무리 멘트로 수백 번도 넘게 외치던 말이다.

투자의 대가들은 실적 가치를 기준으로 주가 매수 타이밍을 선정했다. 워렌 버핏과 피터 린치 등 투자의 대가들이 투자의 원칙으로 삼는 기준이 앞서 언급한 가치평가다.

현재 주식시장 판도는 대형주가 지고 중소형주가 뜨고 있다. 물론 대형주들의 실적은 상당히 좋다. 평균적으로 따지면 중소형 가치주들의 실적 전망치보다 반도체주와 바이오주들의 비전이 더 긍정적이다. 신라젠과 같은 적자기업을 제외하고 반도체주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바이오기업 셀트리온의 성장성은 괄목할만하다.

반도체주와 바이오주의 실적 전망치는 날이 갈수록 치솟고, 그 미래가치는 끝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하지만 주가는 미래가치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현재가치와 과거가치까지 평가한 후 종합적으로 평가되는 것이다. 특히 장기적인 측면에서 주가의 무게 축은 성장성보다 가치 쪽으로 기운다는 통계가 있다.

기업에 투자하는 기본은 보통 성장주와 가치주 투자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다. ‘영업이익률이 20% 이상씩 매해 성장하는 성장주에 투자할 것이냐’ ‘영업이익률은 3%밖에 되지 않지만 주가가 기업의 청산 자산가치에 비해 저평가 돼 있는 가치주에 투자할 것이냐’는 모든 투자자들의 딜레마다.

2017년 1월부터 11월까지는 성장주의 승리였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셀트리온은 성장주의 대장 격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흐름에 제대로 수혜를 본 것이 신라젠이다. 만년 적자 기업인 테슬라가 상승과 함께 신라젠은 급등을 거듭했다. 신라젠은 4년 연속 적자임에도 이러한 성장주들의 큰 흐름에 따라, 연초 대비 15배나 상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투자의 대가, 워렌 버핏이라면 현재 한국주식을 어떻게 바라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버핏은 고평가된 바이오기업과 반도체에 투자 하지 않을 것이다.

워렌 버핏은 과거 2000년대 초 닷컴버블이 있을 때 인터넷주식에 투자하지 않았다. 인터넷 주식은 급등했지만, 곧 거품은 꺼지고 폭락했다. 국내의 상황도 별 다르지 않았는데, 국내 인터넷 업종은 2000년대 12000포인트에서 최저점 890포인트까지 고점 대비 90% 이상 하락했다.

또 버핏은 2000년 이전에 마이크로소프트, IBM 등 컴퓨터 주식이나 우주 산업 등 첨단산업에 투자하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왜 투자하지 않았을까. 인터넷주들과 컴퓨터 회사는 그 당시 고평가 돼 있었다. 2000년 넘어서 IBM이라는 거대 기업의 주가가 크게 하락해 저평가 기조에 들자 버핏은 IBM에 과감한 투자를 감행했다. 물론 이 투자는 IBM이 지속적으로 주가가 하락하는 바람에 실패했지만 자신의 원칙을 지켰다는 평이다.

버핏은 “나는 우주산업을 긍정적으로 보지만, 내가 직접 우주에 나가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우주 산업의 미래가치는 인정하지만, 우주산업에 투자하기는 싫다는 의미다. 미래산업은 미래에 가서 그 가치가 어느 쪽으로 변형될지 가늠하기가 힘들다. 사실 지금 비전 있게 보는 모든 것들은 나중에 가서는 별 가치 없는 것이 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후발주자가 급격히 따라와서 선두주자를 따라잡는 것도 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내가 투자한 유망한 회사는 후발주자에 의해 수익성이 떨어지고 결국 회사 문을 닫게 되는 비참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도체는 1년에 2배씩 성장한다는 속설이 있다. 그만큼 성장속도가 빠른데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삼성전자가 선두주자를 달리고 있지만, 후발주자의 성장속도가 더 빨라진다면 1위와 2위의 순위가 언제든지 뒤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성장 속도가 느린 기업인 식품회사 같은 경우는 산업의 순위가 바뀌기 힘들다.

농심의 신라면이 10년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코카콜라가 지난 50년 이상 콜라시장 1위를 차지한 것은 괜히 그런 것이 아니다. 브랜드 파워를 갖춘 저성장 업종의 회사들은 비교적 안정적인 실적을 거둘 수 있어 장기투자 매력도가 상승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 주식시장은 바이오기업과 반도체기업의 미래가치에만 수급이 쏠려있는 모습이다. 신라젠과 같은 4년 연속 적자기업이 연초 대비 15배 오르는 산업이라 그 인기도를 헤아려 볼 수 있다. 무게의 추는 항상 중심을 이룬다. 주가는 항상 실적 가치에 회귀하기 때문이다.

성장성이 높아도 가치수준에서 고평가되면 추는 땅에 떨어진다. 피터린치는 “나무는 크게 솟아오르지만 하늘까지 닫지는 못한다”고 했다. 성장성이 큰 기업은 언젠가는 그 성장성이 꺾인다는 것이다. 아울러 “IBM이 20%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계속 기록하지만, 이 상태로 수십 년을 간다면 미국의 모든 기업의 영업이익을 합친 금액보다 IBM의 영업이익률이 높을 것”이라면서 “IBM이 모든 기업을 삼킬 것이고 미국 정부보다 커질 것이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같은 일은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다. 거대한 공룡기업은 쓰러지고 새로운 공룡이 등장했다. 산업의 이치는 항상 그렇다.

결론적으로 워렌 버핏은 지금 시장에서 고평가 된 바이오와 반도체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다. 성장투자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불투명한 가치를 극도로 꺼려 왔기 때문이다.

주가는 반드시 실적가치에 회귀한다. 지금은 성장주보다 가치주에 더 초점을 맞추고 접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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