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노은지 편집 자문위원/KBS 기상 캐스터] 지난 2005년 4월, 양양에서 발생한 산불로 천년고찰 낙산사가 소실됐습니다. 그보다 앞서 2000년 4월 고성에선 여드레 동안 산불이 계속되면서 여의도 면적의 28배인 2만3천ha가 불에 탔습니다.

양양과 고성 사이엔 강한 바람이 불어 이 지역에선 산불이 났다하면 대형 산불로 번지는데요. 그래서 예부터 양양과 고성(옛 간성) 사이에 부는 바람을 ‘양간지풍(讓杆之風)’으로 불렀고, 그 바람이 워낙 강해 ‘양강지풍’이라고도 불렀습니다.

‘양간지풍’은 바람이 태백산맥을 넘으면서 건조해지는 ‘높새바람’의 일종인데요. 특히 양양과 고성 사이는 급경사에다가 진부령, 미시령에서 골바람까지 일어나 초속 20미터 이상의 매우 강한 바람이 몰아칩니다. 그래서 ‘양간지풍’은 불을 몰고 오는 ‘화풍’이라고도 불렸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는 ‘산타 아나(santa ana)'라고 불리는 바람이 있습니다. 모하비 사막과 미 서부 내륙의 그레이트 베이슨(대분지)에서 불어온 바람이 시에라네바다 산맥을 넘으면서 건조하고 강한 돌풍으로 바뀌는 걸 말합니다. 워낙 건조하고 강한 바람인 ‘산타 아나’로 인해 이 지역에선 대형 산불이 자주 발생하는데요.

지난 4일부터 미 캘리포니아 남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은 ‘산타 아나’라는 이름의 강풍을 타고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습니다. 시속 80km의 강풍이 불면서 15분이면 뉴욕 센트럴파크를 삼킬 정도의 속도로 불길은 계속 번지고 있습니다. 소방 당국이 진화에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건조한 날씨에 강풍까지 몰아치면서 이미 서울시보다 더 큰 면적이 불길에 휩싸였습니다.

불이 크게 번지는 이유는 산타 아나 때문이지만, 올해 유독 ‘산타아나’바람이 강한 이유는 지구온난화와 연관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올해 가장 더운 여름을 보냈고, 11월까지도 더위가 계속됐습니다. LA 지역은 월드시리즈가 열리는 10월 말에도 40℃에 가까운 무더위가 이어져 미국 야구 역사상 가장 더운 날씨 속에 월드시리즈 1차전이 열리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계속된 더위로 인해 이례적으로 12월의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는 건데요. 여기에 LA 지역에 9월 이후 강우량이 5㎜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건조한 날씨가 지속돼 바짝 마른 나무들이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건조한 겨울로 접어들자 산불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습니다. 겨울 가뭄으로 대지가 바짝 말라있는데다 바람마저 강해 산불 예방에 비상이 걸렸는데요. 담뱃불이나 쓰레기 소각 등이 큰 불로 번질 수 있는 만큼 겨울철, 불씨 조심하셔야겠습니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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