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뉴시스)

[뉴시안=홍성완 기자]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시장 예측대로 기준금리를 6개월 만에 인상하고, 내년에도 3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결정이 사실상 점도표 하향에 따른 비둘기파적 성격이 강하게 드러났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또한 대체적으로 이번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기존의 입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당분간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준은 지난 12~13일(현지시간) 이틀 간 열린 FOMC에서 기준금리를 6개월 만에 0.25p 올려 운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연반기금금리는 1.25~1.50%로 조정돼 올해 3차례의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져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도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연준의 FOMC 이후 발표한 성명서에는 미국경제는 안정적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FOMC 위원들은 내년 4분기 성장률 전망치(중간치)를 2.5%로 제시하면서 9월 예측치(2.1%)보다 상향 조정했고, 실업률은 같은 기간 3.9%로 전망했다.

또한 양호한 고용상황으로 물가상승률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연준은 내년 1.9%의 물가 상승률을 예상하면서, 2019년에는 2,0%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이번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시장에서는 당분간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 등에 따르면, 작년 말 이후 지속되고 있는 연준의 금리인상과 자산축소 시행에도 불구하고 회사채 스프레드 축소, 장기금리의 횡보, 주가 상승세가 유지되며 금융여건의 긴축은 나타나지 않는 역설적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3가지 원인으로 분석됐는데, 첫 번째는 투자자들이 수년간의 극단적 통화정책 완화기를 거치면서 연준이 금융시장의 급락을 감수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두 번째는 세계경제의 견조한 성장세가 회사채와 주가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여준의 긴축효과를 압도한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또한 고성장은 장기금리 상승을 수반한다는 점에서 현재의 10년 국채금리 수준을 감안할 때 현실화된 것으로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가장 설득력 있는 요인은 금융위기 이후 안전자산수요는 증가한 반면, 공급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의 정책이 안전자산인 유로존과 일본의 국채금리를 하락시키고 미국 국채금리가지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ECB와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완화가 지속되는 이상 미국의 긴축에도 불구하고 미국 장기금리의 상승제한 지속이 불가피하며, 이에 따라 금융시장의 완화 기조도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한 지정학적 리스크, 고유가, 보호무역주의 등이 금융시장의 악재로 작용할 수는 있으나, 인플레이션 급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시점임을 감안할 때, 통화정책은 국제금융시장의 강세 시나리오를 제약하는 변수가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대부분의 국내 시장전문가들은 내년 FOMC의 통화정책에 가장 큰 변수로 물가를 꼽고 있다.

아울러 연준이 내년 기준금리 인상을 3차례로 예상하고 있는 반면, 금융시장전문가들은 미국의 기준금리가 2차례 인상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의 이승훈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내년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은 2회 인상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대한 근거로 “기존 의견보다 보수적인 미국의 경제전망(2.3%)과 기조적 물가지표의 회복세가 연준의 예상대비 느릴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세제개혁안의 영향은 긍정적이나 미국 재정정책이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연방지출 삭감을 감안시 내년에는 부정적일 수 있다는 점과 아마존 등 E-commerce 영향력 확대가 구조적으로 재화 물가를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개연성을 특히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저물가가 장기화될 위험에 대응해 연준이 기존에 제시된 것보다 느린 금리인상을 결정할 것이라는 게 이 연구원의 예상이다.

다만,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높아지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정상화 징후가 예상보다 조기에 나타날 경우 금리인상 횟수를 상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KB증권의 이은택 연구원은 “이번 FOMC에서 금리가 인상됐으나 비둘기적이었다”고 평가하면서, “투자자 입장에서 두 가지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원은 “감세안의 효과를 인정하면서도 점도표는 동일하게 유지됐다”며 “이는 그만큼 인플레 상승 기대가 없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내년에 연준 자산축소가 있으나, 인플레 기대가 없으니 긴축의 충격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원은 또 실업률 전망이 당초 4,1%에서 3,9%로 낮춰졌음에도, 물가 전망은 그대로라는 것에 주목하면서, “이것은 버블의 전조로 내년도 불안 속에서 버블은 더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같은 KB증권의 나중혁 연구원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나 연구원은 이번 FOMC에 대해 “사실상 점도표 하향과 다름 없는 연준의 스탠스를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보고서를 통해 “시장의 관심을 받았던 연준 위원들의 내년 점도표 중간값은 지난 9월과 마찬가지로 2.125%를 유지하면서 3차례의 추가 금리인상 전망을 유지했다”며 “하지만, 평균값은 2.019%로 지난 9월(2.042%)보다 소폭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는 등 경기 전반에 대한 개선된 평가를 근거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섰으나, 실제로 2명의 위원들이 기준금리 동결을 주장하고, 내년 점도표 평균값이 소폭 낮아지는 등 전반적으로 시장 친화적인 스탠스는 오히려 강화됐다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또한 “특히, 옐런 연준의장은 통화정책회의를 마치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고용 호조에도 견조한 성장세가 물가 목표 달성으로 이어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은 사실상 점도표에서 내년 3차례 금리인상 전망을 유지한 것을 무색하게 만들었다”며 “따라서 KB증권은 미진한 물가 상승 압력과 부동산시장 안정 등을 이유로 내년 중 미 연준이 최대 2차례의 기준금리 인상에 그칠 것이라는 기존의 시각을 유지한다”고 전망했다.

NH투자증권은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했음에도, 2명의 지역 연은 총재가 금리 동결을 주장했음을 근거로 향후 경기 압력 및 금리상승 속도에 대한 부담을 덜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통화정책의 정상화 속도는 결국 물가가 관건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NH투자증권의 구혜영‧박종연 연구원은 “이번 연준의 경제전망에는 트럼프 정부의 감세정책 등 재정정책 효과가 반영됐다”면서 “종합해보면 성장과 고용에서는 통화정책 정상화를 지속할 여건이 지속되고 있으나, 물가에 대한 의구심은 남아있는 것으로 보이며, 다음 기준금리 인상 시점은 3월보다는 6월이 유력해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물가 경로에 주목하며 금리는 박스권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NH투자증권은 “만장일치 기준금리 인상이 아니라는 것과 세제개편안을 반영해도 경기 상승속도가 가파르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남겼다”면서 “다음 금리인상 시기와 금리 궤적은 궁극적으로 물가에 달려있음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켰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가는 기저효과로 2월까지 하락할 것으로 추정되고, 세제개편에 대해 선반영된 경기 개선 기대감은 다소 완화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따라서 당분간 채권시장은 물가경로에 주목하며 제한된 박스권 흐름을 보일 전망”이라고 예측했다.

하이투자증권 진용재‧박상현 연구원도 이번 FOMC에 대해 ‘서프라이즈는 없었다’고 평가하면서 다른 시장전문가들과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하이투자증권은 “이번 FOMC 결정은 비둘기파적이라고 결론을 내릴 수 있다”면서 “그 이유는 내년 경제나 고용시장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상 금리인상 횟수는 3회로 8월과 같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종합해볼 때 올해 들어 처음으로 동결 의견이 2표 나왔다는 점에서 내년 인상 횟수가 3회를 넘기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시장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아울러 구조적인 저물가가 지속될 경우, 내년 통화정책의 긴축 가속화 우려는 당분간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대체적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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