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최영일 편집 자문위원/시사평론가]

새로운 위험

2017년 엄습 해온 가상화폐 광풍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크게 둘로 나뉜다. 먼저 앞서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위험이라는 불안감이 크다. 이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낯선 것은 일단 경계. 달콤해 보이지만 꿀꺽 삼켰다가 그 안에 독소가 들어있어 앓거나 죽거나 끔찍한 일이 벌어지는 경험을 우리는 얼마나 많이 겪어왔던가. 경계는 생존을 보장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태도이자 관습이었다. 

인류 역사에 크나큰 위험을 주었던 것들은 무엇이었던가? 

자연재해, 기술과 문명으로 막아내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태풍, 지진, 화산, 가뭄, 폭염, 폭우, 강추위로 고통 당하는 사람들은 선진국, 후진국을 불문하고 지구상에 많다.

그 다음은 전쟁, 21세기에는 지구상 국가들이 평화로운 공존과 성숙한 협력을 유지해 나갈 것이라는 앞선 세대의 염원과 달리 지금도 여전히 전쟁과 전쟁불안은 인류의 위협이 되고 있다. 가장 가깝게는 바로 위 북한이 핵을 보유하겠다고 난리이고, 트럼프 미 대통령은 예루살렘을 언급해 중동에 벌집을 쑤셔 놓았다.

그리고 부의 탐욕이 있다. 가족 내, 친구 간 살인과 청부살인사건이 벌어지고, 셀럽의 이혼소송, 노사분규, 재벌의 갑질 횡포와 여기에 대한 사회적 비판, 외교갈등과 전쟁 등 크고작은 인간사회의 갈등과 분쟁은 부를 둘러싼 자원획득게임의 양상을 띄고 있고,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합법, 불법의 영역을 망라하고 대체로 그러하다. 

여기에 마치 옛날영화 부시맨의 첫 장면처럼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모르는 콜라병 같은 가상화폐가 하늘에서 딸랑 떨어졌으니 갑론을박 난리가 나는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새로운 물건, 새로운 기술, 새로운 현상, 새로운 사조를 다룰 때 경계단계는 완결이 아니다. 경계와 단속, 폐쇄와 말살이 다였다면 우리 인류는 여전히 원시상태에 머물러 있지 않겠는가?

관찰과 탐구, 학습과 연구를 통해 독도 약으로 바꾸어 온 것이 우리 사회의 역사였고, 진화의 동력이었다. 

새로운 기회

가상화폐와 비트코인 이야기는 언제 나오냐고? 조금 더 기다리시라. 

인류 진화의 동인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전쟁을 통해서 적에게 물리적 우위를 점하기 위해 더 강한 물질, 더 강한 무기, 더 강한 기술을 갖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 의도치 않게 문명이 탄생했다. 

기득권이 독점했던 '지식'을 담아두었던 문자를 개방하자 지식정보사회가 도래하였다. 

법인과 주식회사가 일반화 되자 직접 창업을 하여 일가를 일구지 못한, 못하는 노동하는 소액투자주주들도 재테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이제는 취업이 어려운 청년층, 경제활동에서 밀려난 노년층도 창의와 혁신의 의지만 있다면 쉽게 창업하고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스타트 기회는 많이 열리게 되었다. 문제는 그 이후의 프로세스, 시스템이 제대로 마련 되어 있는가 아닐까? 

90년대말 벤처 바람을 겪으며 코스닥까지 갖춰진 우리는 창업의 감성적 동기부여 외에 벤처 생태계 유지를 위한 제도화, 시스템 구축이 여전히 부실하고 부족하다. 

아이티 트렌드를 흉내 내어 정부, 정치권에서 2.0, 3.0 등 뭔가 버전업 된다는 네이밍과 홍보는 많이 보게 되지만 내실 있는 진화는 정체 된지 오래다. 그리하여 뭔가 새로운 성장동력을 위해 막연한 신기루 같은 이름, 제4차 산업혁명을 언급하며 기다려온지 수년째.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자율주행자동차, 드론, 스마트워크와 스마트시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미 각개전투를 하며 발전 중이며 상품화가 시작되고 있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은 궤도에 올랐고 진행 중인가? 뭔가 부족하다. 이런 시대적 전환의 몇 퍼센트 결핍감을 강타한 것이 바로 가상화폐. 

완전한 가짜만 아니라면 가상화폐의 불완전성을 감안하더라도 이것은 분명 새로운 기회인 것이다.

위험과 기회의 균형

요즘 IMF 이후 대한민국 벤처 생태계 태동이다 다시 오버랩 된다. 스타트업 벤처들의 목표, 출구전략은 IPO였다. 기업공개를 통해 가치를 인정 받고, 그간의 노력을 1차 보상 받겠다는 수였다. 

이후 IPO 조건은 시장과 투자자 보호를 위해 여러 차례야 거쳐 까다로워졌고, 벤처기업들은 가치를 키워 공룡기업들에게 인수합병 당하는 모델도 선호하게 되었다. 

당시나 지금이나 난제는 벤처기업의 가치를 무엇으로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초기에는 몇몇 미래가치평가방법론이 도입 됐고, 개선과정을 거치기도 했지만 열기를 조절하는 현실적 방법은 일반기업과 다르지 않은 보수적 평가체제로 회귀한 것이었다. 

우리 경제시스템의 보수성과 신기술과 미래에 대한 무지는 대중의 경계심과 공포를 빌미로 항상 혁신과 도약의 시기에 발목을 내리 끌었던 경우가 많다. 모험기업을 일반기업으로 전락시키고 길들여온 과정이다.

이제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다. 아니, 열렸다. 시행착오는 좀 개선하도록 하자. 

채굴투자사기, 다단계 문제는 유사수신행위로 단호히 적발하고 수사해서 처벌해야 한다. 북한이 해킹을 해서 개입했다고? 당연히 막아내야 한다. 부실한 플랫폼들이 거래소라는 이름으로 보안에 구멍을 숭숭 내는 행위, 단속해야 한다. 

그런데 비트코인과 나머지 알트코인으로 시장이 분화 되고, 투자에 트렌드와 패턴이 형성 되고, 법, 제도, 규제와 무관하게 흘러가는 생태계를 막을 수는 없다. 국내 수준에서 조절할 수 있는 범위와 규모도 아니다. 그렇다면 현명하게, 꼭 필요한 제도적 규제의 합리적 기준을 세우고, 정부와 공공은 위험 보호의 역할을 다 하면 된다. 

그리고 시장은 시장에 맡겨라. 아니, 시장을 집단지성에 맡겨라. IPO의 진화, ICO 시장을 빨리 열고, 성장시키며 잠재가치와 투자자를 함께 지켜내야 한다. 21세기의 욕망은 통제 되지 않는다. 욕망을 건강한 출로로 흐르게 하라.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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