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을 제외한 대부분의 암호화폐들이 약세다. 자료=빗썸

[뉴시안=송범선 기자] 가상화폐에 투자한 스마트 머니(똑똑한 돈의 수급)가 주식시장으로 몰리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22일 리플을 제외한 대부분의 가상화폐들이 일제히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가상화폐 시장 전체에서 큰 자금이 빠져나갔기에 가격이 떨어졌다고 분석된다. 이에 반해 이날 코스닥은 2.5% 이상 상승하며 강하게 올라갔다.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에 외국인과 기관의 대량 매수세가 들어오며 이같은 의견이 뒷받침되고 있다. 

이날 가상화폐들의 하락폭은 상당히 크다. 비트코인은 15%가량 하락했는데, 다른 가상화폐에 비해 그나마 낫다는 평이다. 비트콬인 캐시 -29%, 비트코인 골드 -28% 등등 대부분의 암호화폐들은 20% 전후로 하락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 통신이 비트코인 급락의 원인을 몇 가지 언급했다.

첫 번째 원인으로 시가총액 기준 5대 암호화폐인 라이트코인의 창시자 찰리 리(Cahrlie Lee)가 자신이 소지한 암호화폐를 모두 팔았다고 밝힌 점이다. 더 이상 라이트코인에 볼일 없다는 듯한 태도는 대량 수급원의 탈출로 비춰진다는 것이다. 물론 찰리 리는 라이트코인 개발에는 계속 참여하겠다고 밝혔지만, 투자자들은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점을 들어 비판했다.

블룸버그는 두 번째 하락 원인으로, 해킹 공격을 받아 파산에 이른 한국의 가상화폐거래소 유빗의 파산을 들었다. 한국이 세계 암호화폐 급락의 주 원인 중 하나라는 설명이다.

세번째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미국회사 '크립토'의 주식 거래를 중지시킨 점도 원인으로 꼽았다. 앞서 크립토는 다른 상호명에서 회사명을 크립토로 변경했다. 한국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미국사람들의 귀에는 크립토라는 어감이 암호화폐스럽게 들린다는 것이다. 따라서 크립토가 가상화폐관련주로 꼽혔고 급등을 거듭했다. 결국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크립토의 급등을 막고자 거래를 정지시켜버렸다. 이 점은 암호화폐 자체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22일 외국인과 기관의 순매수세가 이어지면서 주식시장은 크게 상승했다. 자료=하나금융투자

여기에 최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가상화폐의 가격 폭등 현상에 대해 ‘비이성적 과열’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는 점도 폭락에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비이성적 과열”이라는 우려는 2000년대 초 인터넷 주가 폭등 당시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썼던 표현이다. 그린스펀의 발언 이후, 인터넷 주들은 급락을 거듭했고, 급기야 10분의 1 가격수준까지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가상화폐도 인터넷주와 같은 수순을 밟지 않을까하고 우려심을 표했다. 폭탄 돌리기처럼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계속 서로 돌리다가 현명한 자금이 빠져나가고 우매한 투자자가 마지막 폭탄이 터질 때 뒤집어쓴다는 설명이다.

반면 주식시장은 코스닥이 2.82% 급상승하며 저점 반등의 모습을 나타냈다. 전날까지 급락하던 상황에서의 반등이라 투자자들에게 더 의미 깊다는 분석이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은 1364억원을 순매수, 기관은 3879억원 순매수 했다. 또 코스닥 시장에서는 외국인이 2339억원 순매수, 기관은 4457억원 순매수했다. 반면 코스피 코스닥 양시장에서 개인들은 각각 5265억, 6687억 매도했다. 일반적으로 개인자금보다 기관과 외국인 자금을 더 강한 수급원으로 인정하기 때문에 투자자별 매매현황이 개선됐다는 분석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가상화폐 자금이 코스닥 시장으로 돌아온 것이 아니냐는 의견을 내비쳤다. 앞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IT주들의 하락, 바이오주들의 하락이 있었던 것은 고평가 논란이었다. 수치적으로 가치평가를 하기 힘든 가상화폐도 같은 전철을 밟을 것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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