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노은지 편집 자문위원/KBS 기상 캐스터] 새로운 마음으로 출근길에 올랐습니다. 작심삼일이라고 사흘만 지나면 다시 일상이 되겠지만 오늘은 마음을 다잡고 출근하게 되는 날입니다. 새해 첫 출근일이니까요. 오늘 아침 출근길이 제법 차가웠습니다. 강원도 일부지역엔 한파주의보도 내려졌습니다. 내일 아침은 오늘보다 더 춥겠고요. 모레 목요일까지는 -10℃안팎의 추위가 이어지겠습니다. 추위는 금요일인 소한 절기부터 누그러지겠는데요. 올해 소한엔 큰 추위는 없겠습니다.

소한(小寒)에 큰 추위라뇨? 이름답지 않게 소한 추위가 만만치 않은 건 하루 이틀이 아닙니다. 소한절기엔 매번 뉴스 아이템으로 등장하는 게 ‘대한보다 추운 소한’이고요. ‘대한이가 소한이네 놀러갔다가 얼어 죽었다’라는 옛말이 있을 정도니까요.  이름은 ‘작은 추위’지만 큰 추위 대한보다 매서운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춥지 않은 소한 없고, 포근하지 않은 대한 없다’라든지 ‘소한 때 얼음이 대한에 녹는다’, ‘소한에 얼어 죽은 사람은 있어도, 대한 때 얼어 죽은 사람은 없다’처럼 소한 추위를 나타내는 옛말도 많습니다.  

조선왕조실록에서도 이름값을 못하는 대한에 대한 기록이 있습니다. 중종 11년 병자, 12월 7일에“영사 정광필이 아뢰기를 대한 때가 됐는데 한기(寒氣)가 대단치 않아 아침마다 안개가 봄 같으니...”라는 기록이 있고요. 경종 1년 신축 12월 6일엔 “이제 대한이 막 닥쳤으니 마땅히 추워야 할 것인데, 땅에 한 점의 눈이 없고 강에는 두꺼운 얼음이 없습니다.”라고 걱정했던 기록이 있습니다.

실제 소한과 대한의 추위 대결에선 누가 이겼을까요? 1973년부터 지난해까지 소한과 대한절기 서울의 아침기온을 비교해봤는데요. 결과는 무승부였습니다. 45년 동안 소한이 추웠던 날은 22번, 대한이 추웠던 날은 22번으로 막상막하였고요. 심지어 1974년엔 소한과 대한의 아침기온이 같았습니다. 하지만 2000년 이후로만 보면, 소한추위가 대한을 앞서는 경향이 있습니다.

소한이 더 추웠던 건 11번, 대한이 추웠던 건 7번뿐입니다. 한 대학교 연구소에선 1970년대에서 1990년대까지는 연중 가장 추운 날이 대한인 1월 20일쯤이었지만 2000년대 이후에는 소한 무렵에 한파가 절정에 달한다고 분석했습니다. 한겨울 추위가 보름 정도나 앞당겨졌다는 건데요. 기후학자들은 한겨울 추위가 이렇게 앞당겨진 건 지구 온난화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올해 소한(1월 5일)과 대한(1월 20일)의 추위 대결에선 어떤 승부가 날지 궁금한데요. 그렇게 작은 추위와 큰 추위가 지나고 나면 어느새 ‘입춘’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을 텐데요. 긴긴 겨울도 이제 끝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