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은 23일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 정책은 국민기만"이라고 비판했다.

정 이사장은 이날 KBS1라디오 '라디오정보센터 오광균입니다'에 출연, "경제민주화 또는 경제민주주의는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시장에서 교환행위를 할 때 상대방과 대등한 관계를 갖는 것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정책은 현상유지를 전제로 한 공정거래 정책으로 호박에 줄무늬 그려놓고 수박이라고 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이 같이 밝혔다.

정 이사장은 "경제는 하나의 커다란 교환체계이고, 대·중소기업도 그런 교환관계에 있다"며 "양자가 대등한 관계에 있으면 손해가 되는 계약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손해를 강요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그러나 지금 중소기업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재벌과 계약관계를 맺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재벌과 중소기업, 사용자와 노동자, 생산자와 소비자가 대등한 관계에서 자신에게 타당한 이익을 얻는 계약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사회가 경제민주사회"라고 강조했다.

정 이사장은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주장은 매우 늦은 감이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관심을 갖고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지금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논의는 경제민주주의와 그것을 이루기 위한 수단을 혼동하고 있다"면서 "정치권이 내세운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 순환출자 금지 해소, 일감 몰아주기 근절 등은 수단일 뿐 경제민주화의 목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정 이사장은 "경제민주화는 양극화 문제를 개선하자고 주장하는 것인데, 새누리당 정책은 현 상황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지금부터 공정거래를 하자는 것이다. 1%의 헤비급 선수와 99%의 플라잉급 선수들의 경쟁을 지속하겠다는 게 새누리당 정책"이라며 "원칙과 소신이 있는 정치인이라면 새누리당 정책은 공정거래 정책이라고 해야지 경제민주화라고 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통합당의 경제민주화 정책에 대해선 "새누리당보다는 진정성이 있지만, 보충할 부분도 많다"면서 "민주당 정책은 재벌 총수의 경제력 집중을 해소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같다. 성장과 중소기업, 노동자, 소비자, 비정규직 등 경제적 약자 육성정책이 보완돼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민주화와 동반성장의 관계에 대해선 "동반성장은 더불어 함께 잘 사는 것"이라며 "동반성장의 전제조건이자 필요조건이 경제민주화"라고 설명했다.

야권의 잠재적 대선주자로 꼽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최근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을 펴내 관심을 모은데 대해선 "책을 읽진 않았지만 후배가 읽고 해준 얘기는 좀 들었다"며 "좋은 사람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한다면 좋은 일 아니겠냐"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우리 정치가 얼마나 많은 실망을 줬기에 젊은이들이 안 원장을 많이 알지도 못하면서 열광하겠냐"면서 "안 원장이 대통령선거에 나올지 안 나올지는 모르지만 여당이나 야당이 '달랑 책 한 권 갖고 선거에 나오냐', '나오려면 당당히 빨리 나와라'고 하는 건 무례"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안 원장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한 질문엔 "안 원장과 공적인 장소에선 몇 번 만났지만 사적으로 만나 깊은 얘기를 해본 적은 별로 없다"면서도 "그러나 동반성장의 가치와 정책에 동의한다면 안 원장뿐만 아니라 누구와도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다"고 답했다.

이밖에 정 이사장은 4년 중임 대통령제 개헌 등 권력구조 개편 문제에 대해선 "4년 중임제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마음을 열어놓고 대통령이 좀 더 일을 잘할 수 있는 방법이 뭔지 진지하게 고민했으면 한다"며 "대통령이 권한을 좀 덜 가져야 한다. 대통령이 아무리 준비를 많이 했다고 해도 권한이 너무 크면 그 일을 잘하기 힘들 것 같다”고 밝혔다.

정 이사장은 "대통령이 국무총리에게 좀 더 권한을 나눠주든지, 아니면 아예 총리를 국회에서 뽑든지, 내각책임제를 하든지 해서 대통령 권한을 좀 줄여야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다"며 "대통령에게 권한이 너무 많아서 그 주위 사람들에게 이것저것 부탁하느라 비리도 많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 이사장은 자신의 대선출마 여부에 대해선 "아직 정치적 결정을 확정하지 않았다. 좀 더 기다려 달라"며 "될 수 있는 한 빨리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정 이사장은 내달 하순쯤 한국경제 전반에 대한 대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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