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백성문 편집 자문위원/변호사] 2017년 10월 13일 박근혜 피고인에 대한 구속기간 연장이 결정됐다. 그 이후 박근혜 피고인은 본인에 대한 수사와 재판이 모두 정치적 박해라고 선언하고 추가 수사와 재판에 불응해왔다. 

논리는 간단했다. 본인은 아무런 돈을 받지 않았음에도 처벌받는 것은 부당하며 나머지 혐의는 통치행위의 일환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상황이 묘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국정원의 특수활동비 36억5천만원을 상납받았다는 혐의가 추가가 된 것이다. 이 수사에도 박근혜 피고인은 철저하게 무대응으로 일관해 왔다. 그런데 관련자 전원이 박근혜 피고인이 국정원 특수활동비의 지급을 요구했다고 진술했고 일부 사용처까지 확인됐다. 

이 사안은 도저히 정치탄압이라는 프레임으로 대응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검찰은 박근혜 피고인의 19번째 범죄사실로 추가 기소했다. 결국 3개월전 박근혜 피고인의 변호인이었던 유영하 변호사를 다시 선임해 대응을 시작했다. 유영하 변호사가 변호사로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수사의 진행상황

이헌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폭탄발언이 나왔다. 박근혜 정권 당시에 근무했던 세 명의 국정원장과 함께 박근혜 피고인에게 월 5천만원에서 1억원까지 상납했다는 진술이었다. 

이 돈을 전달받았다고 지목된 이재만, 안봉근 두 비서관이 구속 기소됐다. 남재준, 이병기 전 국정원장은 구속 기소되고 이병호 전 국정원장은 불구속 기소됐다. 수사과정에서 두 비서관과 세 명의 국정원장으로부터 유의미한 진술들이 확보됐다. 

국정원 특수활동비의 상납을 박근혜 피고인이 직접 지시했다고 모두 입을 모아 진술했다. 진술의 연결고리에 모순점이 전혀 없을 정도로. 이재만, 안봉근 두 비서관은 좀 더 구체적인 진술을 내놨다. 

박근혜 피고인의 지시를 받아 국정원으로부터 5만원권 현금으로 지급 받아서 박근혜 피고인에게 전달하기만 했다고 진술했다. 최순실의 핸드폰을 닦아주는 영상으로 국민들에게 충격을 줬던 이영선 행정관은 최순실이 운영하던 대통령 의상실 운영비, 삼성동 자택 관리 비용, 기치료, 운동치료, 주사 비용 등에 사용했다고 진술했다. 

윤전추 행정관 역시 2016년 9월, 최순실이 독일로 도피한 이후 대통령 의상실 직원들의 월급 등을 줄 사람이 없어지자 박근혜 피고인으로부터 현금을 받아 의상실 비용을 정산했다고 진술했다. 

결국 관련자 전원의 입에서 국정원 특수활동비의 요구 단계에서부터 사용처까지 모든 진술이 확보된 것이다. 통상 검찰은 뇌물이라고 평가하는 돈의 사용처는 밝히지 않는다. 혐의 입증과 무관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번엔 왜 이런 내용을 언론을 통해 알렸을까? 수사 초기에 나왔던 통치자금이라는 주장을 봉쇄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위에 언급한 것처럼 국정원으로부터 흘러들어간 특수활동비는 철저하게 박근혜 피고인 개인을 위해 사용됐다. 

심지어 이 특수활동비의 사용에 최순실의 관여가 있었다는 최순실 자필의 메모까지 공개됐다. 모든 증거의 퍼즐이 맞춰진 것이다. 검찰은 박근혜 피고인의 출두를 요구했으나 불응했고 구치소 현장 조사마저 거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벽하게 맞춰진 증거의 퍼즐을 확보한 검찰은 박근혜 피고인의 조사 없이 1. 4.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수수)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업무상횡령)으로 추가 기소했다. 

지금껏 수사와 재판에 불응하던 박근혜 피고인은 추가 기소된 1. 4. 유영하변호사를 접견하고 이 사건에 한해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정치적 탄압 프레임으로는 더 이상 대응할 수 없고 심지어 남은 재산 추징까지 당하게 생긴 상황이니 급하긴 급했나보다. 그

런데 언급한 것처럼 증거의 퍼즐이 완벽하게 맞춰진 상황에서 변호사로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시인을 하겠다는 것은 아닌듯하니.

#유영하 변호사의 변론 방향은?

이 사건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돈을 받은 사실 자체를 부인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과 관련된 사람 모두가 박근혜 피고인이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상납받았다는 것을 인정했다. 사용처까지 대부분 확인이 됐다. 매우 구체적으로. 그렇다면 변호사로서 돈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자살행위에 가깝다. 아마 돈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한다면 형량만 올라가게 될 것이다. 최소한 유영하 변호사가 이런 방식의 주장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두 번째, 돈을 받은 사실은 시인하고 대가성과 직무관련성이 없음을 주장하는 것이다. 일단 돈의 사용처가 박근혜 피고인의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됐기 때문에 통치자금이라는 주장역시 전혀 의미 없는 주장이다. 

결국 관행이라고 주장할 수 밖에 없을텐데 그 전 정권에서 이렇게 국정원의 특수활동비가 대통령에게 지급됐다는 정황은 나오지 않았다. 최소한 관행이라면 전 정권에서도 이루어졌어야 하는데 전정권인 MB정권에서 국정원의 특수활동비가 MB에게 전달됐다는 얘기는 나오지 않는다. 

관행이라면 최소한 그 전 정권 이야기가 나와야 주장이 가능하지 않겠는가. 대통령은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자리이기에 포괄적으로 대가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많다. 이 주장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많지만 현재 유영하 변호사가 택할 수 있는 유일한 전략일 것이다. 자백할 가능성이 현재로 봐서는 없어 보이는 상황이니.

사실 변호사라면 증거관계상 빠져나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자백을 하고 선처를 구하는 방향으로 변론 전략을 짜고 의뢰인을 설득해야 한다. 이 사안이 바로 그런 전형적인 사안이다. 

변호사는 죄를 지은 것을 없애 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죄를 지었다면 처벌을 최소화해 줄 수 있는 존재일 뿐이다. 유영하 변호사 역시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박근혜 피고인의 스타일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스타일이기에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충신이라면 쓴소리를 해서라도 피해를 최소화하는 직언을 해야하지 않을까. 선택은 박근혜 피고인이 할지라도.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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