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원전의혹과 관련해 배후에 부당한 군사거래가 있었다고 이면계약 실체를 밝힌 김태영 전 국방부장관(왼쪽)과 역시 관련 내용을 밝힌 김종대 정의당 의원. 뉴시스

[뉴시안=이완재 기자] 최근 일파만파 확산중인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수출 의혹의 전말이 속속 밝혀지며 민낯의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이명박 정권 국방부장관으로 일했고 관련 협상의 실무자 중 한명이었던 김태영 전 국방부장관, 그리고 김종대 정의당 의원의 입을 통해 UAE 원전의혹 배후에 부당한 군사거래가 있었음이 드러났다.

해당 의혹과 관련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장 겸 UAE 왕세자 특사가 방한중인 가운데 문재인 정부가 그를 만나 얽히고설킨 난맥을 어떻게 풀어낼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9일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바라카 원전 수주 당시 아랍에미리트(UAE)에 군사적 어려움이 있을 경우 한국군이 UAE를 돕는 내용의 군사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원전수출을 확보받기 위해 국회 비준이 필수적인 우리 군사력의 대외수출을 비정상적으로 UAE측에 약속했음을 시인했다.

김 전 장관은 이날 중앙일보와 단독 인터뷰에서 “UAE는 돈이 많고 땅도 넓지만 인구가 600만 명 정도밖에 안 돼 안보에 늘 불안감이 있다. 그래서 외국 군대를 자국에 주둔시키고 싶어 한다”고 원전 수주 당시 군사협약 배경을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김 전 장관은 “(UAE의 구체적인 요구 조건은) UAE에 군사적인 어려움이 있을 때 한국군이 UAE에 와 주는 거였다. 평소엔 UAE군의 훈련을 돕거나 무기를 관리하는 역할 등이었다”며 “UAE의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왕세제가 한국 특전사 부대의 시범을 보고 반해서 파병을 요청한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 전 장관은 이어 “우리가 계산했을 때 서로 국익에 이득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협약을 체결했다”며 “UAE는 오랜 기간 전쟁이 일어나지 않은 나라다. 위험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적고 만약 발생해도 북한과의 관계에 따라 유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그런 차원에서 UAE에 어려움이 생기면 돕기로 약속했다”며 “그렇다고 만일 UAE에 한국군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국회의 동의 없이는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 전 장관은 또 “국회의 비준을 놓고 많이 고민했다. 제일 큰 문제는 국회에 가져갔다가 문제가 생기면 그동안 공들인 게 다 무너지는 것”이라며 “그래서 내가 책임을 지고 (국회 비준이 필요 없는) 협약으로 하자고 했다. 실제 문제가 일어나면 그때 국회 비준을 받으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 갑자기 UAE와 마찰음이 생긴 이유에 대해서는 “아마 적폐청산한다며 과거 문서를 검토하다가 비공개 군사협약을 오해한 거 같다. 꼼꼼히 따져봤다면 안 해도 될 행동을 UAE에서 한 것 같다”며 “(송 장관이) UAE에 가서 약속을 바꾸자고 하자 UAE 왕실이 자존심이 상해 모든 관계를 끊겠다고 하지 않았나 싶다”고 추측했다.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UAE 아부다비 행정청장이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나기 위해 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를 방문하고 있다. 뉴시스

한편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8일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이면계약 의혹과 관련해 “(보수정권 기간인)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총 6건의 비밀군사양해각서가 체결됐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상무위에 참석해 “이명박 정부 당시 최소 5건, 박근혜 정부 당시 최소 1건”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원전 수출과 자원 외교의 배후에 있는 이 6건의 MOU(양해각서)는 우리나라와 UAE의 군사동맹에 버금가는 부당한 군사거래의 핵심”이라며 “명백히 국내법을 위반한 적폐”라고 규정했다.

김 의원은 칼둔 아부다비 행정청장의 방한에 대해서는 “과거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비밀군사양해각서를 답습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며 “오히려 중동의 평화와 정의에 부합하는 새로운 관계 재정립의 이정표를 세우는 방향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유한국당이 현 정부가 정치보복 차원에서 전 정권 사업을 조사하다가 UAE와의 외교 위기를 초래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는 “무수한 의혹 제기가 정확하지 않은 내용을 기초로 이루어짐으로서 한국당에 의해 초래된 국정의 혼란이 상당히 심각하다”며 “이제라도 한국당은 자신들의 집권기간에 저질러졌던 부당한 외교 안보의 적폐를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9일 방한(訪韓) 중인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행정청장을 접견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오전 춘추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문 대통령은 오늘 오후 4시 청와대 본관에서 칼둔 청장을 접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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