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양지열 편집 자문위원/변호사] 흔히 일본 사람들은 곱창을 먹지 않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모츠나베라는 것이 있다. 모츠는 내장, 나베는 냄비라는 뜻으로 우리네 곱창전골과 비슷하다. 소 대창 같은 부속물을 양배추, 부추 같은 야채와 함께 끓인 것이다. 먼저 고기와 야채를 건져 소스에 찍어 먹고, 육수에 국수나 밥을 말아 먹는다. 

곱창전골과 비슷하면서도 색다른 맛이다. 일본에서는 후쿠오카 명물로 알려졌는데, 한국에서도 접할 수 있는 곳들이 생기고 있다. 요즘처럼 차가운 날씨에 속을 든든히 해주기에 딱이다. 

# 수익의 귀재 MB

그런데 모츠나베 한 그릇으로 배를 불릴 정도 욕심으로 오늘 주제인  MB를 엿볼 수 있을지 걱정이다. 누구 것인지 주인을 알 수 없다고 하지만, 일단 다스를 MB 소유로 가정하자. 자동차 부품회사인 다스의 재무와 영업실적을 보면 2016년말 현재 연결자산이 9,189억원에 달한다. 10년 전인 2007년말과 비교하면 4.5배 가량이다. 

다스의 규모는 대통령 재임기간인 2008년부터 2012년 사이에 급속도로 커졌다. 자산과 매출 규모가 각각 26%, 16%씩 해마다 늘어났다. MB 집안에서 18년 동안 운전기사로 일했던 김종백씨는 일감이 하도 많이 늘어 땅을 사고 공장을 짓기 바빴다고 말한다. 

그 결과 다스의 2016년말 매출은 1조2727억원이었다. 현재 다스의 가치는 8조원 가량이라고 한다. 진짜 배부르지 않겠는가. 정당한 경영의 결과라면 박수 칠 일이지만 권력을 이용한 것이라면 정경유착을 넘어선 ‘정경일치’라 불러야 할 것이다. 

얼마 전엔 새로운 의혹도 나왔다. 제주시 강정동 일대에 다스 임원들 명의로 현재 시가 600억원 가량의 땅이 있다는 것이다. 강정동이라면 귀에 익은 지명이다. 

그렇다. 말도 탈도 많은 제주 해군기지가 들어 선 바로 그 강정마을 주변이다. 해군기지가 들어서면서 도로가 뚫렸고 각종 기반시설이 생겼다. 덩달아 땅값이 뛰었다. 

그런데 하필 다스의 임원들이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니. 게다가 어쩐 일인지 공동소유 혹은 교차 담보가 설정돼 있는 등 명의상 땅 주인 마음대로 처분이 곤란한 형태라고 한다.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임원들 명의 부동산은 천안에도 있었다. 2010년 매각하면서 수십억원의 시세 차익도 얻었다고 한다. 

경주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다스 총무과에서 일했던 간부 직원은 땅을 사러 다닐 때 MB가 함께 있었다고도 한다. “그쪽에 길이 생긴다”라고 하면서. 

가장 일찌감치 제기됐던 의혹으로 투자자문회사인 BBK 관련 의혹도 빼놓을 수 없다. “BBK라는 회사를 만들었다”고 했지만 “내가” 만들었다고 하지 않아 역시 상관없다는 바로 그 회사. 

그 BBK에 잘못 투자하는 바람에 손실을 입을 뻔 했지만 다스는 140억원을 고스란히 돌려 받았다. 역시 청와대의 주인일 때 있었던 일이다. 

# 낙수효과는 어디로

MB의 경제정책을 한 마디로 ‘낙수효과’라고 한다. 정부가 대기업에 대한 지원과 투자를 늘려 주면 경제가 성장하고, 중소기업과 저소득층까지 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흘러내린 물이 바닥을 적신다”는 것이다. 지난 보수 정권들 내내 이어졌던 기조였다. 하지만 실패로 보는 것이 중론이다. 대기업이 아무리 성장해도 빈익빈 부익부, 우리 사회의 불균형은 심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이를 이끌었던 MB 스스로 ‘낙수’를 만들었던 흔적이 없어 보인다. 다시 한 번 다스는 MB 소유라는 가정을 이어야 한다. 재임기간 10년간 비약적인 성장으로 자산만 1조 가까이 가지고 있지만, 정작 연평균 기부금은 5천만원에도 못미쳤다. 기업이 꼭 사회기부를 해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나눔에는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정말 짜다. 

다스가 없더라도 MB는 보통 사람의 입장에서 어마어마한 부자이다. 그가 사회환원 명목으로 설립했던 청계재단에 출연했던 재산만 395억원이었다(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다루지 않겠다). MB의 행적은 그런 부에 비춰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재임 시절 있었던 돈과 관련한 문제를 봐도 그렇다. 검찰은 김백준 전 기획관, 김진모 전 비서관을 구속했다. 각각 국정원 특수 활동비 4억원, 5천만원을 받은 혐의이다. 

그 명목들이 어이없다. 4억원에 대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청와대 기념품 구입비용으로 돈을 건넸다고 했다. 5천만원은 민간인 사찰의혹을 폭로하려는 입막음용으로 쓰인 것으로 보여진다. 미국 출장 당시 상당한 현금을 받았다는 얘기도 들린다. 

사실 여부는 더 수사를 해봐야 겠지만, MB같은 부자가 왜 그랬을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런 사실들이 폭로되기 시작한 이유로 측근들을 돌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측근 중 한 사람의 아내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정도로 말이다. 끌어 모으고, 아낄 줄은 알았지만 베푸는 것과는 도통 거리가 멀었던 모양이다. 

# 모츠나베의 아픈 사연

단순히 짠돌이로 끝나는 문제도 아니다. 다스의 급성장은 이른바 “일감 몰아주기” 덕분일 것이다. 

다스는 시트 같은 자동차 부품을 만들어 대기업에 납품하는 회사이다. 결국 비슷한 업종의 다른 중소기업들 몫까지 뺏어 왔다는 얘기다. 140억원 BBK 투자금을 혼자 돌려받는 바람에 다른 피해자들은 아직까지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강정마을은 더욱 심각하다. 해군기지에 반대하며 공권력과 싸우느라 많은 사람들의 심신이 피폐해졌다. 마을 사람들끼리도 의견이 갈리며 산산조각이 났다. 그런 상황을 돈벌이로 연결시킨 것이라면? 사익을 쫓느라 다른 사람들의 아픔 따위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던 것이다. 

원래 일본 사람들은 곱창을 먹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일제 강점기 많은 사람들이 후쿠오카의 탄광촌에 끌려가 강제노역을 해야 했다.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일본 사람들이 버린 대창 따위 소 내장들을 주워다 끓여 먹었던 것이다. 

모츠나베는 거기서 유래해 후쿠오카 지역 명물 요리가 된 것이다. 

그럼 말이다. 가난한 조선인들은 더 이상 소 내장 조차 거저는 먹을 수 없게 됐다는 셈 아닌가. 하기야 냉정하게 말해 곱창전골이란 남의 내장으로 내 배를 불리는 일이니. 추운 날씨에 모츠나베를 떠올렸는데, 어쩌다 MB로 생각이 이어졌는지 모르겠다. 

한 마디 덧붙이자면 후쿠오카 음식은 짜기로 유명하다. 소스에 찍기 전에 간부터 보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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